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짜]만큼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개봉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존재감은 아직도 건재합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받고 있으면서도, 걱정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기대 속에서 개봉한 [타짜 : 신의 손]은 전작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트렌디한 연출과 오락적인 요소가 가미된 영화로 탄생하게 되었지만, 전작인 [타짜]에서 보여준 개성 확실한 캐릭터들의 향연을 기대했던 분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다시 만들어진 3번째 영화인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화투가 아닌 포커라는 새로운 소재로 진화하여 다시 돌아왔습니다.
영화 [타짜]가 매력적인 이유는 최동훈 감독이 만들어 낸 매력적인 캐릭터 때문입니다. 그와 동시에 그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한 배우들의 매력이 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이대 나온 여자야’,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아수라 발발타, 아수라 발발타’와 같이 영화에서 시작된 유행어가 상당히 많습니다. 유행어는 해당 캐릭터의 개성을 표현함과 동시에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짜]가 매력적인 영화였던 이유도 그렇습니다.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다수 등장하기 때문에 캐릭터끼리 만날 때마다 새로운 케미가 생기는 것이죠. 그러한 과정에서 영화의 결말에 등장하게 될 새로운 캐릭터와 주인공이 만나게 되었을 때, 생기는 이야기를 궁금해할 것입니다. 그리고 타짜라는 소재에 맞게 손 기술과 다른 사람과 협력하여 만들어내는 판 짜기 등의 볼거리도 충분히 제공하고 있었죠.
그에 비해 [타짜 : 신의 손]에서는 강형철 감독 특유의 유머가 녹아 있는 연출과 당시 영화의 트렌드를 잘 반영한 트렌디함으로 전작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의 연장선을 생각했던 팬들의 기대에 와는 다른 영화가 되었지만, 같은 세계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영화라는 점은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특징입니다. 하지만, 전작과 비슷한 이야기 패턴과 부족한 캐릭터들의 개성은 영화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게 되는 이유였습니다.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캐릭터가 가지고 있는 손 기술이나 스토리가 아닌 범죄를 공모하는 것에 집중한 영화입니다. 그래서 전작에서 보여준 타짜의 모습을 기대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영화가 조금 실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같은 세계관에서 이뤄지는 전작과는 다른 이야기라고 이해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전작들이 가지고 있던 사기를 공모하는 범죄의 이야기와 피와 성적인 요소가 등장하는 시리즈의 기조는 잘 따르고 있습니다. 이는 시리즈의 기조라고 부를 수도 있지만, 기존 케이퍼 무비에서 보여준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보이는 영화이긴 합니다.
저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자체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오락 영화, 케이퍼 무비로 생각한다면 나름 무난하게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거슬리는 부분도 없고, 영화의 초중반에 등장하는 도박을 하는 장면에서도 나름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특히나, 섯다에서 포커로 소재가 넘어오면서 두뇌 유희적인 요소가 조금 들어가 있었습니다. 단순하게 손 기술이나 합을 짜서 판을 만드는 것이 아닌 철저하게 머리를 써서 계산을 하는 게임으로 표현하여, 블러핑이나 카드 계산 등을 통해서 결과를 예측하는 모습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개인적으로 포커의 매력은 블러핑에서 온다고 생각하는데, 그 부분에 대한 표현이 조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커라는 소재 때문에 화투와는 다른 느낌을 보여줍니다. 포커의 매력을 보여주는 면에서는 괜찮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포커가 주인공인 영화는 아닙니다. 이는 인물들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일 뿐이고, 이 영화의 주된 내용은 호구를 잡아서 사기를 친다는 전작들의 이야기와 비슷한 패턴을 보입니다.
이런 케이퍼 무비가 가지고 있는 특징 때문에 어느 정도 패턴이 읽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의 캐릭터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오션스 11], [도둑들]로 대변되는 케이퍼 무비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한 집단을 이루는 캐릭터들의 개개인의 개성이 확실하고, 그들이 함께 했을 때의 시너지가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을 보여준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영화는 그 캐릭터의 개성이 부족하게 느껴집니다. 큰 기대를 모았던 류승범 배우의 캐릭터도 그리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고, 다른 인물들의 캐릭터들 또한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악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상당히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악역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입니다. 연기뿐만 아니라, 분위기가 괜찮았습니다. 차라리 그들이 주인공이었다면 더욱 재미있는 영화가 되었을 것 같네요.
일출(박정민)이라는 캐릭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름과 더불어 캐릭터의 기조 자체가 조금은 뻔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취준생 캐릭터는 영화의 결말을 두고 보았을 때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고,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 중요한 캐릭터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지만 캐릭터의 의도를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모습입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기대한 캐릭터는 마돈나(최유화)입니다. 최유화 배우가 보여주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기존 몇몇 영화에서 보여준 그녀의 모습이 상당히 기대가 되었습니다. [타짜]의 정마담(김혜수) 정도의 모습은 아니더라도, [타짜 : 신의 손]의 작은 마담(최효주) 혹은 허미나 (신세경) 정도의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영화 중반까지의 모습은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허미나(신세경)의 모습처럼 자신의 뜻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인물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캐릭터의 변화와 함께 이 연기 또한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영화 초반에 보여준 모습이 연기가 아니라 그냥 연기가 부족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이광수, 임지연, 권해효 배우들의 모습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캐릭터가 초반에는 매력적으로 보였으나, 영화가 이를 잘 살리지 못한 느낌입니다. 이 캐릭터들로 이야기를 끌고 가기보다는 이야기 위주와 주인공 일출의 이야기를 위주로 풀어가기에 이들의 모습은 중반을 넘어가면 찾아보기 힘들어집니다.
자꾸 언급하게 되는 [어벤저스]가 재밌는 이유는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잘 살려서 적과 싸운다는 것입니다.
전혀 상반된 두 단어지만, 이 영화에는 그 두 가지 공존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상당히 자극적으로 보입니다. 주연 배우 4명의 노출 장면이 포함되어 있고, 의도적인 클로즈업이나 노출을 통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으며, 피가 튀거나 신체의 일부가 잘리는 등 꽤 자극적은 느낌이 듭니다. 케이퍼 무비 혹은 도박을 소재하고 있는 영화 자체가 자극적인 소재를 이용함과 동시에 돈이 있는 곳은 언제나 자극적인 요소들이 함께 합니다.
그런데, 영화 자체는 상당히 보수적인 느낌입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전개 및 스토리에 대한 부분입니다. [타짜]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새로운 시도를 한 [타짜 : 신의 손] 그리고 [타짜 : 원 아이드 잭]은 본편이 보여준 모습을 따라가려는 듯한 느낌입니다. 소제목으로 영화의 장을 나누는 전개와 새로움이 느껴지지 않은 영화의 스토리는 영화가 너무 안전하게 가려고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어설프게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전한 것을 추구하는 편이지만 그런 영화는 그저 그런 영화로 남을 것입니다.
영화는 분명 아쉬운 점이 있지만, 추석에 개봉하는 오락 영화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가족끼리 볼만한 영화는 아니지만 그냥 볼만한 영화로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다만, [타짜]의 명성을 이어가는 영화라고 하기에는 상당히 많은 부분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타짜]를 연출한 최동훈 감독이 너무 영화를 잘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영화를 아직 안 보신 분이라면 최동훈 감독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고, [타짜]가 얼마나 잘 만들어진 작품인 지 알고 가시는 것을 권장합니다. 나름 괜찮은 영화지만, [타짜]라는 이름을 달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부담을 짊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