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냥 뻔한 영화입니다. 새로운 소재도 없고, 새로운 스토리도 없습니다. 제목도 과거 어떤 한국 영화의 제목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는 이유는 이 영화가 어떤 주제의식을 가지고 심오하게 풀어내는 영화도 아니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코미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길지 않은 러닝타임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표방하고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원더풀 고스트]입니다.
[원더풀 고스트]는 CGV 단독 개봉을 했습니다.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해서 단독 개봉을 한 것이 아니라, 배급사인 JNC에서 CGV 측에 먼저 단독 개봉 요청을 했다고 합니다. 그동안 CGV에 단독 개봉을 수차례 배급한 JNC에서 비교적 작은 영화인 [원더풀 고스트]가 상영관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단독 배급을 요청하여 CGV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상영관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입니다.
사실, 단독 개봉이라는 것이 양날의 검 같은 존재입니다. 처음 단독 개봉을 들었을 때는 극장에서 돈을 많이 써서 경쟁적으로 유치하는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퀄리티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단독 개봉이 배급사에게 배급 비용을 줄이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치즈 인 더 트랩]의 경우 제작비 40억이 들어간 큰 영화임에도 CGV 단독 개봉으로 영화가 개봉되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흥행하지 못했습니다.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단독 개봉은 영화의 흥행에 자신이 없는 영화가 배급 비용을 아끼면서, 상영관을 확보하는 편법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원더풀 고스트]도 훌륭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스토리와 소재, 그리고 뻔한 결말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볼만한 이유는 배우들의 연기 때문입니다. 마동석 배우는 이미 검증이 된 배우입니다. [원더풀 고스트]도 마동석 배우의 인기나 인지도에 기댄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눈이 가는 배우는 김영광 배우와 이유영 배우입니다. 두 배우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김영광 배우는 [너의 결혼식]에서도 기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그의 매력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원더풀 고스트] 역시 김영광 배우의 매력이 아주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그의 잔망스러운 표정은 아주 매력적입니다. 김영광 배우가 여태까지 왜 이런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였는지 의문입니다. 또한 이유영 배우 역시 자신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습니다. 이전 영화들에서 보여주지 못한 새로운 매력을 본 것 같아서 아주 좋았습니다.
영화 내용적인 면에서 보면,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메시지는 좋습니다.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라는 동화 같은 주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물들이 과거에 어떤 사연으로 인해 지금의 이 인물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이 나옵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이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 것인지, 너무나도 뻔하게 보입니다. 그 이유는 너무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인 ‘장수’는 자신의 딸에게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 말라고 합니다. 심장이 안 좋은 자신의 딸이 타인을 도와주다가 심장에 무리가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생각할 관객이 얼마나 될까요? 영화는 이 사실을 자꾸 반복적으로 보여줍니다.
대놓고 ‘얘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지?’라고 자꾸 말합니다. 관객 스스로 궁금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자체가 그 사실에 대해 궁금해합니다. 영화는 관객들이 보고 스스로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 생각까지 영화가 대신합니다. 물론, 관객들이 스스로 생각을 하고 의문을 품게끔 각본이 잘 나오지 않았으니, 억지로라도 궁금증을 가지게 하는 것이죠. 관객 입장에서는 ‘지나고 보니 이것이 복선이었어.’라고 생각을 하게끔 영화를 만들어야 하는데, [원더풀 고스트]는 그러지 못한 것이죠. 이것을 아주 잘 활용한 영화는 [서치]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치]에서는 영화를 보면서 관객들이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지나갔던 일이 나중에 엄청난 결말로 다가옵니다. 관객들로 하여금 ‘아, 이게 그거였어?!’라는 반응이 나와야 관객들은 이 영화가 재밌다고 느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재미는 없습니다. 그냥 모든 것이 뻔하게 흘러갑니다.
그럼에도 전 영화를 재밌게 봤습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런 영화가 아주 못 만든 영화라고 생각은 안 듭니다. 이것보다 더 재미없는 영화도 많기 때문이죠. 영화의 작품성은 떨어지지만 관객들에게 어필을 못할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담으로 영화를 보고 다른 네티즌들의 별점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예전부터 든 생각이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평가가 조금 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에 봤던 영화 중에 [원스 어폰 어 타임인 베니스]라는 영화는 정말이지 너무 재미가 없는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와 [원더풀 고스트]가 평점이 비슷합니다. 그렇다고 높은 평점을 받을 영화는 아니지만, 평점 테러 수준으로 보였습니다. 영화를 보는 다양한 눈이 존재하는 것이 맞습니다. 영화를 보고, 평점을 올리는 정도의 네티즌이라면 아마 많은 영화를 보고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일 것입니다. 그분들도 그들만의 기준으로 영화를 보고 평점을 올릴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상업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낮은 평점을 주거나, 할리우드 영화 혹은 다양성 영화라는 이유만으로 높은 평점을 주는 것은 보여주기 식 평점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됩니다. 모든 분들이 그러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저도 한국상업영화는 수준이 낮다고 안 좋게 보고, 오로지 다양성 영화만 높은 평점을 주던 때가 있었습니다. 영화라는 콘텐츠는 예술의 한 종류이기도 하지만 문화생활의 한 분류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평점을 낮게 준 영화를 재밌게 봤다는 사람을 예술적 소양이 없다고 무시해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나의 흥미를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지 평가를 위해 영화를 보는 것이 아닙니다. 최근에 비슷한 사례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을 봐서 생각이 나서 썼습니다.
[원더풀 고스트]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가볍게 보며 웃을 수 있는 영화입니다. 조금 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영화 속에 나름의 주제의식과 캐릭터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가 아주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더욱 재미없는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3 / 5 가벼운 영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