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개연속과 동화같은 마무리
한국 코미디 영화라고 하면, 기대보다는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들의 수준은 높아졌는데, 코미디는 그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는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본래 사람을 웃긴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 영화를 이야기하면서, 감독의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이계벽 감독은 전작인 [럭키]를 통해서 697만의 관객 수를 동원하였습니다. [럭키]는 개봉 전 시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지는 못하였지만, 개봉 후 예상치 못한 흥행을 보인 작품입니다. 4일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겼다는 것만으로도 설명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럭키]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주연인 유해진 배우의 연기가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도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크게 의미를 가지고 있거나, 시사점을 가지고 있지는 않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 많은 인기를 끌었고, 현재까지도 케이블 영화 채널에서 자주 방영되는 영화입니다.
전작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유해진에 이어서 이번에는 차승원 배우를 내세운 영화가 나왔습니다. 전작과 더불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다는 점과 약간의 판타지적인 요소 그리고 자극적이지 않은 영화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럭키]가 보여준 단점인 개연성에 대한 부분에서는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는 영화의 캐릭터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인기를 끌었던 [극한 직업]의 경우도 영화 속 캐릭터들이 확실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개성이 영화의 매력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유행어도 생기고, 장 형사와 마 형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이 영화 역시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차승원 배우의 코미디 연기를 이미 많은 영화를 통해서 검증이 되었겠지만, 박해준 배우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 깊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영화에서 악역이나 주인공을 방해하는 역할로 등장했는데, 박해준 배우의 새로운 모습은 상당히 반갑습니다.
차승원 배우의 코미디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다는 점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코미디로 유명한 배우임에도 코미디 연기의 비중이 생각보다 높지 않은 배우라는 점은 그만큼 연기의 폭이 넓은 배우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독전]에서 브라이언으로 나왔을 때, 인상적이었습니다. 본인의 특유의 톤을 유지하면서도,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차승원 배우와 함께 연기한 엄채영 배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실제 삭발을 감행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보여줬습니다. 이계벽 감독은 엄채영 배우에 대해서 연기자의 카리스마가 있다며 칭찬하였고, 차승원 배우 역시 감정을 캐치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우선, 알아 두셔야 할 점이 있습니다. 코미디에 대한 부분은 개인 취향에 따라 그 웃음의 정도가 다릅니다. 제가 재미없었다고 해서, 여러분도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참고만 하시기 바랍니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굳이 나누는 이유는 두 부분의 온도차가 상당히 많이 납니다. 전반부에서는 인물에 대해서 설명과 함께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나오는 코미디들이 대강 예상이 되어서 크게 재밌지는 않았습니다. 특히나, 지적장애를 가진 인물로 그려지는 철수(차승원)와 백혈병을 가지고 있는 샛별(엄채영)이 함께 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에 대해서 그리고 있습니다. 이 두 사람이 돌아다니면서, 위기의 상황마다 샛별이 불쌍한 척을 하면서 다른 인물이 울먹이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부분이 그리 유쾌하지 않습니다.
두 사람이 사라지면서 다른 가족들은 두 사람을 찾기 위해서 많은 곳을 돌아다닙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의 배경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조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들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이상하다고 느끼고 다른 요소들 통해서 배경에 대한 유추가 되었지만, 이 부분은 왜 설명을 안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작할 때, 몇 년도인지 자막 하나만 넣었으면 되는 문제인데 말이죠. 혹시 특정 시기로 지정하기 싫었다면 그 시기에 있던 특징적인 요소들을 대놓고 넣거나, 시대적 배경을 보여주는 장면들을 넣어서 대략적인 설명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재밌었던 점은 샛별이 찾으려는 것이 이승엽 선수의 싸인 볼이라는 점입니다. 야구팬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승엽 선수와 싸인은 땔래야 땔 수 없는 관계입니다. 감독이 이 점을 어느 정도 노리고 만들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영화의 후반부는 코미디 영화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슬픈 영화도 돌변합니다. 이는 영화의 주된 소재라고 볼 수 있는 사건 때문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가 슬픈 느낌보다는 그 사고의 내용이 슬프게 느껴진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의 눈물 코드는 희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내용에 대해서 더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서 이런 내용을 보여주게 되면 비슷한 사건과 연관 지어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 닿을 것입니다.
영화가 말하고 싶어하는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합니다. 저도 영화의 후반부에는 거의 울면서 영화를 봤습니다.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타인을 위해 노력하는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한 마음 그리고 보답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부분 공감하고 있으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영화가 고맙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장면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과거의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잊고 있었던 사람들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한 가지 걱정이 되는 점은 잊고 있던 사건에 대한 기억이 다시 떠올라서 괴로워 하시는 분들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어설프게 위로하는 행동은 오히려 그들의 상처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옆에서 감정을 공유해주는 것이 가장 큰 위로라고 생각하는데, 이 영화는 그것을 넘어선 느낌이 들어서, 실제 사건과 관련이 있는 분들에게는 어떻게 다가올지 걱정이 됩니다.
그런 걱정에 대해서 영화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서 도움 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의 마무리가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이런 결말을 선택한 것은 앞서 이야기한 부분에 대해서 감독도 인지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후반부는 분명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실에서도 영화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런 일들이 현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가 전체적으로 동화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데, 우리가 동화의 마지막 구절로 많이 쓰는 문장이 있습니다. ‘모두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영화는 이런 모습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듯합니다. 그 점은 영화가 가지고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점이 많은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비참한 현실을 보여주는 영화가 난무해 현실에 대해서 지처있는 관객들에게는 희망적인 이야기, 행복한 이야기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는 희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실의 세상도 이런 세상이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관객분들이 이 이야기에 공감을 했다면 그런 세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힘을 함께 하자는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개인적인 감상은 실망스러운 쪽에 가깝습니다. 영화의 초반부를 보면서 상당히 실망스러웠는데, 영화의 후반부에 무언가를 숨겨놓았기에 이런 모습을 보였다고 하기에는 후반부가 그리 드라마틱하지도 않습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의 후반부가 우리에게 감동적으로 다가온 이유는 전반부에 등장한 주요 소재인 옥분 할머니가 영어를 배우려는 이유에 대한 설정에 대해서 전혀 예상치 못함과 동시에 그 이유가 너무나도 간절했기 때문이죠. 이는 영화 속 인물이 가지고 있는 비밀에는 간절함과 아픔이 있었고, 그 아픔이 관객 모두 공감할 수 있었지만, 가까이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죠.
[힘을 내요, 미스터 리] 또한 제목에 미스터리라는 중의적인 표현과 응원의 내용을 실어서 영화 속 인물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아마, 이 영화 또한 [아이 캔 스피크]가 보여줬던 구성을 참고하여서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해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 만큼의 감동이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이는 영화의 전반부에 보여줬던 점들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영화의 초반부터 등장했던 밀가루를 먹지 말라는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지 않고, 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만약, 설명이 안 되었다면 후반부에 이런 설정을 이용한 무언가가 등장했다면 더더욱 좋았을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뿐만 아니라, 샛별에게는 왜 아빠의 존재를 그 동안 숨겼으며, 갑작스럽게 아빠가 생겼지만, 둘 사람은 별 다른 과정도 없이 금방 친한 아빠와 딸이 됩니다.
반전은 단순히 인물에게 숨겨진 비밀이 있다고 이뤄지는 것이 아닙니다. 습관처럼 나오는 인물의 행동이나 무심코 나오는 과거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인물이 왜 이렇게 되었는 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어야 합니다. 영화 중간에 맥락없이 갑자기 등장한 드라마처럼 등장한 인물의 과거는 실제 과거인지, 인물의 상상인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과거에 대해서 확실하게 보여줄 무언가가 필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에 대해서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가, 갑자기 반전이라며 비밀을 내미는 형국이 되었으니, 관객들 입장에서는 두 이야기가 전혀 섞이지 않을 것입니다.
영화는 좋은 메시지와 결말을 보여주고 있지만, 전반부에 보여줬던 부실함을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전반부와 전혀 다른 이야기의 결을 보여주기 위한 반전 효과를 노리기 위해서는 그 내용이 공개되었을 때, 그 동안 비어 있던 퍼즐 조각이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 있어야 합니다. 그 퍼즐 조각이 억지로 만든 것 같은 한 조각이라면 그 효과는 극적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이면에 우리가 몰랐던 사연이 숨어있는 것이 더 극적인 효과를 가져오는 방법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메시지는 상당히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은 비현실적이라고 볼 수 있는 이야기를 동화 같은 시선으로 바라보아서 이런 일이 현실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듯한 이 영화의 태도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 영화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는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