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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05. 2019

누가 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었죠?

영화 [프렌드 존] 리뷰

지금 예매율 1위는 [터미네이터]와 [82년생 김지영]이 각축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리뷰에서 다룰 영화인 [프렌드 존]은 예매율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CGV 단독개봉임을 감안하더라도 개봉한 지 1달이 되어가는 [가장 보통의 연애]와 [조커]보다 떨어지는 예매율이죠.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은 많은 것 같습니다. CGV 홈페이지를 보면 해당 영화를 자신의 위시리스트에 담은 사람들의 수를 알 수 있는데, [터미네이터]와 비슷한 수치를 보여줍니다. 항상 비슷한 아시아 로코임에도 이런 수치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이 장르에는 꾸준한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로코는 공감


많은 리뷰에서 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로맨틱이 들어가는 모든 영화에서는 공감이라는 코드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 번쯤 겪어본 이야기를 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는 꽤 관심이 가는 소재입니다. 친구와 연인 사이라는 그 미지의 세계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어떤 사람과 만나고 싶어서 그 첫 단계로 친해지는 것을 선택했는데, 너무 친해져서 문제가 생긴 것이죠. 


그리고 영화는 이러한 설정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호구의 연애’를 보여주는 것이죠. 두 사람이 친구이기 때문에 친밀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 모습 사이사이에 갑자기 튀어나오는 이상 기류들이 등장하고, 특히나 중화권 멜로에서 잘 보여주는 간질간질한 감정을 잘 살리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두 인물이 친구와 연인이라는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는데, 비슷한 느낌이 드는 영화로 [오늘의 연애]가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상당히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랜 시간을 짝사랑하는 영화라는 면에서는 [러브 로지]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영화는 처음부터 공감이라는 코드를 전면으로 내세웁니다. 이는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팜’과 같은 처지에 있는 3명의 남자들에게 팜의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들은 영화 중간중간에 등장하여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영화의 분위기를 살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영화의 두 주인공도 매력적이지만, 3명의 남자들 또한 매력적입니다. 그리고 이들이 맞이하는 결말 또한 흥미롭습니다.


관객들이 이런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는 이유는 이런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친해지기 위해서 친구가 되었지만, 그 친구라는 형태가 둘 사이를 가로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이죠. 다른 친구들에게 많이 듣기도 했고, 저도 경험했던 일입니다. 그리고 항상 비슷한 핑계를 댑니다. ;널 잃고 싶지 않아, 사귀면 언젠가는 헤어지게 되잖아. 너랑은 오래보고 싶어’ (하…. )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것이 핑계일지 아니면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두 사람 모두 용기가 없었던 것이죠. 자신이 원하는 것이 10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중 5개 정도만 손에 쥐고 있어도 만족하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을 10이 다 가지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런 시도를 할 때는 모두 잃을 수 있다는 리스크를 안고 가게 되는 것이죠. 영화는 그런 이야기들을 잘 표현했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너무 공감이 되었거든요.





의외의 고민


영화를 보면서 중반까지는 기존 영화들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후반에는 조금 진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이 이야기를 위해서는 영화의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영화의 맨 처음 등장한 시퀀스를 생각해보면, 깅은 아빠와 친밀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깅은 아빠가 바람을 피고 있다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빠의 뒤를 밟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이 장면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이 이야기는 상당히 중요한 이야기였습니다. 주인공인 깅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행동들에 대한 모든 이유를 설명하는 장면이 됩니다.

자신의 아빠가 바람을 피웠기 때문에 자신의 남자친구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의심을 하게 되고 모두 떠나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자신에게 같은 일이 반복되어 발생하면, 그 원인을 자신에게 찾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신의 아빠가 바람을 피우고, 자신의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우는 것을 자신의 탓을 하는 것이죠. 확실하게 이것은 바람을 피운 사람이 잘못한 것입니다. 맞아요. 저는 잘못한 것이 없습니다…

 

그런 깅의 마음을 팜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러워지는 것이죠. 한편으로는 떠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고백을 하게 되었을 때, 잘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나마 의지하는 친구도 떠났다고 생각하고, 더 좌절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깅의 그러한 태도가 팜에게는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이용당한다는 것만큼 화가 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면서, 사람 사이의 신뢰와 믿음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들이 망설이는 것은 무엇 때문이고,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합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영화를 보면서 두 인물 모두에게 공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게 봤습니다. 물론, 이는 제가 재미있게 본 것이고 객관적으로 본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살 수 있는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소비층이 정해진 영화이기 때문에 그 소비층이 이 영화를 마음에 들어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죠. 그 소비층에 발을 걸치고 있는 입장에서 봤을 때, [프렌드 존]은 최근 봤던 영화(장르한정) 중에서 가장 괜찮았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표현도 좋았고, 코미디적인 요소가 좋아서, 감정의 공감이 없이도 괜찮게 볼만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두 인물이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두 인물이 서로 다른 느낌을 주고 있음에도 어울린다는 느낌이 듭니다. 선 굵은 외모를 가지고 있는 팜과 비교적 수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깅이 좋은 시너지를 발휘하는 영화입니다. 문득 로코가 보고 싶을 때, 찾아보고 싶은 그런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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