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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14. 2019

담백하지만 조금은 퍽퍽한

영화 [블랙머니] 리뷰

경제를 다루는 영화에게는 공통적인 과제가 주어집니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사건의 경위를 영화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죠. 대표적인 경제 영화인 [국가 부도의 날]이나 [빅 쇼트]도 아무리 쉽게 풀어낸다고 해도 모든 사람에게 완벽한 이해를 시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두 영화는 다른 선택을 합니다. [빅 쇼트]는 이러한 설명을 최대한 설명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국가 부도의 날]은 인물에 대한 감정 직접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그려내었습니다.

그러한 선택지 속에서 영화 [블랙머니]는 후자의 선택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국가부도의 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스토리 상 IMF의 여파로 벌어진 사건을 다룬다는 점에서 두 영화 속 현실의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선택


앞서 이야기한 선택지 중에서 영화는 인물의 감정과 스토리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양민혁이라는 검사는 금융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인물이 아니라는 설정 또한 관객들과 같은 위치에 두기 위한 설정이죠. 덕분에 영화는 양민혁이라는 인물이 수사를 하는 과정을 따라가면 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그를 위해서 영화는 사건에 대한 정보를 최소한으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하려고 하면 설명이 길어지고 있는 영화가 늘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과감하게 생략을 하고, 앞서 이야기한 인물을 따라가는 식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영화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양민혁 검사와 김나리 변호사입니다. 두 사람은 서로 반대되는 진영에 있지만, 이 사건에 본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양민혁은 ‘대한 은행 헐값 매각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아니고,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 사건의 진실을 캐내려는 사람입니다. 김나리는 대한 은행의 변호사로 대한 은행이 하는 행동이 불법이 아니라 합법적인 절차에서 이뤄지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죠. 즉, 이 사건의 내막을 모른 채 은행이 말하고 싶은 이야기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따지고 보면 두 인물 모두 이 사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사건을 깊게 파고든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것이죠. 사건의 주변에서 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그러한 이유로 두 사람은 애매한 관계가 성립이 되고, 적과의 동침과 같이 공조를 하게 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금융 범죄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통해서, 고위층들의 치밀한 작전을 표현하는 것에 신경을 쓰기보다는 이러한 사건과 마주하게 된 두 인물의 태도와 결정을 통해서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합니다. 

정보는 줄이고, 인물의 선택과 태도를 보여주어서 영화가 말하고 싶은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이 영화를 관람한 이후에 이 사건에 관심이 생긴 분들은 실제 사건에 대해서 찾아보게 될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영화는 관객들에게 사건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인물의 선택 (스포일러)


영화 [블랙머니]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바로 인물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선택들이 영화가 이야기하는 메시지와 연결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극 중에서 권력의 핵심 인물이 지나간 자리에 남게 되는 것과 같이 하게 된 것들을 살펴보면 이러한 사건이 누구의 잘못인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중반까지 양민혁 검사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서 사건을 파고드는 것에 대해 대부분의 인물들은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물론,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인물이 존재하기는 해도 그들의 최종적인 목표는 같다고 볼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는 후반에 들어서면 새로운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이 인물이 처음부터 다른 의도를 가지고 행동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결국 최종의 선택 하나의 인물 전체를 다시 평가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영화의 결말에 김나리의 선택은 참으로 현실적입니다. 대한 은행 매각에 자신의 돈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녀는 불법이라면 용납하지 않는다는 자신의 소신을 꺾고 그들의 편에 섭니다. 영화 내내 대한 은행의 대변인이지만, 그들이 불법적인 일을 자행했다고 하면 자신이 용납할 수 없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러기에 양민혁에게 협조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죠. 


하지만 그녀의 선택을 무조건적으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타인에게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수 있어도, 그것이 자신에게 해당되는 일이라면 조금은 무녀 지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녀는 더 큰 비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의 국제 통상 전문가가 되어서 한국의 기업들을 위하여 일하려고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그러한 목표를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한 번의 사건으로 그 목표가 이뤄질 수 있다면, 그 한 번을 눈감을 수 있다고 내적으로 결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영화의 중반, 민혁과 나리가 대화를 나누는 대목에서 언급되었던 장면입니다. 양민혁이 더 큰 불법을 잡기 위해서, 작은 불법인 불법 도청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들은 김나리 변호사는 그러한 그에게 자신 마음대로 내미는 기준이라고 이야기를 하죠. 영화의 결말에는 그런 상황이 자신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대의를 위해서 작은 불법을 저지르게 된 것이고, 그 결과는 크게 나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둘은 영화의 결말에는 전혀 반대되는 진영에 서게 된 것이죠. 





정리하자면


영화는 복잡하고, 어려운 금융과 경제를 다룬 이야기의 효과적인 전달보다는 사건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 선택을 했습니다. 관객들에게 사건에 대한 정보는 줄이고, 인물의 선택과 상황을 따라가게 만들었습니다. 때문에 두 인물이 진실을 알아가는 노력 중에 그들을 가로막게 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로막는 세력이 누구인지는 정확하게 보여주지 않습니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관계와 자세한 상황은 보여주지 않고, 두 인물이 실체를 알 수 없는 집단과 싸운다는 느낌을 받게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기존 정지영 감독의 영화와는 다르게 경쾌한 느낌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다만, 영화가 코미디 영화 같은 재미나 범죄 영화에서 느껴지는 긴장감이 극대화되어 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보 없이, 단순한 인과관계로만 이뤄져 있어서 영화에 집중력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조금 길게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전작처럼 실제 사건을 그대로 영화화한 것이 아닌 모티브로 삼고 있기 때문에 전작에 비해 사회비판적 성격이 약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사건임과 동시에 정확한 인과 관계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모습이 드러난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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