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뷰티풀 보이] 리뷰
우연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결과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도 우연에 의해서 시작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있었다면, 그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변에서 아무리 말리더라도 그 결정은 스스로 내린 것이고, 그 결과 또한 스스로 책임을 짊어져야 합니다.
우리의 일상도 그렇습니다. 우연한 계기로 시작한 일이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끼치는 일이 있습니다. 그 우연은 살아가면서 좋은 활력이 될 수도 있지만,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비극을 만들 때도 있습니다.
영화 [뷰티풀 보이]의 주인공은 약물 중독에 빠진 인물입니다. 그 약물의 시작은 우연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모든 것을 계획하고 약 중독에 빠진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결과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만, 자신은 자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과신을 하거나 결과에 대한 이야기를 무시했기 때문에 그 시작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시작한 일이 상상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약물 중독에 대한 위험성을 알고 있고, 주변 인물을 말린다고 해서 모든 행위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행동을 결정하는 것은 본인이고, 그 결정을 아무리 말린다고 하여도 어떤 식으로든 그 행위를 하려고 할 것입니다. 이 영화 또한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은 닉(티모시 샬라메)은 글을 쓰는 재능이 있던 아이입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운동을 좋아하는 모범적인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삶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가 어릴 적 손을 댄 약물에 의해서 약물 중독자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약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그는 많은 부분을 약물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의 인생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늦었다고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닉은 늦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약물에 중독이 되었고, 약이 있어야 자신이 살아있는 느낌을 받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는 약물 중독 치료를 받기로 합니다. 본인도 치료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치료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한 동안 하지 못했던 학업을 이어가기로 합니다.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고치려고 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발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자신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신의 문제를 안 다는 것은 적어도 고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습니다.
약물 중독 치료를 받는다고 약물 중독 증세가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어릴 때부터 꽤 오랜 기간을 약물과 함께 알아왔기 때문에 그는 약물 치료를 받는 도중에도 다시 마약을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의 뇌는 이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 뇌 손상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어쩌면 강압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새는 물을 손으로 막는다고 그 물이 안 새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곳에 작은 틈이 생긴다면 그곳에서 새기 시작할 것입니다. 결국은 극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스스로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그렇게 때문에 그를 치료하는 치료 보호소에서는 닉이 치료소에서 벗어났을 때는 본인들의 영역이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가족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상황이 선뜻 이해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닉의 아빠인 데이비드(스티브 가렐)가 전화를 받고 어이없어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것입니다. 데이비드는 자신의 아들이 약물에 빠지게 된 것이 자신의 부족함 때문에 그 런 것이라는 죄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닉이 어떻게든 치료를 다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데이비드는 그것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닉을 바라보는 데이비드의 마음을 절대 편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식의 일을 남의 일처럼 생각할 부모가 얼마나 될까요? 부모의 입장에서는 자식 이 잘못된 것이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자식이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행동이 어느 순간에는 자신의 자식을 위해서 아니라 자신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에서 데이비드는 닉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아빠로 등장합니다. 닉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조금 더 친근하게 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를 통해서도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나름 자신은 다른 아빠들보다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닉으로 인해 그가 느끼는 실망을 더 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예술 쪽의 재능이 있던 아이였고, 자신이 다른 부모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음에도 자신의 아들은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안타까웠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노력했다고 생각한 것에 결과가 그리 좋지 않다면, 자신의 노력 자체가 부정당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닉 스스로도 중독에서 나오려는 의지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드는 자신이 도와주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의자만으로는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운 일이었다면, 중독이라는 단어를 쓰지도 않았을 것이고,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독에서 나온다는 것은 그 어떤 상황에서 가졌던 의지보다 훨씬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재활 치료소에서도 재발은 재활의 과정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재발이 될 수도 있지만 그 뒤에 자신이 어떤 식으로 대처를 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닉은 그 후의 선택이 좋지 못했습니다. 480일 정도 약을 하지 않았지만, 우울감을 참지 못하고 다시 약에 손을 댑니다. 그때, 데이비드는 알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의지로 닉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며칠 뒤에 닉은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합니다. 자신이 혼자서는 어려우니 가족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이를 거절합니다. 닉에게 모든 관심을 쏟는 동안 자신도 함께 망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닉은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닉도 약물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어 합니다. 그는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좋은 자식이 되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약물이 그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480일이 넘는 시간을 참고 살았습니다. 가족은 그런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그리고 자신을 사랑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것에 힘을 얻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비드가 닉에게 약물 검사를 하자고 했을 때도 닉은 그를 이해한 것입니다. 그가 닉을 믿지 못해서 하는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만약 닉이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인물이었다면 닉은 그냥 약물 중독자로 살아갔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도 없고, 굳이 살아야 할 이유는 찾기 못했다면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가족은 존재만으로도 계기와 이유를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족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문제를 가족이 해결해줄 수 없고, 그들의 개입이 반항심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보면서, ‘이 영화의 결말은 결국 가족들이 도움을 포기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가족은 그의 선택을 지지하고 기다리며, 그가 돌아올 곳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이유가 생겼을 때 의지가 생기고, 의지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어릴 적 데이비드와 닉은 서핑을 하러 나갔습니다. 높아진 파도에 데이비드는 닉을 걱정합니다. 애타게 닉을 부르지만 닉은 대답이 없고, 걱정을 더 커져갔지만 닉은 파도를 타며 나타납니다. 그리고 데이비드는 그런 닉을 보며 뿌듯합니다.
데이비드에게는 이런 신뢰를 가지고 있다면, 닉은 그 신뢰에 보답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고, 그 노력은 스스로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과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약물 중독에 걸린 닉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입니다. 처음에는 실화라는 것을 모르고 봤다가, 영화의 마지막에 실화임을 설명하는 자막을 보고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약물 중독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 어려운 것이고, 그로 인해 가족들까지 괴로워하고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배우의 힘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며, 최연소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던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 그리고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 스티브 카렐의 모습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어딘지 모르게 독특한 모습을 자주 보여 왔던 모습들과는 달리 상당히 평범한 역할을 연기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티모시 샬라메보다는 스티브 카렐 때문에 영화가 살았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을 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때라도 시작을 한다면, 앞으로의 상황을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늦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기 때문이죠. 늦었다고 끝난 것은 아닙니다. 아직 끝나지 않은 일을 지금이라도 시작한다면, 많은 변화가 나타날 수 있고, 그 끝은 모르고 지나칠 때와는 많은 것이 다를 것입니다.
영화 속 인물 또한 늦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을 바꾸면 전혀 새로운 길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데이비드가 닉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그만하게 되는 것은 닉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방법을 선택한 것이죠. 어쩌면 그것이 닉에게는 더 큰 용기를 주는 행동일 수도 있습니다. 끝까지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큼 자신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