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딱정벌레 Apr 07. 2021

우리는 좀 더 일찍 헤어져야 했습니다

용기 내어 이별하기

이렇게 될거라면 우리 좀 더 일찍 헤어질 걸 그랬습니다.


아니, 사실 이럴 줄 알고 있었으니, 좀 더 일찍 결정을 내릴 것을요.


미운 모습들을 보여주며 의미 없는 상처를 주고 받게 한 후에야 이렇게 돌아설텐데, 제가 좀 더 일찍 용기낼 것을요.


적어도 당신에게 그 모든 말의 무게를 지우지는 말 것을요.


지금 알고 있는 걸 사실 그때도 알았으니까요. 그러니 아무 것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좀 더 일찍 헤어져야 했습니다. 몇 번의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당신을 놓지 못한 나의 미련과, 관계라는 구속에 우리를 다시 가두고 모든 상황에 대한 모든 희망이 사라져 가는 것을 방치한 나의 탓입니다.


우리의 끝이 정해진 걸 아프게 깨달은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런 날엔 집에 돌아가 혼자 울었습니다.


어쩌자고 난 널 알아봤을까란 노랫말이 아프게 마음 속에 박혀갔습니다. 그때마다 저는 비겁하게 함구하였습니다. 말하고 나면 좀 더 빨리 끝에 다다를까봐요.


우리가 맺어지지 못한다 해도 괜찮다고 자신을 속이면서 사실은 마음속으로 끝을 내고 준비한 날들이 있었으니까 그 때라도 용기내어 헤어졌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이 모든 이유로 우리는 좀 더 일찍 헤어져야 했습니다.


그러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는 좀 더 일찍 놓아드릴테니 또 만납시다.

이 모든 결말과 슬픔을 알아도 기꺼이, 몇 번이라도 당신을 사랑하겠으니,

달이라도, 하루라도 다시 사랑합시다.


그 때는 좋은 기억만 남긴채로 다시 한 번 헤어지도록 합시다. 다음번엔 아픔은 내가 더 많이 지고 갈테니까요. 반드시 내가 더 용기내어 먼저 헤어지자고 할테니, 꼭꼭 약속할테니 다음에도 우리 다시 만나 다시 사랑합시다.

작가의 이전글 이 세상엔 없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