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Jan 10. 2019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영화 [그린북] 리뷰


골든 글로브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고, 그중에서 각본상과 남우조연상을 받은 작품입니다. 영화 예고편을 봐서는 어떤 내용인지 예상이 안되는 영화였습니다. 대부분의 연기상들이 폭발하는 연기같이 겉으로 표현을 많이 하는 영화들을 연기한 배우들에게 상을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우가 달랐습니다. 영화[그린북]을 통해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은 ‘마허살라 알리’는 정반대의 연기를 보여줬다. 폭발하지 않고, 끝까지 감정을 컨트롤하면서 품위를 유지하는 ‘돈 셜리’를 연기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보다는 각본이 더욱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큰 기대를 한 작품은 아닙니다. 왓챠 앱을 통해서 본 이 영화의 예상 별점이 4.7점이라는 것을 보고 조금 기대가 올라갔습니다. 사실, 어떤 영화인지 파악이 조금 안되어서 기대가 덜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영화는 인종에 차별에 대한 영화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인종에 대한 영화와는 다릅니다. 백인 같은 흑인과 흑인 같은 백인의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백인의 이미지와 흑인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그런 이미지를 완벽하게 뒤집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초반부터 흑인과 백인의 경계를 없다싶이 합니다. 즉,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은 아니고, 흑인이라고 다 같은 흑인은 아닙니다. 보이는 것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토니를 생각해보면, 상당히 불량해 보입니다. 영화 내내, 담배를 물고 언어도 저속한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반대로 돈 셜리는 품위 있고, 어느 상황에서도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이 두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둘은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사이가 됩니다. 영화에 여기저기에 등장하지만, 나중에 둘은 점점 친구가 됩니다.  

글의 첫 부분에서 각본이 돋보인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영화는 정말 영리한 각본입니다. 우선, 캐릭터 설정이 아주 뛰어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캐릭터와는 전혀 반대되는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그뿐만 아니라 전개가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절대 서두르지 않습니다. 돈 셜리처럼 품위 있고 우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차곡차곡 쌓아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강조되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스며듭니다.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입니다.  

영화 속에서 몇몇 인물이 토니에서 셜리를 말하면서 보스냐고 물어보는 질문이 잦습니다. 처음에는 그도 그런 질문에 선뜻 대답하지 못했고, 부정적인 대답을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이 물어보지 않아도 스스로 자신의 보스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경찰이나 인물들의 등장이나 행동이 영화 속 인물들이 예측하는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리고 그것이 어느 순간 감동적인 장면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제목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서 영화 속 내용이 그린북이라는 것과 어떻게 연관이 되어있는 가에 대해서만 생각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린북이라는 단어 자체가 가지는 의미가 점점 없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전적 의미로만 보면 그린북은 동향 보고서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린북은 흑인 여행자를 위한 그린북으로 등장합니다. 그 책자에는 흑인이 묵을 수 있는 호텔 및 식당들이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린북을 다른 의미로 해석합니다. 토니에게 주어진 그린북을 토니가 보는 장면이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실,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똑같은 사람으로서 대하면 그것이 굳이 필요한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편견을 받는 입장에서도 그런 편견 때문에 스스로 움츠러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과거 영화 [연애담]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연애담]은 두 사람 사이에 그 어떠한 것도 가로막는 장애가 없습니다. 적어도 영화 속에서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스스로 타인의 눈치를 보고 서로를 멀리하게 되는 것입니다. 돈 셜리 역시 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구도입니다. 백인들은 흑인인 그가 연주하는 것을 보며, 자신들의 고상함을 보여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무대로 내려온 그에게는 매정합니다. 반대로 셜리 역시 무대 위에서만큼은 그런 편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는 백인들에게 오히려 당당해지려고 백인들을 위한 무대에만 섰던 것일 겁니다. 그리고 영화가 어느 정도 흐른 뒤에 흑인들 앞에서 무대를 섰을 때 그의 모습은 영화 중에서 가장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도 스스로 편견에 둘러싸여 자신도 모르게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마주할 용기가 없었을지도 모르죠. 특히, 마지막 장면을 보면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듭니다.  

간단합니다. 똑같은 사람으로 대하면 됩니다.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은 이야기를 나눠보고, 시간을 보내면서 천천히 해도 됩니다. 영화 속 두 인물도 서로를 겉모습만 보며 판단을 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해결하고, 둘도 없는 친구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앞에 했던 말처럼, 백인이라고 다 같은 백인은 아니고, 흑인이라고 다 같은 흑인은 아닙니다.  

영화 [그린북]은 상당히 잘 짜인 영화입니다. 잘 계산되어 있는 이야기와 캐릭터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주제가 상당히 잘 전달됩니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들 속에 잘 스며있는 음악까지 함께 할 수 있습니다. 특별하게 단점이라고 할 만한 일이 없는 것 같습니다. 2월 아카데미 시즌을 앞두고, 시작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 이제 슬슬 나올 작품성 좋은 영화들이 아주 기대가 됩니다.  

4.5 / 5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매거진의 이전글 순한 맛?? 궁금해 허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