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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28. 2019

스포 없이 말할 수 있을까요?

영화 [경계선] 리뷰

이 영화의 이야기를 할 때는 충격적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혀 알 수 없는 포스터를 통해서는 이 영화가 매력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본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전혀 다른 감상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인물들의 색다른 이야기를 볼 수 있는 영화 [경계선]. 다른 분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해지는 영화입니다. 



스포일러 필수


영화를 보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입니다. 이 영화는 스포일러에 민감한 영화입니다. 중반 정도에 등장하는 이야기 이후로 정말 많은 것이 달라집니다. 미스터리하게 느껴지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현상들이 모두 설명이 되면서,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때문이죠. 스포일러 없는 선에서 이 영화의 감상을 이야기하고, 자세한 이야기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목인 [경계선]은 영화의 분위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은 느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정보만으로는 이 영화가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저도 이 영화에 대한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영화의 분위기는 어둡고, 그저 그런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할 것 같다는 짐작을 했습니다.

우선 영화의 주인공인 ‘티나’는 출입국 세관 직원입니다. 국경 관리원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녀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뛰어난 후각으로 수상한 사람을 가려낼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설정이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못난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얼굴만 봐서는 그녀의 성별조차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독특한 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모 때문에 그녀는 다른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고, 누군가와 사랑을 해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돌연변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남들과는 다른 외모 때문에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지만, 남들과는 다른 능력으로 사회에 공헌을 하고 있는 그녀의 위치를 보면, 그녀의 심성이 착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은 영화 후반에 마주하게 되는 사건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말해주지 않았던 이야기 (스포일러)


영화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그녀의 비밀이 밝혀진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사실 이 이야기의 시작은 초반에 보레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티나는 보레에게 어떤 냄새에 반응하여, 그를 붙잡습니다. 그리고 그의 가방에 수상한 물건을 발견하게 되죠. 그 뒤로 그녀는 그의 냄새를 맡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에서 그녀의 모습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앞서 봐왔던 냄새를 맡는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죠. 


이 모습은 티나가 보레의 침구 냄새를 맡는 장면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녀는 그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을 보이는 것이죠. 이렇듯 영화는 티나가 알 수 없는 끌림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꾸준히 강조해왔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한, 벌레를 붙잡는 장면이 이러한 것을 표현한 장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중후반 이후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된 이후에 생각해보면, 이런 끌림은 그녀에게 당연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인간 사회에서 사는 한 명의 사람으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그녀는 본능을 억제하면서 살아가는 인간과 비슷한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사람과 다른 종족이지만, 사람에 의해서 자라왔기 때문에 사람과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런 그녀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 영화의 주된 스토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본능을 일깨워준 보레의 이야기가 영화의 주제 혹은 사회적인 메시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티나와 보레는 트롤 종족으로 등장하며, 이들의 모습은 상당히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특히나 두 사람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고, 성관계를 하는 장면의 표현은 조금은 충격적이라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녀는 그런 모습을 남들과는 다른 돌연변이라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지극히 정상이었습니다. 사람의 시선에서 본다면 돌연변이지만 트롤의 시선에서는 아주 정상적인 트롤입니다.




다양한 경계선 (스포일러)


여기서 [경계선]이라는 의미를 조금 더 다양하게 확장해볼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던 출입국 관리 직원이라는 이야기 이 외에도 티나라는 캐릭터에 대한 탐구를 해볼 수 있습니다. 티나는 트롤이지만, 인간 사회의 교육을 받고 자랐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가 하는 생각은 트롤임을 인지하고 성장한 보레와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영화의 이러한 점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트롤이지만, 사람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사람의 생각과 비슷한 생각을 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사람과 지내는 것이 좋을까요? 아님 동족들과 같이 지내는 것이 좋을까요? 

이러한 문제에 쉽게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어릴 적 외국으로 입양된 사람이 다 큰 성인이 되어서, 한국에서 산다고 했을 때 쉽게 적응할 수 있을까요? 아마 언어부터 다시 공부해야 하는 수고가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한국인이 아니라 미국인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어울릴 것입니다. 


경계선의 의미는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닙니다. 트롤의 성에 대한 개념 또한 사람과는 다릅니다. 트롤은 사람과 반대되는 성의 구조를 가집니다. 성기의 생김새로 반대고, 성의 역할도 반대로 표현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에는 수정되지 못한 난자, 사람의 아기와 비슷한 형태를 가지고 있는 난자를 낳게 됩니다. (그 난자의 이름이 정확히 기억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성의 구성도 특이한데 수정의 결과로 아이가 생기는 것과는 달리, 수정을 하지 않았을 때 아이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아이는 축복의 상징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하지만, 트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아이는 사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산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 난자를 낳는 과정도 상당히 고통스럽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트롤에게 아이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를 바꿔치기하는 것과 아동 성범죄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볼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여러 경계선에 걸쳐 있는 티나는 결국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인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그녀는 다시 외톨이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람들에겐 다른 외모를 가지고 있고, 트롤들에겐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그녀입니다. 그렇다면, 그녀는 어디서 누구와 살아가야 할까요? 그러한 물음에 영화는 결말의 모습으로 대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녀와 함께하게 될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을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남들과 다른 것을 돌연변이라고 생각하던 그녀의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우화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사람의 이야기라고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돌연변이라고 생각되지만, 그것을 사회에 공헌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생각을 하고, 사용을 한다면 그 돌연변이는 유익한 사람이 되는 것이죠. 남들과 다르다고 좌절하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뿌리부터 다르다고 생각하게 된 그녀는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 변화는 우리에게도 필요한 변화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양한 의미로 충격을 가져다준 이 영화는 많은 분들에게 추천을 하고 싶습니다. 물론, 이런 영화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없을 것입니다. 많은 상영관에서 상영하지 못할 것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명작인지, 망작인지 관객들이 보고 평가를 받지도 못하고 상영이 끝나는 영화가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유명 스타가 출연하지도 않고, 영화로 유명한 나라가 아닌 북유럽에서 만들어진 영화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판타지는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판타지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 또한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는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화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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