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국내 음원 어플 이야기
‘이 노래가 요즘 차트 1위잖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노래방을 가서 들은 말이다. 영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지만, 영화는 종합 예술 인터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많다. 배우와 연기 그리고 영화에서 연출과 연기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음악이다. 첫 유성영화인 [재즈 싱어]가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만 하도, 모든 영화는 화면 속 배우와 음악만으로 영화가 전개되었다. 영화는 그 시작부터 음악과 함께해왔다. 모든 영화에 음악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음악은 영화를 더욱 윤택하게 해준다. 음식에 떨어뜨리는 참기름 같다고 할 수 있겠다.
2000년대부터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터넷에 음원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당시 음원이 주로 소비되던 곳은 mp3 플레이어였다. Mp3의 보급과 함께 음원을 다운로드한다는 개념이 생겼고, 이는 불법 다운로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멜론에서 DRM이 걸려있는 DCF 형식의 파일을 내놓았고, 다른 음원사이트 역시 정식 MP3 다운을 지원하는 형식으로 발전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MP3를 다운로드하는 시대에서 스트리밍을 하는 시대로 들어섰다.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소비하면서, 소비의 패턴은 더욱 빨라졌다. 소비의 패턴이 빨라지자 사람들은 요즘 유행하는 음악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덕분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음원차트를 통해 자신이 듣는 노래를 찾는다.
나는 현재 애플 뮤직과 유튜브 프리미엄 구독을 하면 따라오는 유튜브 뮤직과 핸드폰 요금제를 통해 따라오는 지니(kt)를 이용하고 있다. 주로 이용하는 건 애플 뮤직의 큐레이션을 통한 음악을 많이 듣고, 지니를 통해서는 애플 뮤직에 없는 한국음악과 영화 OST를 듣는다. 애플 뮤직의 음악은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일부 음원 중에서도 일본 음원은 한국에서는 들을 수가 없다.
최근 개봉한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에서 사용된 [Front Memory]라는 노래가 있다. 이 음원은 국내 음원사이트는 물론이고, 애플 뮤직에서도 볼 수가 없다. 이 음악을 듣기 위해서 나는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유튜브 뮤직을 설치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공식 음원이 아닌 뮤직비디오 있는 음원이나 다른 사용자가 올린 음원을 들을 수 있다. 그전에 일본 드라마 [도망치는 건 부끄럽지만 도움이 된다]에서 나와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호시노 겐의 [Koi] 역시 한국 어디서도 공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심지어, 이 노래는 유튜브에서도 호시노 겐 공식 유튜브를 통해 들을 수 있는데, 중간에 앨범 홍보 멘트가 포함되어 있어서 원곡을 듣기는 어렵다. 이 곡을 들으려면, 다른 사람이 커버한 곡이나 홍보 멘트가 포함되어 있는 곡을 들어야 한다.
애플 뮤직은 일본에서도 서비스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애플 뮤직에 노래가 존재하긴 한다. 하지만, 한국은 서비스 대상국이 아니라서 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즉, 공식 앨범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면 한국에서는 이 음원을 들을 방법이 없다.
그 외에 국내 음원사이트를 통해서 들을 수 없는 음악들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재즈나 락을 많이 듣는 편인데, 국내 음원사이트에서 들을 수 없던 음악들이 큐레이션을 통해 소개되기도 한다.
애플 뮤직과 유튜브 뮤직의 첫 화면을 보면 두 회사 모두 이런 큐레이션을 전면으로 내세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틀어준다는 것은 상당히 수고를 덜어주는 일이다. 애플 뮤직을 이용하기 전에 멜론을 사용했다. 그 이전에는 벅스, 엠넷, 네이버 뮤직, 쥬크온, 소리바다 등 꾀나 많은 음악 앱을 사용해봤다. 이 서비스들은 음악 듣기 위해서는 내가 스스로 음악을 찾아서 재생목록에 넣어야 한다. 때문에, 항상 음원 사이트를 옮기면 기존에 내가 듣던 리스트를 가져올 수 없어서 불편했다. 뿐만 아니라, 이 리스트를 PC와 공유가 되면 좋을 텐데 이 기능을 완벽하게 지원하는 곳도 드물다. 공유 앨범이라는 다른 곳에 공유를 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음악을 단순히 나의 일상생활의 BGM 정도로 생각한다면 아무 음악이나 들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듣는 음악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 나에게는 이 점이 상당히 마음에 안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음악만 듣고 싶은 것이 아니라, 내가 별로라고 생각될만한 음악을 듣고 싶지 않은 것이다. 좋아하는 음악만 듣는다고 하면, 평생 같은 노래만 들어야 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 비슷한 노래를 추천해주면, 내가 좋아할 만한 많은 노래를 듣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는 차트에 조금 더 집작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애플 뮤직을 사용하면서는 그런 걱정이 없어졌다. 나의 음악 데이터가 없어도 어떤 노래가 마음에 들었다면, 해당 노래로 스테이션을 만들면 그 노래와 비슷한 노래들로 계속 재생이 된다. 유튜브 뮤직도 이런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국내 음원 사이트도 이런 기능이 있다. 하지만, 국내 음원 사이트의 이 기능은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아무래도 애플이나 구글이 가지고 있는 알고리즘은 수집 대상이 전 세계 사람이고, 표본도 많기에 조금 더 정확한 결과를 내놓는 것 같다.
결국, 사람들이 음원차트에 있는 음악을 듣는 이유는 두 가지로 말 할 수 있다. 음원 사이트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음원차트다. 때문에 새로운 노래가 올라오면, ‘나는 모르는 노래인데, 이 노래가 인기가 있다고 하네?’ 하면서 들어보게 된다. 때문에 차트 순위는 중요하다. 음원 차트의 조작 논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노래를 찾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함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영화나 음악을 이용하려고 하는 이유는 내 취향에 100% 맞지는 않더라도, 100% 반대되는 경우는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100% 맞는 음악을 찾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시행착오는 애플 뮤직과 유튜브 뮤직은 사용자가 처음에 자신의 취향 곡 몇 가지만 알려주면 사용자 패턴에 맞는 노래를 추천해준다.
최근, 국내 음원 앱에서도 개인 큐레이션을 서비스를 하는 업체가 늘어가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다른 사용자들 혹은 회사 자체에서 테마에 맞는 음악들을 플레이리스트 형태로 제공하거나 사용자에게 맞는 노래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추천이 아직까지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는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모자라서 애플 뮤직과 유튜브 뮤직을 쓰는 것은 아니다. 기존에 쓰던 멜론에서 애플 뮤직으로 넘어온 이유는 현제 쓰고 있는 아이폰에는 애플 뮤직이 조금 더 호환이 잘되고, 해외 음원이 더 많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자신의 취향을 모르는 분들에게 더 다양한 음악을 듣고 진짜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들으면서 느끼는 행복감을 함께하고 싶을 뿐이다. 한국식 발라드와 아이돌의 댄스곡만 좋아했던 내가 재즈를 찾아서 들을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내가 모르던 나의 취향을 알고리즘이 찾아준 것이다. 어쩌면 나도 모르는 나를 아는 이런 서비스들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