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문턱에 걸려 넘어진 판타지 영화
이 영화를 말하면, 모두가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말한다. [뷰티 인사이드]도 원작이 따로 있는 영화다. 과거 인텔 광고에서 모티브를 가져왔다. 때문에, 이 영화는 리메이크가 아니다. 이런 설정은 꾀나 있는 설정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 [뷰티 인사이드]와 다른 면도 많다. 같은 영혼에 몸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몸에 옮겨가는 설정이다. 물론, 이것에 대한 설명이 예고편이나 홍보를 통해서 전달하기에는 조금 부족하게 느껴진다. 가볍지만 깃털만큼 아닌, 영화만의 매력이 있는 그런 영화 [에브리 데이]다.
이 글에서는
영화 [에브리 데이]의 클라이맥스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뷰티 인사이드]의 내용 일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더 큐어]의 스포일러가 조금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 영화의 홍보 방향이다. 사람들의 이해를 위해 영화 [뷰티 인사이드]와 비교하여 영화 홍보를 많이 한다. 개봉 당시, 200만 명이 본 이 영화가 아직까지도 이름만 대면 아는 영화라는 것은 이 영화가 사람들에게 기억이 되는 영화 중 하나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인생 영화 중 하나가 [뷰티 인사이드]다. [뷰티 인사이드]는 외모가 변하는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영화다.
물론, [에브리 데이] 또한 비슷한 가닥을 보여준다. 외모가 변하는 주인공을 통해, 사랑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가 [뷰티 인사이드]만큼의 의미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두 인물의 아픔이나 갈등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10대들의 이야기고,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기에 애초에 타깃 층이 다르다. 영화가 가볍다고, 인물들도 가벼우면 안 된다. [뷰티 인사이드]에서 우진이라는 캐릭터는 매일 변하는 외모와는 달리 강직한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진정으로 이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는 외모가 바뀌지 않도록 3일 밤을 세운다. 그러다가, 지하철에서 깜빡 졸아 외모가 바뀌어 버린다. 우리는 우진의 노력을 알고 있었기에, 깜빡 졸아서 외모가 바뀌어버린 우진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에브리 데이]에서도 A가 바뀌지 않으려는 노력을 한다. 그런데, 그 노력이 어떤 노력이고 그가 정말 노력을 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표현이 전혀 안되어 있다. 그냥 어느 순간은 이 영화의 설정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면, 왜 [뷰티 인사이드]와 비교하는 것인 가. 알렉산더의 몸에 들어가서는 그의 몸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전혀 안 나온다.
{‘잘 버텨봐.’ / ‘응.’ / ‘짠, 버텼어.’} 장난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쉽게 바뀔 것이었다면 평생 알렉산더로 살면 되는 것을 갑자기 알렉산더의 인생을 뺏으면 안된다고 한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는 알겠다. 영화를 보면서 A가 하는 생각을 똑같이 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결혼을 하게 되고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 아이는 누구의 아이가 되는 것이고 뭐 그런 내용이다. 10대가 결혼까지 생각하는 건 너무 나아간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결말이 조금은 이해가 안 된다. 매직 리얼리즘의 이야기라면 현실적이지 않더라도 관객들은 충분히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다. [뷰티 인사이드]의 결말이 해피엔딩으로써 이해가 되는 것은 그들이 겉모습이 아닌 진정한 내면을 통한 사랑을 이뤘기 때문이다. 그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결말을 통해 영화는 하고 싶은 이야기를 했기 때문이다.
A가 리아넌의 몸에 들어갔을 때, 아빠와의 관계 및 언니와의 관계에서 발전적으로 이뤄져서 영화의 이야기 전개를 흥미롭게 가져가는 줄 알았는데, 그냥 지나가버렸다. 이런 떡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항상 언급되는 영화가 있다. [더 큐어]다. 이 영화는 정말 떡밥을 많이 뿌린 영화다. 뭔가 미스터리하게 느껴질만한 일을 벌여놓고, 이것에 대해 의문을 해결하지 않고 이야기를 끝낸다. 이 영화에서는 아빠와의 관계 개선 및 친구와의 관계 등 그냥 가볍게 소비되어버리는 장치들이 너무 많다. 리아넌이 A를 통해 인간적인 성숙을 통한 성장을 보여 주지도 못하고, 사랑이 이뤄지지도 않았다. 결국 이 영화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학원물에 무슨 의미를 물어보냐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기에 이 영화가 볼거리가 많은 영화도 아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라면, 본질에 대한 고민이나 이런 것 없이 사랑싸움만 하다가 끝내면 되는데,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를 풀려고 했다.
여태까지 썼던 글의 내용과 다르게 영화는 재밌게 봤다. 개인적으로 가볍게 볼 수 있는 로맨틱 코미디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가볍게 즐기기에는 무리가 없는 영화다. 영화의 클라이맥스 전까지는 말이다. 알콩달콩한 모습도 없고, 주제의식도 없고, 그래도 코미디는 있다. 소소한 웃음을 주기는 한다. 주변 지인들에게 아무 생각없이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로 추천할 것 같다. 판타지적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해의 문턱이 낮음에도 그 장점을 살리지 못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2.5 / 5 낮은 문턱에 걸려 넘어진 판타지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