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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31. 2019

잔잔함 속 폭주하는 상상력

영화 [하이 라이프] 리뷰

최근 영화 [애드 아스트라]를 통해서 흔히 생각하는 우주를 다루는 SF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접했을 것입니다. SF는 인간의 상상력을 통해서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세상을 보여주거나, 사건을 만드는 장르입니다. 이러한 장르의 또 한 가지 매력은 인물들에게 새로운 제한 사항을 줄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우주에서 실험을 하기 위해서 선발된 범죄자들이 모인 우주선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 또한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범죄자라는 설정과 광활한 우주 속 우주선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이들의 이야기는 상상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 이야기로 흘러갑니다.





영화의 분위기


우선 이 영화는 일반적인 우주 영화와는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우주선 안에서 이뤄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SF 영화에 등장하는 우주를 향한 모험보다는 우주선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혼자 남겨진 화성에서 살아가는 [마션]이라는 영화와는 반대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우주선에서 생활을 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미션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모두 수행하기까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수상하게 여겨집니다. 실험을 위해서 투입된 것이 일반적인 우주 비행사가 아니라 범죄자들이라는 것이죠. [나쁜 녀석들] 마냥,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모인 것일까요?


영화는 상당히 침체된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필터 자체도 약간 뿌연 듯한 필터를 사용하여서 약간은 몽환적인 듯한 느낌마저 줍니다.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기존에 많이 쓰이는 1.78이나 2.39의 비율이 아닌 1.66이라는 조금은 특이한 비율을 쓰고 있습니다. 기존 1.78보다 세로로 긴 비율이며, 이는 사각형에 대한 이미지를 조금 더 구축하기 위해서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사각형의 이미지를 강조하는 부분은 영화의 우주선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우주선이 유선형을 생긴 것에 비해 이 영화 속 우주선은 사각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범죄자들이 안에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하나의 감옥을 형상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영화는 기존 영화들과는 다른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일 또한 그리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상상력의 제한을 두지 않고 폭주한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입니다. 





분리와 결합 (스포일러)


범죄자들을  한 곳에 모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 사건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나 그들 외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공간이기 때문에 그들은 마음만 먹으면 폭주를 할 수 있는 것이죠.

가장 대표적인 것이 성적인 욕구일 것입니다. 인간의 욕구 세 가지를 이야기할 때, 잠, 음식, 성을 이야기합니다. 많은 영화들에서도 잠과 음식을 해결하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성에 대해서는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모습은 상상은 해봤지만, 굳이 표현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상상력이 폭주하는 영화입니다.

이 우주선에는 자위의 방이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이 방에서는 자신의 성욕을 해결할 수 있는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남성과 여성 상관없이 모두 이 방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우주선의 유일한 의사인 딥스는 생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남성들의 정자를 채취해서, 여성들의 난자를 수정하는 인공 수정을 실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실험은 번번이 실패합니다.

여기서 영화의 특이점 하나를 볼 수 있습니다. 바로 성관계의 기능을 분리해놓은 것이죠. 성관계는 두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생식의 기능과 쾌락의 기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쾌락의 기능은 자위를 통해서만 해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생식의 기능 또한 체외 수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죠.

그러다가 영화의 후반부에 이 실험이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 이 성공은 정확한 두 가지의 기능이 제대로 작용되었을 때입니다. 의사인 딥스는 다른 사람들에게 약을 먹여 잠이 들게 한 뒤에 다른 남자를 탐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와의 관계를 통해서 얻어낸 정자는 다른 여성에게 주입하여서 수정을 하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임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본능의 폭주(스포일러)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상상력이 폭주한다는 이야기는 이 점을 보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우주선에서 진행되는 실험은 우주선 속에서 인간이 생명을 이어갈 수 있느냐입니다.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서는 꽤 긴 시간의 비행이 필요합니다. 그 시간은 인간의 수명을 넘는 시간이 될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우주선 안에서 생식이 이뤄지고, 그 아이가 우주선의 임무를 지속시킬 수 있다는 가정을 두고 시작한 실험입니다. 

그리고 그런 실험을 위해서 범죄자들이 투입이 된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 남자가 자신의 성욕을 참지 못하고, 한 여자에게 강간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이는 다른 남자에 의해서 제지당하죠. 그렇게 사건이 마무리된다고 생각되었는데, 여자는 그 분노를 참지 못하고 남자를 죽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상상력의 끝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습니다. 대게 이런 이야기를 대부분 상상해봤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무참히 살해하는 복수극 같은 이야기죠. 그런데, 이 영화는 그것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영화의 상상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에는 수정에 성공한 아이가 성장을 한 이후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자신의 정자로 인해 태어난 딸과 우주선에 남겨집니다. 그리고 영화가 암시하는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의 딸이 남자에게 성적인 매력을 느끼는 것처럼 보여주고 있죠. 그 아이는 오로지 남자에 의해서 자라왔기 때문에 근친상간에 대한 교육을 받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생각을 해볼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남자와 여자 각 1명씩만 세상에 남겨진다면? 그리고 두 사람의 사이가 부녀 지간이라면?이라는 의문에서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인간의 보존을 위해서 두 사람은 근친상간이라는 인간의 규칙을 깨야할까요? 영화는 두 사람이 새로운 세계로 나간다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우주라는 광활한 공간이지만, 우주선은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공간입니다. 지구와 교신이 끊겼기 때문에 밖에서는 우주선 안이 어떤 상황인지 전혀 알 수 없는 것이죠. 이러한 모습은 영화 중간에 등장하는 다른 우주선의 모습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잔잔한 분위기를 풍길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상상력이 폭주하여서 갈 때까지 가보자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본능을 끝까지 파헤치면 무엇이 나올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시작하게 된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통해서 생명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설명만 들어서는 이 영화에 대해서 절대 알 수 없을 것입니다. 직접 본다고 해서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알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보여주는 이미지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경계선]과는 다른 의미로 충격적인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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