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리뷰
새로운 영화 장르를 만들었다고 평가를 받는 쿠엔틴 타린티노 감독은 10편의 영화를 연출하고 은퇴를 하겠다고 선언을 했고, 이번 영화가 그의 9번째 영화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그에 대해서 잘 아시겠죠. 그가 연출한 영화는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주요 배우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브레드 피트 그리고 마고 로비의 캐스팅은 초호화 캐스팅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3명의 배우 모두 자진해서 이 영화에 출연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을 통해서 타란티노 감독에 대해서 잘 모르는 분들이라도 그가 얼마나 대한 감독인지를 어렴풋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특징은 통쾌함입니다. 그의 영화들이 보여주는 통쾌함이 어느 정도냐면, 다른 영화에서 보였다면 충분히 잔인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장면들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잔인하다는 생각보다는 통쾌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미소를 띠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잔인한 것을 좋아하지 않음에도 웃고 있는 저를 보면서, 저도 몰랐던 취향을 알게 해준 감독이기도 합니다.
그의 영화에서 통쾌함이 드는 이유는 복수라는 코드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한 인물이 가지는 복수심에 대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 복수는 관객들 모두 공감할 수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죠. 사회적인 이야기 및 과거 제도에 대한 이야기 등 현실에서는 할 수 없는 복수를 타란티노는 영화를 통해서 대신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1969년 할리우드에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6,70년대는 타란티노 감독이 가장 사랑하는 시대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가 가장 사랑하던 시대에 벌어진 가장 끔찍한 사건 중 하나로 볼 수 있는 ‘샤론 테이트’ 살인 사건이 이 영화의 주요 소재가 됩니다.
이미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 이야기를 타란티노는 자신의 영화를 통해서 통쾌한 복수를 선사했습니다. 언제나 그래왔듯이 영화 또한 비극적인 사건에 대해서 통쾌한 복수를 선사할 것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과거 그의 영화와 비교를 합니다. 코미디 영화라는 측면에서는 [펄프픽션]과 이미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통쾌한 비틀기라는 측면에서는 [장고]가 생각날 것입니다. 영화는 코미디와 복수 둘 다 성공적으로 그려낸 영화입니다.
오락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이 영화는 오락적인 영화라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지만, 영화의 모든 장면이 흥미롭게 느껴지지도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관객들이 지루하다고 느낄 지점에 다가오면 영화는 관객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면서도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게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타란티노는 그것을 잘하는 감독 중 한 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이번 영화를 보면서 더더욱 느꼈습니다. 다른 영화들에 비해 이번 영화는 비교적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더 많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유로 이 영화에는 그 전만큼의 몰입감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그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미디 영화지만 코미디가 난무하는 것이 아닌 적재적소에 잘 쓰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효과 또한 상당이 뛰어납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디카프리오의 연기는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디카프리오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그의 연기 인생에서 이 영화는 중요한 위치에 오를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연기한 릭 달튼이라는 인물은 유명한 배우이지만, 한물 간 배우라는 평가를 받는 인물로, 서부극을 통해서 유명해진 배우입니다. 그로 인해 서부극이 아닌 작품에서는 큰 활약을 하지 못해서 미국이 아닌 이탈리아에서 서부극을 찍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의 스턴트맨인 클리프 또한 릭 달튼이 서부극에 출연하던 당시에 그의 스턴트를 대신하면서 같이 승승장구를 하던 인물입니다. 하지만, 릭 달튼을 찾는 영화가 적어지면서 그 또한 스턴트맨이 아닌 매니저로 릭 달튼은 도와주는 인물입니다.
두 인물 모두 현재 전성기가 지난 인물들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들 때문인지 저는 이 영화를 보고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떠올랐습니다.
코엔 형제가 각본과 연출을 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사람들에게 잊힌 보안관이 주인공인 영화로, 전성기가 지난 보안관의 시선으로 바라본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와 비슷하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주인공인 릭 달튼도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 되는 6,70년대 당시, 젊은이들의 유행이었던 히피 문화에 대한 반감을 강하게 드러냅니다. 이는 그 또한 젊은 사람들과의 거리가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리프가 조지와 만나게 되는 농장 또한 많은 젊은이들이 살아가고 있는 장소였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조지의 모습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지만, 조지는 현재의 삶에 나름 만족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늙은이의 빌붙어서 사는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왠지 모르게 조지는 이미 죽거나 다른 곳에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습니다. 어쩌면 이 또한 그들에 대한 편견일 수도 있겠죠. 주인공인 릭 달튼은 히피 문화에 대해서 반감을 보이고 있었고, 그와 함께하는 클리프 또한 그와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클리프를 곱게 돌려보내지는 않습니다. 자신들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것과 자신들의 영역에 침범했다는 것에 대한 반항심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만약, 클리프가 그들의 말을 믿고 돌아갔다면 이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서로를 믿지 못해 벌어진 일이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이 예상치 못한 것은 클리프가 나이에 비해 좋은 무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죠. 클리프를 무시한 대가가 이렇게 크게 작용되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결말부는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볼 수 있겠죠. 그동안 영화가 조금씩 보여줬던 모습을 모두 종합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낯선 이들이 릭의 집에 방문하지만, 그들은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이 대처하는 모습들을 살펴보면 릭과 클리프가 지금은 한물갔다고 볼 수 있지만, 과거에 누린 영광이나 경력 및 전리품 같은 것은 남아있다는 것이죠. 나이가 들었지만, 클리프는 아직도 건재한 무술 실력을 가졌고, 릭 달튼 또한 과거 자신이 배우 생활을 통해 얻었던 것을 이용하여서 그들을 제압합니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지만, 개 한 마리 조차 상대를 하지 못합니다. 타인을 무시하고 자신만을 앞세웠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기회 덕분에 릭 달튼은 다른 방향으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게 되었네요. 과거에는 쓰였지만, 현재는 필요가 없을 것 같았지만 유사한 상황이 생긴다면 그들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것입니다.
영화 제목에 쓰인 ‘Once upon a time’이라는 표현은 한글로 표현하면 옛날 옛적에 라는 의미를 가집니다. 이 영화 또한 할리우드에서 있었던 옛날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기 때문에 이런 제목을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 이 들어가 있습니다. 영화에서도 제목이 등장할 때, … 을 강조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이 영화의 제목에 … 을 왜 넣었을까.
저는 이 부분이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실제 사건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 사건이 비극이라면, 영화 속 이야기는 비교적 희극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감독은 왜 이런 선택을 했을까? 저는 감독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을 동화에서 많이 쓰는 표현을 제목으로 사용해서, 동화와 같지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끝나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고 봅니다.
분명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그 결과가 비극적이기 때문에 실제 사건의 유가족은 이 영화가 제작된다고 했을 때 크게 반대를 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감독은 시나리오를 들고 그들을 찾아서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고 합니다. 시나리오를 본 그들은 그의 의도를 알고 영화 제작에 동의를 했다고 합니다.
영화를 통해서 그들을 위로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생각합니다. 60년대를 사랑하는 감독에게 당시 시대에 가장 가슴 아픈 사건으로 남아있었을 것입니다. 어릴 적, 자신의 반려동물이나 주변 사람이 아플 때, 장래희망으로 그들을 고쳐줄 수 있는 의사를 꿈꾸는 것처럼 타란티노 또한 그 시대의 아픈 기억을 가진 이들에게 영화를 통해서 위로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이유로 이 영화는 다른 영화들에 비해 오락적인 요소가 적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주요 사건과 관련이 없어 보이던 ‘샤론 테이트’의 모습에 시간을 더 투자하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장면들이 등장한 이유는 너무 빨리 세상을 떠났던 그녀가 살아있었다면 받았을 관심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 중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배우인 릭 달튼이 친해지게 된 옆집 영화감독 덕분에 새로운 스타가 되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처럼 영화는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라는 가정을 두고 행복한 미래를 꿈꿔볼 수 있는 시작을 만들어주었습니다.
옛날이야기를 트렌디한 모습으로 보여주는 타란티노 특유의 세련된 모습이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타란티노 감독 영화에 열광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의 영화는 분명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아마, 타란티노 감독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거나 샤론 테이트 사건에 대해서 모르고 보신다면 이 영화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르고 보더라도 이 영화가 잘 만들었다는 것은 아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앞서 언급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보고 난 뒤에 바로 모든 것을 이해하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명쾌한 느낌이 드는 영화는 아닙니다. 보통 영화가 난해하게 끝난다고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는 이해를 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었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또한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잔인하고, 길고 지루한 영화로 느껴질 수 있지만 그의 영화에는 더 알고 싶게 하는 매력이 존재합니다. 영화에 대해 모르더라도 이 영화가 잘 만들었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싶은 관객들은 감독의 다른 작품을 찾아보거나, 다른 관람객의 리뷰를 보면서 알게 될 것입니다. 이 영화의 제대로 된 매력을 말이죠.
결론적으로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싶은 영화입니다. 하지만, 긴 러닝타임이라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진입장벽이 높다고 생각되지만, 그 벽을 넘으면 타란티노 감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이 영화의 마지막 결말을 보고 통쾌했다면 타란티노 감독의 다른 영화를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사실 이 정도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