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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27. 2019

[82년생 김지영] 추가 코멘트

브런치에서는 상대적으로 조용하지만, 유튜브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180여개가 넘는 댓글로 서로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상했던 결과지만, 생각보다 격하지 않아도 놀랐습니다. 물론, 저를 욕하는 댓글도 많습니다. 


항상 리뷰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리뷰한 [82년생 김지영]의 경우도 본래는 6~8분 정도 분량으로 예정된 짧은 리뷰였습니다. 대략 3페이지 정도 되는 분량으로 마무리를 하고 잠을 자려고 했는데 하지 못한 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일어나서 리뷰를 쓰기 시작해서, 7페이지까지 분량이 늘어났습니다. 민감한 주제를 다룬 영화인만큼, 어떻게 이야기해도 욕먹을 거, 내 할 말은 다 하고 욕먹으면 덜 억울하겠다는 생각이었죠. 


저는 영화를 하나의 상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내용이 어찌 되었든, 소비자는 돈을 지불하고 봐야 하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어야 하고, 흥미를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는 조금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최근 마블 영화에 대한 여러 이야기들도 그러한 맥락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라는 상품 중에는 대중성에 포커스를 맞춘 상품도 있는 것이고, 자신만의 개성과 예술적 요소가 가득한 상품도 있을 수 있는 것이죠. 그것이 다양할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일이죠.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도 그러한 시선에서 본다면 하나의 상품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그 상품을 소비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는 지는 개인의 몫입니다. 누군가는 불편하게 볼 수도 있고, 누군가는 큰 공감을 할 수도 있죠. 물론, 어떠한 감상이던 그것이 자신의 감상이라면 옳은 것입니다. 말 그대로 ‘자신의’ 감상이어야 하는 것이죠.



이런 젠더에 대한 갈등도 사람 나름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하던 시절의 일을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일하던 곳은 탄산음료의 소비가 상당히 많습니다. 그래서 콜라 시럽을 옮기는 것이 하나의 일입니다. 하지만 매장에서 쓰는 콜라 시럽은 20kg, 거기에 액체라서 요령이 없으면 남성도 들기 어렵습니다. 그런 것을 옮길 때는 대부분 남자 아르바이트생을 부르곤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일을 마다하지 않으려는 여자 아르바이트생도 있습니다. 힘들어도 옮기려고 하고, 같은 일을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물도 있습니다. 그에 비하면, 어려운 일은 남에게 부탁하고 자신은 쉬운 일만 하려는 흔히 ‘여우 같다’라고 불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러한 일은 남자에게도 있습니다. 누군가는 힘든 일에 나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친한 사람끼리 떠들 궁리만 하거나, 대충 하려는 사람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모든 일은 사람마다 다른 것이죠. 여성의 권리만을 주장하는 일부 사람들이 있겠지만, 성별 때문에 우대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능력으로 이루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성별로 구분하기 전에 같은 사람입니다. 같은 사람으로 본다면, 성별로 구분하는 것보다 더 쉽게 상대를 대할 수 있습니다. 내가 기분 나쁜 말은 상대방도 기분 나쁘고, 좋은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공감을 못 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를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런 시선에서 본다면 [82년생 김지영]에 등장하는 일부 장면은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사내의 화장실 몰카 사진을 돌려보는 남성들의 모습과 성범죄 예방 교육을 불평하는 남성의 표현은 분명 불쾌하게 느낄 소지가 다분합니다. 하지만, 그들이 남성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영화 속 남성이 모두 그런 인물로 그려진다면 문제가 될 것입니다.

영화 [걸캅스]는 그러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남성은 차별적인 언행을 보여주는 인물이었습니다. 남성은 가해자, 여성은 피해자라는 구도 정확하게 드러난 영화였죠. 그에 비하면 [82년생 김지영]에서는 같은 성별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건의 태도가 다름이 정확하게 드러납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대현’이라는 인물에 이입을 하면서 봤습니다. ‘나의 아내가 산후 우울증에 걸린다면?’, ‘직장 동료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다면?’이라는 관점으로 봤을 때, 그가 보여주는 언행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커피를 뿌렸을 때, 약간 통쾌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렇게 추가적인 코멘트를 쓰고 있는 이유는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댓글에 대한 변명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이 영화에는 공감해도, 저의 리뷰에는 공감 못하는 분도 있고, 애초에 영화는 안 보고 그냥 선동하는 영화라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애초에 누군가에게 욕 듣는 것이 무서웠다면, 유튜브를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렇게 다양한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것이 좋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한 영화, 한 사건에 대해 다양한 견해를 가질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저와 반대되는 의견을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논리를 펴보고,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모든 것은 원인을 알아야 그것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원인이 문제의 본질이 되는 경우가 많죠. 자신의 의견만 옳다고 생각하면, 그 본질에 다가갈 수 없는 수도 있습니다. 

한쪽 편의 목소리라도 일단은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람들이 똑똑하고,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인 옳고 그름 정도는 판단할 수 있고, 편향된 목소리에서도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거짓이며, 그 의견에 대해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것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태도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냥 지나쳐버리는 것이 아니라, 가지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의 목소리가 납득이 되거나, 다른 목소리가 이해가 되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더 길어질 것 같으니 이만 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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