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과정 시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7

공동저자

by 브로콜리

"논문 저자에 유명한 교수님을 공동저자로 올려보시죠?"

박사님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네? 그건 좀..."

"그러니까 교수님께 논문도 보여드리고 의견도 받고 같이 작성을 해서 공동저자로 넣으면 되죠."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건 좀 비겁한 게 아닌가?'

하지만 계속된 reject에 지친 나는 그 말이 완전히 틀렸다고 부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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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졸업 후 reject의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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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박사 과정에서 연구한 내용 중 논문으로 출판하지 못했던 부분을 SCI 저널에 투고하여 accept 통보를 받았다. 몇 번의 투고 끝에 이번에는 기필코 하고 만다는 준비를 했는데 다행이다. 박사 졸업 후 몇 편의 논문을 투고하였고 몇 편은 출판되었고 몇 편은 아직 세상의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 출판된 몇 편도 몇 군데 저널에서 reject을 받고 나서 의견을 수렴해서 보완에 보완을 거듭한 끝에 accept 되었다. 몇 년 전 국가 R&D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어 그동안 진행하던 연구개발 예산이 큰 폭으로 삭감되었다. 그리고 추가로 신규 프로젝트를 준비했던 게 줄줄이 미끄러지면서 고배를 마셨다. 그 와중에 투고한 논문도 몇 번 reject이 거듭되자 나는 큰 좌절을 겪고 있었다. 특히 논문이 몇 번 reject 되자 나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박사 과정 중에 작성한 논문들은 고작해야 한두 번 reject 된 게 다였다. 하지만 졸업 후 직접 연구를 이끌고 교신저자나 프로젝트 리더로 이끌었던 논문이 계속 reject이 되자 나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속상한 마음에 주위 친한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해 보았다. 그때 들은 말이 "유명한 교수님을 공동저자로 올려보시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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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동저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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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법은 적어도 국내 학회에서 발행하는, 어쩌면 외국 학회도 SCI 논문에서는 어느 정도 먹히는 방법이다. 세계 SCI 논문이나 영향력 있는 논문들 대부분이 중국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정말 중국이 잘해서일 수도 있지만 그들의 강력한 네트워크가 만든 현상이 아닐까? 자연스럽게 국적이 외국인 중국계들까지 따지면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은 중국에게는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그렇게 따지면 대부분 한국인 리뷰어들과 편집자들이 있는 국내 학회에서 발행하는 SCI 논문에는 유명한 교수님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논문은 당연히 더 높은 확률로 accept을 받을 확률이 높다. 나에게도 가끔 국내나 해외 학술지에서 심사 요청이 온다. 가끔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학교의 교수님이나 학생들이 쓴 논문이 있다. 가끔은 중국인 교수가 쓴 논문인데 그들 논문 이력을 구글로 검색해 보면 어마어마한 경우가 있다. 그럴 땐 이렇게 논문을 많이 쓴 사람 논문을 내가 심사한다는 게 영광스럽게 생각될 때도 있다. 높은 확률로 그런 분들의 논문은 잘 정리되어 있고 내용도 좋은 경우가 많기도 하다. 어쨌든 그렇게 유명한 교수님이나 논문을 많이 쓰신 연구자들과 공동저자로 논문을 출판한단 건 그만큼 연구와 논문 질이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므로 꼭 그 인맥을 활용해서 논문을 출판했다고 하기도 어렵기는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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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진한 박사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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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이 순진한 박사 과정 학생은 박사 학위 취득 후 내가 교신저자가 되거나 프로젝트 리더가 되어 논문을 출판하고 싶어 한다. 박사 과정 중 논문을 쓰고 투고를 하고 싶은데 교수님께서 꼼꼼히 점검을 하시곤 수준 미달이라는 이유로 투고를 못 하거나 수정을 한다고 고생한 경험이 있다. 그럴 땐 빨리 학위를 취득하고 마음껏 내가 쓰고 싶은 대로 논문 쓰고 투고하고 싶다는 꿈을 꾼다. 막상 졸업 후 나름 신경 쓴 논문이지만 계속된 reject을 경험하곤 이게 정말 공동저자에 교수님이 없어서 발생하는 일인가라고 생각해 봤을 때 일정 부분 일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이었다.

결국 나도 논문 검토를 교수님께 요청드렸다.

지도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다.

"교수님, 논문 좀 봐주시겠어요? 공동저자로 참여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 논문? 어디 내용을 한번 보자. 가지고 와봐."

비겁한 걸까?

좋은 공동저자와 함께하는 것. 그건 어쩌면 내가 그들과 함께 훌륭한 연구를 했다는 의미이다. 논문 질이 그들이 공동저자로서 함께할 만한 논문이라는 의미도 내포한다. 훌륭한 연구자들이 아무 논문에 본인 이름이 들어가는 걸 허용할까?라고 생각해 보면 절대 아니다. 당장 나 같은 경우도 누군가 나에게 논문에 이름을 넣는다고 하면 여러 가지 이유로 조금 꺼려지는 경우가 있다. (내가 훌륭한 연구자란 뜻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훌륭한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와 논문 집필은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것도 아니구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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