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를 쓰는 방법, 그리고 좋은 글이란
예전에는 단순히, 영화를 보고 정리 혹은 스스로 공부를 위해 글을 작성했습니다. 지금은 영화를 보고 글을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반응이 생기니, 흥미도 생기는 것 같습니다. 의무감으로 시작했던 일이 습관이 되었고, 그 습관이 이제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지금 저에게 글쓰기는 일상이 되었습니다. 글쓰기를 하면서 변화된 것은 조금 예민해졌습니다. 아무래도 영화에 대한 생각을 적어야 하기 때문에 영화를 볼 때 어떤 점이 거슬리게 되도 합니다. 이 점은 영화를 볼 때만 아니라, 다른 일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식사를 할 때나, 어떤 서비스를 받을 때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합니다.
제 주위에 몇몇 분들이 그런 질문을 합니다. '영화를 볼 때, 어떤 자세로 보세요?'. 제 주위에도 영화를 보고 글을 남겨보고 싶어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비슷한 전공을 가진 친구들도 그런 질문을 합니다. 이동진 평론가는 영화를 보면서 메모를 한다고 합니다. 보기 전에 A4용지를 포개서 허벅지 밑에 깔아 놓고 있다가 한장씩 꺼내서 메모를 한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안 보고 메모를 해서, 뒤죽박죽이었는데 지금은 아주 능숙하다고 합니다. 눈과 귀는 영화를 보면서, 손은 허벅지 위에서 펜을 쥐고 글을 쓴다고 합니다. 그것도 아주 잘 정리가 된 상태로 나온다고 합니다.
저도 그런 시도를 해본 적이 있는데, 저랑은 맞지 않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디테일함보다 전체적인 흐름이나 감정 그리고 감독의 연출 의도보다는 관객이 받아들이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때문에 굳이 메모를 하려고 하지 않고, 영화를 볼 때 최대한 집중해서 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보다 보면 집중하려고 해도 하나둘씩 보입니다. 예민해지는 것이 이점에서 장점으로 발휘됩니다. 사소한 것을 쉽게 발견하기도 하고, 어떤 배우가 다른 영화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 그것이 바로 눈에 띄기도 합니다. 그리고 영화를 분석하면서 보기보다는, 영화를 보는 그 순간만큼은 즐기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글은 써야 하니 영화를 보고 나서 서둘러 핸드폰을 꺼내서 리뷰에 쓸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어도 나가지 못하고, 핸드폰으로 간단한 키워드를 빠르게 메모를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엔딩크레딧을 보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놓치게 되는 경우도 있고, 엔딩크레딧에 일러스트나 그래픽을 이용해 나오는 영상에도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것도 습관이 된 후에는 영화를 보고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글을 쓰더라도 영화의 내용이 잘 정리가 되는 편이었습니다. 가끔 영화에 대해 생각이 안 날 때에는 네이버 영화에서 줄거리가 아닌 ‘명대사’를 찾아보는 편입니다. 영화 속 대사들을 보면서, 당시 상황이나 주인공들의 성격들이 더 명확하게 기억이 납니다.
영화에 대한 내용은 이런 식으로 정리를 하고, 대충 정리가 되면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저는 첫 문장을 비교적 빨리 시작하는 편입니다. 글의 성격이 시의성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깊은 고민보다는 간단하게 생각하는 편입니다. 보통은 영화에 대한 화젯거리나 제가 영화를 보기 전에 가지고 있던 기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쓰는 편입니다.
본문을 쓸 때는 글을 쓰면서 언급할 내용들은 미리 적어 놓거나, 머리 속에 담아두는 편입니다. 그중에서도 꼭 언급할 내용과 부수적인 내용을 구분합니다. 꼭 언급할 내용은 반드시 포함시켜서 쓰고, 그렇지 않은 내용들은 꼭 언급할 내용들 사이에 중간 다리로 사용하거나, 글에 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전체 생각이 100이라면 실제 글에 담기는 정도는 60%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글의 목적을 항상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글을 통해 전하고 싶은 것을 정합니다. 저의 영화 리뷰는 영화에 대한 분석보다는 저의 생각을 위주로 쓰는 편입니다. 영화의 완성도나 작품성도 중요하지만, 재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도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보는 재미도 중요합니다. 관객들이 흥미를 가질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액션일 수도 있고, 자극적인 어떤 콘텐츠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 흥미가 아니라 극 중 내용과 잘 어울린다면 그것이야 말고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상류사회]와 [색계]에는 똑같이 수위 높은 노출 장면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상류사회]에서는 그 장면의 목적이 너무 흥미 위주로 치우져 있기 때문입니다. 노출 장면 때문에 망작이라는 평을 받은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이 맥락 없이 나왔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나올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길이는 대략 MS워드 기준 A4 1장 반 이상은 작성하려고 합니다. 예전에는 이 길이를 맞추기 위해 일부러 글을 늘이고, 같은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곤 했습니다. 요즘은 그런 표현들을 줄이려고 하는데 그런 일이 습관이 되어서 저도 모르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을 원합니다. 때문에, 영화에 대한 내용도 최대한 풀어서 쓰려고 하고, 영화도 너무 어렵거나 어려운 영화보다는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때문에 글의 내용에서도 그런 흥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기도 합니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잘 쓰기는 어렵습니다. 최근에 책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처음부터 잘 쓰는 사람은 없습니다]라는 책입니다. 나름 잘 쓰고 싶은 생각도 있고, 다른 이의 생각도 궁금했습니다. 지금도 저는 글을 쓰는 것이 어렵습니다. 다만, 글쓰기에 집중하기보다는 저의 생각을 표현하려고 노력합니다. 글을 쓰는 방법이나 기술도 중요하기만, 그 안에 자신이 생각하는 생각이나 내용들이 들어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주 쓰면,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기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