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긴 몇시쯤 되었어? 여긴 지금 새벽 세시니, 다섯 시간을 더하고 밤낮을 바꾸면 오후 여덟 시겠구나. 아까 우리 잠시 다투고 난 후에, 또 너에게 연락이 올지 몰라 조금 늦게 자볼까 하고.
우리의 공간은 달라진지 오래고, 그래 어쩌면 시차를 차치하더라도 우리의 시간조차 같지 않을지 몰라. 그 간격에는 거대한 왜곡마저 존재하는 것 같아. 그것을 지나가며 우리의 관계도 달라지게 되는 걸까? 그게 자연스러운 결론일까?
오래 전 우리 대화를 들춰보았어. 다정하고 소란스러웠더라 우리. 그 때는 몰랐어, 그런지도.
우리가 매일 얼굴을 보고 손을 잡던 시절에는 아무 의미도 가지지 않았을 별 거 아닌 말들이 왜이리 무거운지, 왜 여기에 힘이 들어가는지 몰라. 사소한 것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혼자 기대했다가 다시 혼자 실망하고.
너를 배려한다고 하지만 사실 나는 내 생각을 견고히 쌓아 힘을 주고 있는 것에 불과할지도 몰라.
아니, 사실 몰래 나 혼자 헤어짐을 준비하는지도 몰라.
기약이 없는 나의 지금에는 말야, 줄 수 있는 말들도, 지킬 수 있는 약속도 없을지 몰라. 그래도 말이야, 그래도 나에겐 네가 참 소중한 사람이라고. 너와 다른 시간에 살고 있어도 매일 너를 지키고 싶다고 생각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