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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01. 2019

복기 & 새로운 시작을 위한 초석

영화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 리뷰


이 영화를 안 보신 분은 있어도, 이 영화의 음악을 안 들어 보신 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유명한 대사. 사실, 이 대사가 엄지와 함께 나오는 대사는 아니죠.

1편과 2편의 호평 이후 3편과 4편이 나왔지만,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2편과 3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마저 많은 관심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애니메이션과 게임도 있었다는 건 안 비밀이죠. 그리고 리부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등장한 5편인 [제네시스]는 1편 이전의 이야기라는 설정으로 기대를 모았죠. 거기에 한국 배우인 이병헌이 T-1000의 역할로 등장한다는 관심을 받으며, 더 좋은 성적을 기대했죠. 하지만, 이병헌 배우는 대사도 거의 없이 초반에만 등장하고, 영화도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는 못했습니다. 324만 명의 관객 수를 동원하면서 많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관람했지만 이는 영화 자체 대한 관심보다는 [터미네이터]라는 이름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점점 추락을 하던 중 원작자였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판권을 회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집니다. 그는 자신이 터미네이터의 이야기를 완결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보이며, 자신이 만들었던 2편 이후의 영화에서 등장한 이야기를 전부 폐기하고, 2편 이후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도대체 영화를 몇 개를 제작하는 걸까요? 지금 [아바타]도 밀려있고, [알리타]도 후속을 제작한다고 하는데, 지금 [아바타] 2,3편은 제작 중이고, 4,5편을 준비 중이라는데, 죽기 전에 다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네요….)

그리고 이 영화의 연출을 하게 된 ‘팀 밀러’ 감독은 영화 [데드풀]에서 개성 있는 청불 액션을 보여준 감독으로, 액션에 있어서는 기대감을 가지게 했죠.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주었던 1편과 2편의 뒤를 이은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전작과의 연결고리


2편의 뒤를 이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2편을 보고 봐야 하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다크 페이트]가 개봉하기 전에 [터미네이터 2 3D]라는 이름으로 4K 리마스터링 작업이 후 재개봉을 한 것을 생각해보면, 전작과의 연결고리가 중요하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보지 않아도 즐기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터미네이터]의 설정을 아예 모르는 분이라면 2편 정도만 보고 관람을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터미네이터]는 타임 루프와 로봇의 미래 등 SF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많은 것들이 포함되어 있는 영화입니다. 때문에 같은 장소에 있는 비슷한 인물들의 관계가 엄마와 아빠, 아들과 같은 관계가 가능합니다. 이러한 개념을 미리 알지 못한다면 조금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터미네이터]는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는 영화다 보니 이러한 점이 중요하다고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그 액션 자체는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터미네이터 2]가 재밌었던 이유 중 하나인 다양한 상황 속의 액션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로봇이라는 캐릭터를 잘 이용한 것이죠. 인간의 액션으로는 불가능 하지만, 로봇이기 때문에 가능한 액션 장면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 액션을 뒷받침해주는 상상을 능가하는 설정들이 중요했죠.

[터미네이터 2]가 1991년에 개봉을 했는데, 당시의 기술력으로는 상당히 놀라운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보여주는 상상력을 더욱 놀라웠습니다. 2019년인 지금 봐도 2편에서 등장한 요소들은 상당히 놀랍거든요. 특히 액화 질소가 등장하는 장면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이 지금도 놀랍습니다. 액체라는 특성을 아주 잘 이용한 장면이죠.




이런 모습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보여준 장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다크 페이트]에서도 이런 모습을 기대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편만큼은 아니었어요. 조금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2편의 모습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2편에서 등장한 존과 T-1000의 추격 장면이 떠오르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하고, 전체적인 구성이나 영화의 요소들이 배경과 자세한 설정만 바뀌었을 뿐 틀 자체는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당연히 같은 시리즈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도 들지만, 새로운 느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는 이러한 부분이 어느 정도 의도를 하고 만들어진 장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에 대한 향수를 느끼게 하는 것도 있지만,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입장에서는 이 영화를 기점으로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려는 입장이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섣부른 이야기 전개보다는 과거의 캐릭터 및 설명을 현대적으로 바꾸는 것에 집중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모습을 반영하는 것이 ‘그레이스’라는 인물의 등장과 존 코너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터미네이터가 대니를 쫓는다는 것부터 대니가 어떤 중요한 인물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죠. 정리하면, 사라 코너의 역할을 대니가 대신할 것이고, 터미네이터의 역할을 그레이스가 대신할 것이라고 추측해봅니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과거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있었습니다. 바로 [미션 임파서블]이 그렇습니다. 톰 크루즈의 몸값이 오르면서, 영화 제작 비용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톰 크루즈의 몸값으로 지출되면서 주인공을 교체할 계획을 합니다. 그런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갑작스러운 주인공 변경은 사람들에게 불만과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죠. [본 레거시]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그렇기 때문에 미리 배우를 출연시켜서 사람들에게 익숙하게 만든 뒤에 자연스럽게 주인공을 교체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하여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과 로그네이션에서 출연하게 되었죠. 그 사람은 바로 윌리엄 브랜트로 등장한 ‘제레미 레너’입니다. 하지만, 많은 팬들의 반발로 인해서 주인공 교체를 무산이 되었고, 최근 시리즈였던 [폴 아웃]에서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제레미 레너’는 주인공 교체를 두 번이나 시도했으니 모두 실패를 했는데….

결과적으로 이 일이 두 시리즈 모두에게는 잘된 일이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차후에 등장할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는 그레이스와 대니의 이야기로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린다 해밀턴과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큰 역할이 없음에도 등장한 이유는 새로운 인물에게 자신의 역할을 넘겨주기 위한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제작자와 연출자


[다크 페이트]의 이러한 모습과는 별개로 액션만큼은 상당히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감정 없는 액션을 상당히 잘 살린 영화입니다. 영화의 액션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액션은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말 그대로 인물일 때 갖춰야 하는 것이죠. 터미네이터에게는 감정이 없는 것이 맞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거침이 없고, 때로는 잔혹하게 느껴집니다. 그런 모습이 터미네이터기에 가능한 일이며, 액션을 통해서 캐릭터를 설명해주는 기능까지 하고 있는 것이죠. 그런 그들의 모습이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로봇이기 때문에 사람을 죽이는 것에 망설임이 없거든요.


이런 액션을 만든 1등 공신이 바로 팀 밀러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작인 [데드풀]을 통해서 그가 액션을 잘 만든다는 것을 관객분들도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데드풀]의 제작자이자 주연인 라이언 레이놀즈와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교체당하기는 했지만, [데드풀]이라는 캐릭터를 만든 공신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데드풀]에서 함께 작업했던 ‘켄 성’ 촬영 감독도 같이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의 액션과 그것을 보여주는 촬영은 [데드풀]에서 보여준 모습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톤의 변화가 있었지만, 팀 밀러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액션의 모습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그런 액션을 더더욱 재미있게 만든 것이 상상력일 것입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터미네이터 2]를 명작이라고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액션과 상상력의 결합이 좋다는 것입니다. 캐릭터들이 싸우는 과정에서 사용하게 되는 도구나 배경 상황 등이 영화의 스토리 라인과 잘 어울려야 하는데, 영화는 그러한 점이 상당히 자연스럽습니다. 특히 영화의 초반 등장하는 자동차 공장에서의 액션 장면은 상당히 인상 깊습니다. 그리고 카체이싱으로 이어지면서 영화의 기대감을 충분히 높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 크게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초반을 보고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이기도 할 것입니다. 저는 영화 초반을 보고, 정말 대단하고 환상적인 결말을 기대했거든요. 영화는 중반에 들어서면서 액션이 아닌 로봇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로봇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이야기죠. 이러한 이야기는 영화의 초반에 살짝 등장하기도 합니다. 대니와 그녀의 오빠인 디에고가 일하는 자동차 공장에 로봇이 들어오면서, 그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위기가 찾아오는 장면이 그렇습니다.

2편에서는 로봇의 보급화가 덜 되어서 이러한 일이 막연한 미래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로봇이 많이 보급이 되어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이러한 일을 막연한 미래라고 생각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이야기는 관객들에게 조금 더 현실적인 고민을 던지며,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레이스’라는 캐릭터도 그런 현실을 담은 캐릭터 일 것입니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인공 팔이나 다리 및 심장 등 인간의 신체를 기계가 대체하고 있기도 합니다. 

차후에 등장하게 될 시리즈에서는 이러한 이야기를 다뤄서 로봇이 아닌 사람이 프로그램에 의해 통제가 되는 설정이 등장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편에서 등장했던 ‘스카이넷’을 무작정 사용하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진 것을 생각해보면, [킹스맨]에서 보았던 모습보다 더 발전된 형태의 모습인, 사람의 몸에 칩을 심게 되고 그것이 인간을 조정할 수 있게 한다는 설정이 등장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터미네이터 : 다크 페이트]는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기존 이야기의 복기 및 정리에 초점을 둔 영화입니다. 기존 ‘터미네이터’ 시리즈를 좋아하던 분들에게 ‘터미네이터’ 다운 ‘터미네이터’가 나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존 시리즈의 장점인 액션과 주변 상황 및 배경의 이용 등의 모습은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큰 임팩트가 존재하는 영화는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액체 로봇이라는 캐릭터가 기존 시리즈보다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더라도 비슷하게 느껴져 피로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시리즈의 후속을 위한 초석이 될 영화라는 점을 신경을 썼다는 것과는 별개로 영화 자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설명이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대니를 지켜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있으나,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았고, 그레이스에 대한 설명에서도 설득력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2편 이후로 가장 괜찮은 ‘터미네이터’라는 이야기에는 크게 동의합니다. 2편에서 느꼈던 매력을 계승하고 있으면서, 조금 더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앞으로 나올 ‘터미네이터’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것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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