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랏말싸미]가 가지고 있는 3가지 이야기
여름 성수기의 시작을 알릴 영화 [나랏말싸미]가 7월 24일에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나랏말싸미]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나랏말싸미]의 이야기들을 개봉 전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영화의 등급
이 영화에 대한 정보를 살펴보면서 가장 놀라운 점은 이 영화의 등급이 전체 관람가라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한국 영화는 자극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낮은 등급을 받아 논란이 되었던 영화가 많습니다. 그런 논란들 속에서 12세 이용가도 아닌 전체이용가를 받았다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특히나 여름 성수기에 경우 휴가철을 맞아 가족끼리 극장을 찾는 고객이 많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전체관람가라는 등급은 영화에게 호재로 작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남녀노소 모르는 사람이 없는 ‘세종대왕’을 다뤘다는 점에서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 분명합니다.
특히나 영화를 연출한 조철현 감독이 영화 [사도]의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정통 사극의 모습이 기대가 됨과 동시에 전체 관람가라는 점에서 영화에 대해 더더욱 기대를 하게 만듭니다.
2. 故 전미선 배우의 죽음
이 소식은 저에게도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이었습니다. 특히나 사고사가 아닌 스스로의 선택이었다는 점이 그녀의 죽음을 더더욱 안타깝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제작사는 동료의 애도의 뜻을 담는 의미로 기자 간담회 및 시사회를 제외한 대외적인 홍보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나랏말싸미]의 GV나 무대인사 등은 진행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제작사과 배급사가 아주 큰 결정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많은 돈이 들어간 영화에서 홍보는 상당히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그것들을 포기한다는 상당히 큰 결정입니다. 그들의 결정에 지지를 보냅니다. 다시 한번 故 전미선 배우의 명복을 빌겠습니다.
3. [나랏말싸미] 표절 논란
표절논란은 그동안 여러 영화들에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저 또한 ‘항상 있어왔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암살] 또한 이런 논란을 겪었습니다. 당시에 저도 이 논란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해 자료 수집을 하면서 이들의 입장을 확인해봤습니다.
[암살]의 표절논란에 대해 잠시 살펴보면, 소설가 최종림 씨가 쓴 소설인 [코리안 메모리즈]의 설정인 여자 저격수, 김구와 김원봉의 암살단 파견, 술잔에 불을 피워 독립군을 기렸다는 점을 유사성으로 상영 가처분 금지 신청을 내었습니다.
실제 최종림 씨는 과거 이 책의 영화화를 위해서 여러 제작사에 시나리오를 보낸 적이 있기 때문에 그 시나리오를 참고하여 극본을 썼다는 것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묘사하기 위한 전형적인 요소이며, 인물의 구체적인 설정은 다르다며 기각 판정을 내었습니다.
[나랏말싸미]의 이런 표절 논란에 ‘아이디어 갈취’했다며, 횡포라고 이야기와 작가 및 출판사가 돈을 뜯어내기 위함이라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습니다.
출판사의 입장은 제작사가 [훈민정음의 길]을 기초로 영화를 제작했다는 주장과 함께 제작 초기에 이런 문제제기를 했으나, 이 협의가 끝나기 전에 촬영을 강행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 후의 합의에서도 제작사 측이 일방적인 파기를 했다고 하였습니다.
이에 제작사는 [나랏말싸미]가 해당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 않다면서, 해당 책이 발간되기 전부터 이런 역사적 해석을 이미 제기돼온 역사적 해석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재판부는 조정을 권유했지만, 출판사 측은 돈을 받기 위한 행동으로 보일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 출판사가 아니라 영화 제작사에서 노이즈 마케팅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하여, 재판을 끝까지 받겠다고 했습니다. 기사를 참고하여 쓴 글인데, 제가 착오가 있었습니다. 이 부분은 저의 명백한 실수입니다. 앞으로 조금 더 확실하게 확인하고 글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작사는 책을 참고한 것을 맞지만, 시나리오는 창작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리해보면
1. 출판사는 [나랏말싸미]가 자신들의 책을 기반으로 시나리오가 제작되었다고 주장
2. 제작사는 참고는 하였으나 직접 창작한 시나리오라고 주장
3. 두 작품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한글 창제 과정에서의 불교의 관여는 책이 출간되기 전부터 이미 나온 내용이다.
이렇게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감독인 조철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훈민정음의 길]을 쓴 박해진 작가를 소개받아서 자문으로 뒀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는 분명히 영화의 제작과정에 작가가 관여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입니다.
같은 역사를 두고 이야기를 쓴다면, 그 이야기를 비슷하게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2012년에 불교 통신 교육원의 책에는 이미 세종대왕과 신미대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아직 영화의 내용이 100% 공개된 상태가 아니기에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으나, 출판사의 가처분 신청은 아마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같이 몇 십억의 돈이 들어가는 사업에 법리적인 검토가 안 되었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에, 정말로 만약에 제작자가 베낄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이런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애매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특정 대사나 구절 등이 완벽하게 같은 것이 아니라면 이는 표절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특히나, 개인의 시선 및 해석이 들어갔다면 더더욱 그랬을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에 표절이 문제가 되었다면, 수많은 한국 영화들은 상영조차 하지 못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문제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대부분의 영화나 드라마 및 스토리를 만드는 측에서는 다른 매체를 통해 본 흥미로운 점을 차용해서 제작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우며, 그것을 만드는 시간이나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는 돌고 돈다는 이야기처럼 이야기가 비슷하다고 표절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다만, 그 이야기를 보여주는 모습이 자신만의 개성이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황이나 주제 및 대사까지 똑같다면 그것이야 말로 진짜 표절일 것입니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 종려상을 받을 수 있던 이유 또한 그렇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영화에서 계층 간의 빈부격차에 대한 이야기를 수도 없이 해왔습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그 이야기를 자신만의 시선으로 개성 있게 풀어내었고,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들은 상당히 신선했습니다. 결국 자신만의 개성이 중요해진 세상입니다. 영화 [나랏말싸미] 또한 그런 개성을 보여준다면, 표절논란은 당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