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드 아스트라] 리뷰
관객들이 생각하는 SF영화는 벌어지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일 것입니다. 미래 도시의 모습이나 괴수의 등장, 우리가 모르는 우주의 모습, 다른 차원의 이야기들이 그러한 생각들을 대표하는 모습이죠. 범위를 넓게 생각하면,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들까지 포함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배우를 넘어서 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브레드 피트라는 배우가 있습니다. 그가 제작한 영화에는 항상 인간 내면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같은 날 개봉하는 [뷰티풀 보이]도 브레드 피트가 제작에 참여한 작품이며, [괜찮아요, 미스터 브래드], [바이스], [노예 12년]를 통해서 인간의 내면을 살펴보는 영화들을 선보였습니다.
하지만 SF 장르는 인간의 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에 아주 적합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SF를 좋아하는 분들도 이러한 SF 영화가 보여주는 이런 모습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SF 영화의 인물은 현실에서 벌어지지 않을 아주 극단적인 상황에 처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인물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인물의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본성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SF 영화 중에서도 우주를 다루는 영화들이 특히나 그렇습니다. 우주라는 공간은 아직까지 미지의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예측을 할 수 없다는 공포가 있습니다. 그런 공간에 혼자 남겨진다면 그 공포는 더더욱 극대화되겠죠. 대표적인 영화로 [그래비티]가 있습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그래비티]는 우주 속에 홀로 남겨진 인물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가 광활한 우주의 표현을 통해서 관객들조차 우주 속에 있는 것 같은 체험을 주기 때문에 극찬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더 큰 이유는 영화의 주인공이 변화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우주라는 미지의 공간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공포의 공간입니다. 중력이 있는 지구와는 다르게 사소한 행동 하나가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도와줄 사람도 도구도 없습니다. 오히려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다면 그것조차 공포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없어도, 무언가가 있어도 우주라는 공간 자체에 혼자 남게 된다는 것은 공포로 느껴질 것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혼자 있게 된 주인공의 심리적 변화가 이 영화의 가장 큰 이야기고, 그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그래비티]만의 장점입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인 로이도 라이언과 같은 상황을 맞이합니다. 목적을 가자고 우주로 떠났지만, 사고로 인해 혼자 그 또한 혼자 남게 됩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그래비티]와 다른 점은 혼자 남게 된 인물이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보다는 꾸준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서 인물이 변화한다는 점이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주인공을 제외하면 모든 인물이 일회성으로 등장합니다. 로이는 크게 4가지 장소에 머무르게 됩니다. 지구, 달, 화성 그리고 마지막 장소(스포)입니다. 이러한 구성은 로이에게 변화가 생기는 지점들로, 각 지점별로 이동하는 과정과 해당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로이는 조금씩 처음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우주 탐사를 소재로 하고 있는 영화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것이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면일 것입니다. 그 장면을 생각해보면 공통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우주선이 발사되고 발사체가 분리되는 장면입니다. 그리고 목적지에는 본체만이 도착을 하게 됩니다. 이러한 과정이 우주선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도 해당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주를 탐험하는 과정에서 동료를 잃게 되는 경우가 많이 등장하는 것 또한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특징입니다. 그만큼 우주는 무서운 곳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그런 동료의 죽음에 슬퍼할 시간이 없다는 것입니다. 본인도 죽을 위기가 닥쳐올 수 있고, 그들에게는 이뤄야 할 목표가 존재하기 때문이죠.
그런 영화들에게 [애드 아스트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누군가의 죽음까지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요?
로이의 아버지는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우주로 떠났고, 이는 로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과정이 상당히 비슷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인상적인 것은 영화 중간에 구조신호를 듣고 가게 되는 우주선의 상황입니다.
그곳은 동물 실험을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곳이었습니다. 구조 신호를 받고 간 그곳에서는 사람들은 죽어있고, 실험에 사용되었던 유인원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이 유인원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지 우주선에 있던 모든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애초에 동물 실험이라는 것이 인간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동물을 이용하는 행위입니다. 그런 동물들의 희생은 인간의 목표를 위해서는 감수해야 하는 부분일까요? 영화 또한 이런 가치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는 대부분의 집단과 사람들이 목표를 위해서는 수단을 안 가리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런 집단 속에서 그들의 가치와는 반대되는 행동을 하는 두 사람이 등장합니다. 그 사람들이 로이를 도와주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로이 또한 이용당하고 있다는 뉘앙스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로이의 아버지에 대한 비밀이 드러나면서 더더욱 선명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로이 또한 그런 아버지와 자신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점점 아버지와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관객들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장르적인 재미가 있는 주요 콘텐츠인 영화는 아니라고 봅니다. 현시대에 대표적인 우주 영화인 [그래비티]와 [퍼스트맨], [인터스텔라] 중에서 비슷한 영화를 꼽으라면 [퍼스트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퍼스트맨]처럼 극 사실주의를 표방하는 SF영화입니다. SF영화라면 하나쯤 등장할 만한 미래의 신기술에 대한 이야기도 없고, 제임스 그레이 감독 또한 영화를 제작하면서 많은 부분을 자문을 받아서 실제로 가능 여부에 대한 확인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오락적인 요소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우주 속 카체이싱 장면과 총격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러한 점을 보면 영화가 오락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시각적인 경험을 주려는 노력과 우주의 소리에 대한 표현을 통해서 우주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는 노력이 돋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비어있는 듯한 스토리는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중반부에서 후반부로 넘어가는 부분의 이야기에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닐 암스트롱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합니다. [퍼스트 맨]을 자신이 제작하고 싶었다는 것이죠. 우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는 영화보다는 우주를 공포로 이용하여, 인간의 내면 심리에 대한 표현을 하고 싶었던 것으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만큼 이 영화 또한 인물의 심리 변화와 그런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주 영화로 이 영화를 기대하고 가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아주 극적이고 감성이 충만한 영화는 아닐 것입니다. 큰 감정 변화보다는 인물의 사소한 변화와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는 인물의 모습과 모험을 통해서 깊은 곳으로 들어가 보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