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Oct 04. 2018

[영화] 베놈

소니 마블 유니버스 예고편을 보기 위한 여정. Feat 쿠키영상

영웅인가, 악당인가

이 문구만 보면, 이 영화의 주인공인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인물로 보인다. 즉, 겉으로 보기에는 나쁜 놈 같지만 그의 내면에는 어떤 대의적인 이유로 그런 행동을 행하는 것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 영화는 그 지점을 놓쳤다. 영화 [베놈]의 이야기다.

 


 

이 글은 영화 [베놈]의 쿠키 영상에 대한 이야기와 결말의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기생수]의 결말에 대한 약간의 언급이 있습니다.

 

 마블 아닌 마블 영화다. 20세기 폭스의 인수로 대부분의 마블 캐릭터의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만, 일부 캐릭터에 대해서 아직 소니픽처스가 저작권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베놈]이고, 소니 마블 유니버스라는 새로운 세계관을 만드는 시작점에 있는 영화다. 요즘 할리우드 영화사 별로 각자의 유니버스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소니는 그나마 마블이 있어서 조금 더 수월하게 팬층 확보 및 세계관 구성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큰 프로젝트의 시작인 영화 [베놈]은 개봉 전부터 분량 편집 논란이 많았다. 그 때문이었을까, 시사회 반응도 그리 좋지 못했다. 영화 [독전]을 보면서 억지로 15세로 맞춘 느낌이 났는데, [베놈]에서도 그런 느낌이 난다는 의견이 있었다.

직접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그런 생각에 조금 동의를 했다. 하지만, [독전]만큼 강하게 들지는 않았다. 유니버스의 특성상 앞으로 나올 영화가 많다. 당장 앞으로 8편의 영화를 계획 중이다. 이미 캐스팅도 끝났고, 그중 한 캐릭터인 ‘카니지’가 [베놈]의 쿠기 영상에 등장한다. 앞으로 많은 캐릭터들이 나올 예정인데, 이 영화들을 모두 보게 하려면 첫 영화의 등급이 낮아야 한다고 생각이 들 수 있다. 청소년들까지 끌어들여야, 더 많은 팬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획이었던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킹스맨]이나 [엑스맨]같은 콘텐츠를 원하고 있다. 20세기가 디즈니에 인수되면서 가장 걱정한 것이 [엑스맨] 시리즈가 12세 영화로 나올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미, 디즈니의 마블이 걷고 있는 길을 소니가 똑같이 간다면 실패는 안 하겠지만 큰 성공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캐릭터의 특성상, 학살의 이미지를 위해서는 필히 수위 높은 표현이 불가피하다.. 또한 큰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럼에도 아쉬운 선택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의 캐릭터는 나쁜 놈처럼 나와야 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베놈’은 그냥 착하게 보인다. 조금 거칠어 보이기는 한다. 조금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다. 이 캐릭터가 무자비하다는 것이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이 안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영화가 [업그레이드]와 일본 애니메이션 [기생수]다. 두 작품 모두 인간의 몸을 숙주로 쓰는 외부 매개체에 대한 영화다. 특히 [기생수]가 이 영화와 접점이 많다. [기생수]는 영화도 애니도 청불이다. 그 잔인한 장면이 이 생명체의 캐릭터를 부여한다. 생각해보면 이야기 전개도 비슷하다. 그런데, [베놈]보다는 [기생수]를 조금 더 높게 치고 싶다. 적어도, [기생수]는 이 생명체들이 왜 지구에 왔고, 왜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하고, 왜 ‘오른쪽이’는 인간의 편에 서게 되었는지 설명이 충분하다. 때문에 공감이 되고, 그들의 생각과 숙주로 나오는 인물들의 변화와 더불어 기생 생명체의 생각 변화 맞물려 우리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베놈]은 그냥 오락영화다.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특히, ‘베놈’이라는 캐릭터의 색이 불분명하다. 이 캐릭터가 무지막지한 느낌이 없다. ‘영웅인가, 악당인가’라는 말을 넣었으면, 이 ‘베놈’이라는 생명체가 엄청 무서운 악당의 느낌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베놈’을 귀여운 캐릭터로 전락시켰다. 이런 좋은 소스를 이렇게 밖에 표현하지 못하다니 아쉽다. 이 영화에서 ‘베놈’은 끝까지 나쁜 놈으로 그렸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쿠키영상이나 결말쯤에서 생각의 변화를 가져올만한 어떤 사건을 가져왔어야 한다. 잘 싸우다가 갑자기 사람 편에서 서겠다고 마음을 바꾼다. 마땅한 이유도 없다. 이 친구가 사람 몸에 들어가더니, 진짜 자기가 사람이라도 되는 줄 아는 것 같다. 앤이 마음에 들어서, 그랬던 것인지 아님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지켜주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 [기생수]에서는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이라는 것을 알아가면서 스스로 생기는 변화를 잘 보여준다. 그래서 베놈은 왜 마음을 바꾼 것일까? 아직도 모르겠다.

 

물론, 이 영화는 이 한편으로 끝날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베놈]으로 시리즈를 내는 것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의 마블은 [어벤져스]라는 한 편을 위해, 각 캐릭터들의 단독 영화를 내서 그 캐릭터들의 개성을 확실히 보여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설명한다. 적어도 소니가 [베놈]의 후속 시리즈를 낼 생각이 없고, 이 영화가 처음이자 마지막 ‘베놈’의 솔로 영화로 생각하고 만들었다면, 정말 안될 일이다. 영화는 ‘베놈’을 너무 착한 친구로 만들었다.

쿠키 영상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우디 해럴슨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마블 유니버스에 등장하는 ‘카니지’라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는 연쇄살인 혐의로 수감되어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에디의 인터뷰에만 응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FBI는 이를 받아들여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카니지’가 말한 대사.

“내가 여길 나가면 대학살의 축제가 벌어질거야”

라고 한다. 그리고 [베놈 2]에서 그가 엄청난 악행을 보여줄 것을 예고한다.

그 외에 CG와 액션은 아주 좋았다. 이 부분에서 조금 더 수위 높게 보여줘도 괜찮았을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 점은 아쉽다. 건물에서 더 극악무도하게 나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간단하게 끝내는 것이 ‘베놈’의 캐릭터를 더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기생수]처럼 그냥 목을 잘라버리고, 심장을 뚫어버리고 이런 액션이 나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습만 괴이하게 만든다고 무서운 것이 아니다.

 

처음이라는 타이틀로 이 영화를 조금 좋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첫 발을 내디딘 소니다. 물론, 그 첫발이 크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재밌게 나올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줬다. DC처럼 [원더우먼] 정말 멋있게 뽑아놓고, [저스티스 리그]같은 망작 내놓지 말고, 신경 써서 만들었으면 좋겠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이다. [베놈]은 너무 천천히다. ‘베놈’의 정체가 조금 더 일찍 나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냥 비슷한 틀에 캐릭터만 바뀌어서 나온 영화다. 어릴 적, 포켓몬스터 빵이 케로로 빵이 되고, 지금은 카카오 프렌즈가 된 것처럼 말이다.

 

 

3.5 / 5  소니 마블 유니버스 예고편을 보기 위한 여정. Feat 쿠기영상

작가의 이전글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