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롱 리브 더 킹] 리뷰
영화 [범죄도시]를 인상적으로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찰과 조폭이라는 상투적인 소재를 이용한 영화지만, 화끈한 액션과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기존 영화에서 많이 보여준 무기력한 경찰이 아닌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는 경찰의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통쾌함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의 영화를 만들기 위해 오랜 시간을 기다렸던 강윤성 감독에게 [범죄도시] 각 종 영화제에서 신인 감독상을 받으면서 좋은 결과를 보여줬습니다.
강윤성의 감독의 신작인 [롱 리브 더 킹]은 [범죄도시]에 이어서 조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의 조폭을 다루고 있습니다.
사실 이 영화의 주연배우인 김래원 배우는 모든 종류의 조폭을 다 해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해바라기], [미스터 소크라테스] 그리고 [프리즌]까지 상당히 많은 조폭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이번 영화는 조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하는 그런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롱 리브 더 킹]은 조폭 두목인 세출이 착하게 살기로 마음먹으면서 나타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기존 조폭이 나오는 영화에서 기대하는 것들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액션 장면도 많지 않고, 나오는 인물들 또한 착한 인물들이 대부분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도 악역이 있습니다. 세출이 지역 국회의원에 출마하게 되면서 맞붙게 되는 상대 국회의원입니다.
사실 이 영화는 정치 영화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정치 영화라는 장르가 기존 영화들에서는 고위층끼리의 권력싸움을 보여주는 느낌이었다면, 이 영화는 그런 모습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영화는 서민과 정치인의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선거에 상당히 익숙하여, 기존 정치인들이 사용하는 네거티브 전략이나 선거적인 전력을 보여주는 ‘만수’라는 인물과 자신의 진심으로 승부하려고 하는 ‘세출’의 대비는 이 영화 속 관객들에게 우리가 원하는 정치라는 모습이 어떤 모습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도 상당히 건전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조폭 영화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건전하기 때문에 조폭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기대할 수 있는 액션이나 욕들은 안 나오는 편입니다. 그리고 원작에 비해서 정치적인 요소가 많이 빠져있어서 정치영화보다는 오락성에 조금 더 치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그런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전체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스토리가 상당히 밋밋한 편이고, 대부분의 전개 또한 예측이 됩니다. 정치영화라고 하기에도 부족한 부분이 많습니다. 팟캐스트 진행자로 나오는 인물이 지역의 한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나 국회의원 후보 등록 및 선거의 과정 또한 상당히 간단하게 그려집니다. 정통 정치 영화에서 보여주는 선거 및 정치에 대한 긴장감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조폭이 개화하게 하게 된다는 이야기에서도 이 영화는 큰 매력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 인물이 이전에 나쁜 사람이 아니었고, 세출이 변화하는 계기 또한 그리 설득력 있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비교적 착한 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도리어 밋밋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단점을 가지고 있지만, 강윤성 감독의 전작처럼 영화 속 캐릭터의 개성은 확실합니다. 김래원, 진선규, 최귀화 등의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개성은 확실해서 이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다만, 영화 속 원진아 배우가 연기한 소현이라는 인물의 위치가 다소 애매한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영화 속 캐릭터의 위치보다는 원진아 배우의 연기력이 조금 부족한 것이 더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최근 드라마 및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며 얼굴을 알리고 있는 그녀는 기존 여배우들과는 다른 신선한 이미지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새롭기 때문에 쓰이는 것 이상으로 오래가기 위해서는 그녀도 연기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영화의 가장 큰 재미는 영화에 등장하는 까메오들입니다. 굳이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예상치 못한 곳에서 놀라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이점은 영화의 큰 매력이 될 것 같으니, 극장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누구나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건전한 오락영화라는 관점에서 [롱 리브 더 킹]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런 건전한 오락영화가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히 밋밋한 스토리와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일부 캐릭터는 영화의 큰 아쉬움입니다. 김래원 배우의 시원시원한 미소와 걸쭉한 사투리 연기 그리고 진선규 배우의 개성 짙은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