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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Sep 18. 2019

비틀즈를 향한 사랑의 영화

영화 [예스터데이] 리뷰

* 이 글에는 영화 스토리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한 가수의 음악으로 이야기로 만든 쥬크박스 뮤지컬이라는 형태가 있습니다. 대표적인 뮤지컬로 아바의 음악으로 구성된 [맘마미아], 김광석의 음악으로 구성된 [그날들], 이문세의 음악으로 구성된 [광화문 연가]가 있습니다. 이런 뮤지컬의 특징은 그 가수의 음악을 많은 사람들이 추억하고 있으며, 좋아하는 음악이어야 합니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그러한 형태를 가진 영화로 비틀즈의 음악을 영화로 구성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특히나 영화의 각본을 쓴 리차드 커티스는 영화 [비틀스 : 에잇 데이즈 어 위크]에서 자신이 비틀즈의 상당한 팬이라는 것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런 애정만큼 이 영화는 비틀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짐과 동시에, 영화를 제작한 워킹 타이틀이 보여주는 따뜻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음악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세상에서 비틀즈가 사라진다면


비틀즈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뮤지션이며, 많은 음악에 영향을 끼친 대단한 밴드입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는 음악 외적으로도 많은 사연을 가지고 있으며, 그러한 사연들이 음악에 잘 녹아있기 때문에 비틀즈의 음악은 아직까지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비틀즈가 세상에서 없는 존재가 된다면 어떤 세상이 될 것인지에 대한 상상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영화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이라는 영화에서는 자신이 아끼던 하나의 존재가 사라진다면 세상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고양이라는 존재가 사라지는 것은 누군가에는 고양이라는 하나의 동물이 사라지는 것이겠지만, 고양이가 동물 이상의 기억과 추억을 가진 인물에게는 그 일이 너무 슬픈 일이 될 것입니다. 아름다운 그 추억을 나눌 존재가 없다는 것과 동시에 그 기억을 자신만 가지고 있다는 것은 참 슬픈 일입니다.

주인공 잭과 엘리는 비틀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잭이 그랬던 것처럼 비틀즈의 노래 가사 일부를 인용하여 대화를 하기도 하고, 엘리가 잭의 재능을 발견하는 순간도 제2의 비틀즈라 불리던 오아시스의 원더윌을 부르던 잭의 모습을 본 뒤였습니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에도 비틀즈는 연관성이 있다는 것을 영화는 은연중에 보여주고 있던 것이죠. 

하지만, 비틀즈라는 밴드를 잭 혼자만 기억하게 되면서 그들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사람들이 사라집니다. 비틀즈라는 하나의 밴드의 몇 개의 노래들이 사라진 것이지만, 세상은 완전히 바뀐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가 그렇습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그것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00 안 본 뇌 삽니다’라는 표현을 하는 것처럼 명작이나 명반을 처음 접했을 때의 희열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 희열을 느낀 사람이라면, 그 희열을 다시 느끼기 위해서 그들의 음악을 찾거나 다른 음악을 찾으려고 할 것입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도 그러한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는 마치 ‘비틀즈라는 밴드가 있는데, 이들의 음악이 아주 좋아. 너희도 들어봐’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이 이야기를 만든 사람들이 비틀즈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 속 노래 가사


영화는 가사가 있는 음악을 꺼려합니다. 노래의 가사가 영화의 의미를 해칠 수도 있다는 이유가 가장 크게 작용하여 되도록이면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그럼에도 가사가 들어가 있는 음악을 쓰는 이유는 가사의 내용이 아주 잘 맞기 때문이겠죠.

[보헤미안 랩소디]의 경우 저작권 문제로 가사의 번역이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영화를 번역한 황석희 번역가와 20세기 폭스 한국 지사의 노력으로 노래도 번역하여 상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한국 관객들 또한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의 가사를 통해서 영화 속 주인공인 프레디 머큐리의 상황을 더욱 이해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적절한 상황에 적절한 음악을 사용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이전에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이 가사에 자신의 상황을 잘 녹여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는 프레디 머큐리의 자세한 이야기를 몰랐던 관객들에게 이 노래의 가사는, 다소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사연을 알게 되고, 그의 노래 가사를 다시 알게 된다면 가사의 내용이 그의 상황과 완전히 동일시하게 되어 이전과는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이죠.

이는 창작자의 이야기가 아니라 100% 창작한 상황이더라도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창작자가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하지만, 창작자는 무의식 중에 자신의 이야기나 경험을 창작물에 투영하기도 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하나의 창작물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창작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하게 되는 것이죠.


이런 이야기는 [보헤미안 랩소디] 뿐만 아니라 음악이 주요 소재가 되는 영화 모두에게 포함되는 이야기입니다. 노래의 가사는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할 수 있어야 하는 가사여야 하고, 그렇게 잘 만들어진 노래는 영화 전체를 대변할 수 있는 그런 노래가 되기도 합니다. 비긴 어게인의 [lost star], 라라랜드의 [audition], 보헤미안 랩소디의 [Bohemian Rhapsody], 알라딘의 [Speechless] 등이 그런 노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가사의 내용이 영화 전체의 내용을 대변함과 동시에 이 노래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인물의 감정을 제대로 대변하는 노래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비틀즈라는 유명한 뮤지션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무명 가수인 잭 말릭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음악이 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인공인 잭 말린의 감정과 상황을 대변할 수 있는 노래들이 적절하게 등장해야 한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점은 노래는 알고 있어도 가사의 내용을 잘 모르는 비영어권 관객들에게는 영화의 매력이나 인물들의 감정이 온전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비틀즈라는 밴드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고 하더라도, 60년대에 인기를 끌던 밴드이기 때문에 전 연령이 비틀즈의 노래 가사를 이해하며, 영화에 등장하는 노래를 반가워하며 보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이들의 노래가 시대를 뛰어넘는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60년대에 처음 등장한 비틀즈가 락이라는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었던 밴드이지만, 그들의 음악은 열풍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비틀즈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에도, 60년대에 만들어진 이들의 노래를 무명의 가수가 부르더라도, 모든 사람들에게 통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이 영화는 비틀즈를 찬양하고 있는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범한 천재


비틀즈의 음악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습니다. 영화 속 잭 또한 비틀즈의 음악으로 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하였고, 그로 인해서 많은 변화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자신의 매니저를 해주던 엘리와의 관계가 될 것입니다. 엘리와 잭의 관계는 영화 속에서 가장 중요하며, 비틀즈와도 연관이 있는 그런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잭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잭은 유명세를 얻으면서 유명 음반사와 함께 작업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마냥 반갑게 느껴지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도 볼 수 있었던 상황입니다. 자유롭게 음악을 하던 주인공이 음반사와 일을 하게 되면서, 자신의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일이 흘러가게 되고, 이로 인한 고민과 스트레스가 따르는 내용입니다.

이러한 고민은 어느 분야에서나 있는 고민이라고 생각됩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을 온전하게 표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제작을 하는 입장에서는 결과물을 통해 수입이 생겨나 다음 작업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사의 돈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창작자의 꾸준한 창작 활동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대중의 기호를 따르려고 하는 것이겠죠.

영화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애비로드의 표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잭은 비틀즈처럼 자신의 앨범 표지를 애비로드 사진으로 하려고 하지만, 제작사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들의 회의 장면에서도 보이는 이들의 모습은 창작자의 의견은 무시된 채 자신들의 이야기만 하고 있는 모습으로 볼 수 있겠죠. 


다른 이야기로는 인물이 가지고 있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잭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엘리와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엘리와 함께하고 싶지만, 잭은 자신이 유명해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어하며 갈등을 합니다.

이러한 갈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영화로 [라라랜드]가 있죠. [라라랜드]는 꿈과 사랑 사이에서 고민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로 보는 관점에 따라서 영화의 결말을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영화입니다. 


만약 이들이 평범한 삶을 선택하여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것을 선택했다면 행복한 삶을 살았을까요? [라라랜드]는 그 선택을 ‘상상만 하면 그렇겠지’라는 태도로 보여주고 있죠. [예스터데이]는 그와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관점은 어느 하나의 결말을 내리는 것보다는 비범하기 위해서는 평범함을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영화의 후반에 잭이 만나게 되는 한 인물과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느 정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과거 비틀즈의 상황과도 상당 부분 겹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비틀즈 멤버들의 불화와 존 레논과 신시아 그리고 오노 요코의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영화 또한 이러한 부분이 어느 정도 반영하여 제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워킹 타이틀’만의 감성으로 풀어낸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 또한 영화를 보면서 실제 이야기와 많은 부분이 오버랩되어 보였습니다. 만약 비틀즈가 유명해지지 않았다면, 비틀즈의 멤버들 또한 다른 삶을 살고 있을 것이라고 영화는 상상해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예스터데이]는 비틀즈의 노래로 비틀즈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로 보였습니다. 잭 말릭이라는 무명가수를 통해서 비틀즈의 노래들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잭이 느끼는 감정이나 상황들은 비틀즈가 겪었던 상황과 비슷한 상황들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를 통해 비틀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원곡이 그대로 쓰이지 않고 잭은 연기한 히메쉬 파텔이라는 배우의 목소리로 노래들을 듣게 됩니다. 물론 뛰어난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보헤미안 랩소디]만큼의 감정적인 동요를 느끼기에는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혹은 [비긴 어게인]만큼의 감동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워킹 타이틀이라는 제작사에서 만들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 수 있는 특유의 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니 보일 감독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할 수도 있을 겁니다. 

대니 보일 감독이 제작 초기부터 참여한 것이 아니라 감독의 색이 선명한 영화는 아닙니다. 대니 보일이라는 감독보다는 [어바웃 타임], [노팅힐], [러브 액츄얼리]를 연출한 리처드 커티스 감독이 시나리오를 쓴 작품이기에 그의 색이 더욱 선명한 영화입니다. 


비틀즈의 노래를 이용하여 구성된 스토리지만, 그 안에는 비틀즈의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이 영화는 비틀즈의, 비틀즈에 의한, 비틀즈는 위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틀즈를 애정 하시는 분에게는 이 영화가 반갑게 느껴질 것입니다. 



다음 리뷰는 영화 [뷰티풀 보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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