brunch

선생님이 눈물 흘리던 날

담임선생님의 첫 제자였던 우리

by 브로콜리

우리 반 담임선생님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어리신 선생님이다.

선생님은 우리가 첫 제자라고 하신다. 우리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나를 비롯한 친구들 50여명 이름을 모두 기억하시는 것 같다.

가끔 내 이름을 밝게 부르며 웃는 선생님을 보면, 나도 모르게 ‘사고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생각과는 달리, 난 말을 잘 안 들었다.

우리 반에는 특히 장난꾸러기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하나다. 선생님은 이런 우리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슬픈 표정을 지으신다. 그럴 때면 나는 마치 백설 공주를 실망 시키는 난쟁이가 된 느낌이다.




그날도 여느 날과 마찬가지로 우린 수업시간에 열심히 떠들고 선생님 마음을 성가시게 하였다.

"자 이렇게 되어서 나눗셈은 이렇게 됩니다. 알겠죠? 여러분?"

"아닌데요. 아직 덜했는데요."

선생님 말씀에 장난꾸러기 학수가 장난스럽게 대답을 하였다.

"하하하하"

친구들은 재밌다는 듯 웃었다. 교실은 또다시 어수선해졌다.

"……."

선생님은 오늘따라 많이 힘드신 듯 한숨을 내쉬신다. 그리고 다시 조용히 수업을 시작하신다. 나와 친구들은 속닥거리며 수업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나는 짝궁 학수와 지우개 따먹기를 하고, 몇몇 다른 친구들은 오목을 두고 있다.

수업을 하시던 선생님은 갑자기

"야! 니들 지금 뭐해?"

선생님이 소리를 빽 지르신다.

선생님 소리에 우리는 하던 일을 멈추고 수업을 듣는 척 한다. 하지만 평소 조금 민감한 선생님이었기에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선생님은 혼자서 조용히 바닥과 천장을 번갈아가면서 보며 한숨을 내쉬셨다.

"너거 선생님 말이 말 같지 않나?"

선생님은 혼자서 뭔가를 생각하시다고 불쑥 화를 내시며 우리에게 물으셨다. 우린 그제야 분위기가 심각하단걸 알고 다들 웃지 않고 선생님 수업에 집중했다.




그렇게 분위기가 안 좋게 수업이 끝났고 쉬는 시간이 되었다. 선생님은 잠깐 밖에 나가셨고 우린 쉬는 시간을 신나게 즐겼다. 언제 선생님이 화내셨나 할 정도로 신나게 놀았다. 쉬는시간이 끝나고 수업시간 종이 울렸지만 우린 모두 듣지 못하고 교실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놀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그리곤 갑자기

"니들은 진짜 인간이 안 되겠구나. 도대체 선생님을 뭐로 보는 거고? 종친지가 언젠데 수업준비도 안하고 뭐고? 이게?"

우린 선생님의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놀라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

"다들 앞으로 나와!"

선생님의 불호령에 우린 모두 앞으로 나갔다.

"여기 한명씩 엉덩이대."




갑작스런 선생님의 말씀에 우린 허둥지둥대며 어쩔 줄 몰랐다.

"뭐고 어째야 되노? 너거가 좀 앞으로 나가봐라."

여자 아이들은 겁을 잔뜩 먹고 뒤로 물러섰고 몇몇 덩치 큰 남자 아이들이 앞에 먼저 섰다. 남자 중 가장 큰 순석이가 엉덩이를 대고 선생님 앞에 섰다.

선생님은 몽둥이로 가차 없이 순석이 엉덩이를 다섯 대나 때리셨다. 평소 가지고 다니시던 몽둥이를 저렇게 휘두르는 건 우리도 처음 봐서 모두 깜짝 놀랐다.

순석이가 엉덩이를 부여잡고 있으니 그다음 덩치가 큰 영훈이가 나갔다.

그리고 영훈이도 엉덩이를 맞았다. 우린 모두 공포에 떨었고 몇몇 여자 아이들은 놀래서 겁을 먹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도 너무 놀라 최대한 뒤로 줄을 서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아이들 보다는 뒤에 설수가 없어서 어정쩡하니 서있었다.

그리고 2명 더 엉덩이를 맞자 우린 모두 이게 장난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때였다. 때리다 지치셨는지 아님 생각이 많아지신 건지 선생님이 천장을 보며 한동안 멍하니 서계셨다.




그리곤 갑자기

"흑흑흑"

선생님은 눈물을 흘리셨다.

우린 모두 놀라 어쩔 줄 몰라 서있었고, 여자 친구들은 같이 눈물을 흘렸다.

"아이씨!"

선생님은 소리를 지르시며 몽둥이를 집어 던지시곤 교실 바닥에 주저앉아 펑펑 우셨다.

"엉엉엉"

우린 모두 너무 놀랐고 선생님께 너무 죄송했다.

"선생님 죄송해요."

몇몇 아이들은 울먹이며 선생님께 죄송하다 하였다.




선생님이 몽둥이를 던지셨기 때문에 나는 안 맞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그렇게 우린 우시는 선생님을 앞에 두고 어쩔 줄 몰라 서있었고 선생님은 한동안 우시다 교실 밖으로 나가 버리셨다. 그렇게 상황은 일단락되었다.


우린 모두 선생님께 너무 죄송해 교실에 앉아 선생님을 기다렸고 10분쯤 지났을까 선생님이 오셨다.

우린 모두 크게

"선생님 죄송합니다"를 외쳤고 선생님은 아무 일 없다는 듯 수업을 다시 하셨다.


그날 이후, 우리는 조금 달라졌다.




에필로그


졸업식 날, 선생님과 우리는 부둥켜안고 울었다.

난 울진 않았다. 이상하게 마음이 먹먹했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친구들이 너무 서럽게 우는 바람에 나도 덩달아 눈가를 훔치는 척했다.


“애들아, 우리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

선생님은 눈물 범벅인 얼굴로 말했다.

“선생님, 우리 스무 살 되는 해 12월 25일에 만나요!”

누군가 울먹이는 소리로 외쳤다.

“그래요, 그때 꼭 다시 만나요!”

“운동장에서요, 꼭요!”

여기저기서 아이들이 소리쳤고,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셨다.


“그래. 니들 스무 살 되는 해, 학교 운동장에서 보자. 꼭!”




7년 후, 2001년 겨울


“야, 니 선생님 만나러 갈 거가?”


어느 날 동창에게 전화가 왔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났다.


‘아 맞다, 우리 그때 그런 약속 했었지…’


keyword
이전 16화남들과 조금 다른 발가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