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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Apr 04. 2019

재능과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

영화 [나의 작은 시인에게] 시사회 리뷰 (스포일러 일부 포함)


이미 많은 영화제를 통해 사람들에게 소개가 된 [나의 작은 시인에게]는 매기 질렌할의 캐스팅으로 알려져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의 원제목을 보면 [The Kindergarten Teacher]로 직역하면 유치원 선생님이라는 뜻인데, 이 제목 그대로 개봉했다면 국내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개봉한 것 같은데 한국에는 관련 기사가 없네요. 짧은 영어로 구글 검색해서 찾아보니까, 넷플릭스 공개도 하고 극장 개봉도 한 것 같은데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립니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유치원 선생인 주인공의 원아 중 한 명이 시에 재능이 있음을 알고, 그 아이의 재능을 키워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가지고 있던 시에 대한 욕망을 해소하려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시인 요아브]라는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인데, 생각보다 영화가 심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1.     욕망과 욕심


주인공인 리사는 시를 통해 자신의 예술적 욕망을 채우려고 합니다. 평생교육원을 통해서 시에 대한 수업을 들으면서, 시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 있는데, 지미라는 아이가 하는 이야기가 시로 들립니다. 지미는 시라고 생각을 안 하고 말을 했겠죠. 리사는 지미가 말한 시를 옮겨 적어서, 수업에 이야기를 하는데 이게 칭찬을 받습니다. 이로써, 지미의 재능을 확인하고 지미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도와준다고 하는데, 사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그것을 핑계로 보입니다. 


 사실, 리사는 진짜로 지미의 재능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주변에서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혹은 현실에서 부모가 자신이 어릴 적 이루지 못한 꿈을 자식이 이루어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상당히 많이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자식이 부모님한테 ‘나는 아바타가 아니에요. 난 내 삶을 살 거야’라고 하는 그런 장면들이 있죠? 

 리사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생각합니다. 리사는 자식들에게 시종일관 예술적인 것을 강조 아니 강요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것을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리사가 재능이 없는 자신 대신에 자식이 그 꿈을 대신 이뤄줬으면 하는 생각이 있는 겁니다. 그런 생각은 지미를 만나면서 더 강해졌습니다. 자신의 자식이 아닌 지미가 그런 쪽에 재능이 있는 걸 알았는데, 지미의 집에서는 지미를 신경을 쓰지 않으니 더욱 안타까운 것이죠. 조금만 이끌어주면 괜찮아질 것 같은데,라는 생각이 그녀를 사로잡은 것입니다. 


 지미가 재능이 있어도, 못 키울 것 같으니 자신이 키워주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으니, 자식들이 그 재능을 가지고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의 그녀의 생각이죠. 물론, 그것은 그녀의 욕심이죠. 자식들은 저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것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것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2.     관심과 사랑 


 리사의 관심은 부러움에서 시작됩니다. 지미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자신의 자식이 가지고 있었다면 그녀는 마음껏 사랑을 해줬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미는 가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때문에 그 재능을 키우기 위해서 그의 보모, 삼촌 그리고 아버지까지 만나서 이야기를 해보지만 다들 지미에게는 관심이 없습니다. 물론, 그들에게도 그들만의 사연이 존재합니다. 그의 아버지는 그가 평범하게 자랐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미 자신의 동생이 재능을 키우기 위해 노력했다가, 실패한 전적이 있었기 때문이죠. 이런 비슷한 이야기는 [어메이징 메리]라는 영화에서도 비슷하게 등장합니다. [어메이징 메리]는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메리라는 아이의 교육 방식을 가지고 싸우는 어른들의 이야기입니다. 우리에게 스티브 로저스로 이미지가 굳어진, 크리스 에반스와 [캡틴 마블]에서 어린 캐롤 댄버스 역으로 나온 ‘맥케나 그레이스’ 그리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의 작품입니다. 이 영화도 상당히 괜찮은 영화니 궁금하신 분들은 한번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지미의 재능에 관심이 없는 리사는 본인이 나서기로 합니다. 지미에게도 시가 떠오르면 자신에게 말해달라고 이야기하고 전화번호까지 알려줍니다. 지미는 자신이 시가 떠오르면, 리사에게 전화를 하고, 리사는 그 시를 받아 적습니다. 이 전화가 남편과 좋은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마침 그때 옵니다. 리사는 자신의 남편을 내팽개치고, 리사는 지미의 시를 받아 적습니다. 리사가 속옷 차림으로 전화를 받으면서, 열정적으로 지미의 시를 적고 있는 동안 남편은 주섬주섬 옷을 입고 있는데, 이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리사는 이미 지미에게 상당히 많은 애정을 쏟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이미 리사에게 1순위는 지미가 된 것입니다. 


사실, 리사는 지루한 일상을 살고 있었습니다. 수업에서도 자신의 재능이 부족하니 재미가 없고, 집에 있는 자식들은 자신과 대화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남편은 자신 말고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미는 자신에게 예술적인 활력을 주는 존재입니다. 마치, 자아를 실현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죠. 시 수업에도 지미의 시로 자신이 발표를 하고 난 뒤에 재능이 있다면서, 시 선생님도 그녀를 재능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고, 그녀에게 관심을 가집니다. 그녀도 예술적인 조예 있는 선생님을 마다할 이유가 없습니다. 자신의 결핍을 채워 줄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리사의 욕심은 점점 커지고 결국 넘지 말이야 할 선을 넘습니다. 사실은 넘은 선이 한두 개가 아니죠. 많습니다. 



3.     일탈 후 현실 (결말 스포일러 포함)


리사는 지미의 아버지가 반대하는 시 발표회에 지미를 데려갑니다. 지미가 발표하는 시 중에 ‘애나’라는 시가 있습니다. 시를 잠깐 소개해드리면, ‘애나는 아름답다. 나에게는 충분히 아름답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입니다. 발표회 전까지는 이 애나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도 지미가 대답이 없었는데, 발표회에서 지미는 애나가 누구냐는 질문에 대답을 합니다. 애나는 같은 유치원 선생님인 메건이었죠. 여기서 리사가 약간 화가 난 듯한 리액션을 보이는데, 그 이유가 명확하게 표현되지는 않습니다. 저의 생각으로는 지미가 자신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애정을 쏟아주는데, 지미도 그러길 바란 것이죠.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것에 실망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곧 현실을 자각하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흔히 말하는 현타가 온 것이죠. 


저는 이 사건을 통해 드러난 리사의 감정이 영화 속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들로 사랑의 작대기를 해보면, 저마다 다른 사람에게 작대기가 향하고 있을 것입니다. 단순하게, 리사가 자식들에게 관심을 보이지만 그들은 이미 다른 친구들에게 더 많은 관심이 있고, 남편이 리사에게 관심을 두려고 하자, 리사는 지미에게 관심이 있고, 지미는 메건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런 상황이 되는 것이죠. 

이 일을 계기로 지미의 아버지는 유치원을 옮기게 되면서, 리사와 지미는 이별하게 됩니다. 리사도 지미가 없어지면서 마음이 공허 해집니다. 그날 저녁에 리사는 가족들과의 식사를 계획합니다. 자신의 아들과 딸에게 밥을 먹자고 하는데 항상 튕기던 그들이 리사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이 대목 또한 상당히 의미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영화가 조금 더 진행되면 나오지만 사실 이 식사를 리사의 마지막 식사입니다. 집을 떠날 것을 생각한 것이죠. 때문에 오히려 마음을 비운 상태가 된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그 마지막 식사가 중요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마음을 비운 상태로 그들에게 진심을 전달한 것입니다. 그 진심은 그들에게 닿을 정도로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거기에 딸인 브리트니가 사과까지 합니다. 한 편으로는 진작 이렇게 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다음 날, 아침에 짐을 싸서 집을 나와서는 지미를 데리고 멀리 도망갑니다. 지미도 그런 그녀를 아무런 의심 없이 따라가죠. 강가에서 수영을 하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 장면이 상당히 재밌습니다. 두 사람을 남녀 사이처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죠. 유치원 선생인 리사는 지미를 자신의 원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이미 그 선을 넘어간 것이죠. 지미가 먼저 씻고 나와서, 리사가 씻는데 지미가 욕실 문을 밖에서 잠급니다. 그리고는 경찰에 자신이 납치되었다고 신고를 합니다. 이 부분에서 놀라웠습니다. 지미가 신고를 했다는 것도 놀라운데, 리사가 그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점도 인상적입니다. 신고를 하고 있는 지미에게 신고 방법을 알려줍니다. 그제서야 리사도 유치원 선생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리고는 지미에게 옷을 벗은 상태로 잡혀가고 싶지 않다면서, 문을 열어달라고 합니다. 지미도 그녀가 유치원 선생으로 돌아갔다는 것을 인지하고 문을 열어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시 발표장에서 리사에게 화가 났냐고 물어보는 장면에서 이미 지미는 그녀의 감정을 살피고 있다는 것이 나옵니다. 그전까지 지미는 리사가 원하는 것을 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그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움직이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 지미가 리사의 감정을 살핀다는 것은 지미도 리사를 신경 쓰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요?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지미는 경찰차에 앉아서 시가 떠오른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영화의 주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리사는 지미의 재능을 발굴해준 사람입니다. 자신의 욕망을 주체하지 못하고, 선을 넘은 것이 그녀의 문제겠지요. 하지만, 그전까지 그녀가 한 역할은 지미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지미에게 그녀가 없어지자, 지미의 외침은 그냥 묻히게 됩니다. 아마 지미는 이후로도 계속 시가 떠오른다고 할 것이고, 다른 어른들은 그 말에 대해 그냥 넘어갈 것입니다. 그렇게 지미는 다시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지미와 리사는 서로 엇갈린 환경에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리사에게는 열정이 있지만 재능이 없었고, 지미에게는 재능은 있지만 그것을 키워줄 부모가 없던 것이죠. 두 사람은 엇갈린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리사와 지미가 한 가족이었다면 이 두 사람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요? 


이 영화는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야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키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미의 아버지는 재능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고, 한 번의 실패로 지미의 재능에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저 평범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었던 것이죠. 때문에, 리사가 지미의 재능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관심이 없던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재능을 어른의 욕망으로 다가가면 엇나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리사의 자식들에게 어떤 재능이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아들은 정말 군인이 잘 맞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만약, 리사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지미의 재능을 지켜주려고 했다면, 어느 순간에 지미는 스스로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 속에서 아이들에게 알파벳을 가르치는 것을 보면, 머지않은 시간에 지미는 스스로 시를 적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지미의 재능을 자신의 욕망을 채우는 도구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두 사람 모두에게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4 / 5  재능과 욕망이 교차하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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