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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15. 2019

겨울 속 윤희에게 준 새로운 봄

영화 [윤희에게] 리뷰

따뜻한 방바닥 위에서 이불을 덮고 귤을 까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추운 겨울 하면 생각나는 영화들이 있습니다. [러브 스토리]나 [러브 레터], [러브 액츄얼리], [이터널 선샤인]까지 모두 멜로 영화네요…. 그리고 [겨울왕국]이 있죠. 

여러분은 어떤 영화가 떠오르시나요? 그중에 한국 영화가 있으신가요? 

영화를 보고 생각해봤습니다. 한국 영화 중에서 겨울의 이미지가 있는 영화가 딱 떠오르지 않습니다. 굳이 떠올린다면, [뷰티 인사이드]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에게 겨울은 어떤 의미일까요? 저는 따뜻함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뜻함이라는 것은 추운 날씨가 동반되어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온도라도 여름에는 따뜻하다는 표현보다는 덥다는 표현을 쓸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겨울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좋은 계절이죠. 쓸쓸함에 대한 표현도 가능하고, 따뜻함도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영화 [윤희에게] 또한 이런 겨울이 가지고 있는 잘 살리는 영화입니다. 영화는 윤희에게 한 장의 편지가 도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그 편지는 받는 이가 아닌 다른 이가 보게 되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과거의 사랑 혹은 새로운 사랑의 시작이 되는 발걸음이 됩니다. 





윤희와 새봄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새봄이라는 인물이 어떤 역할을 할지 미리 이야기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느껴지는 새봄은 평범한 사춘기 소녀처럼 느껴집니다. 이야기가 진행되면 서서히 알 수 있습니다. 새봄은 그 누구보다 자신의 엄마를 위하는 딸이죠. 새봄이 엄마와 떨어져서 산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을 볼 때면, 새봄이 윤희를 싫어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새봄의 입장에서는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엄마가 자신이 아닌 엄마의 삶을 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들 것입니다. 저 또한 새봄과 비슷한 생각을 종종 합니다.

이미 젊은 사람들은 자신을 위한 시간을 두려고 하고, 자신에 대해서 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그것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 세대는 자신 스스로가 아닌 당신의 자식이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혼을 한 뒤에 혼자 사는 윤희에게는 그런 행동들이 더더욱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윤희를 보고 싶어 하는 친구가 있다는 것이 새봄은 반가웠을 것입니다. 그 친구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괜히 엄마에 대한 질문을 하고, 눈이 많이 내리는 곳으로 여행을 가자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러면서도 새봄은 자신의 남자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윤희와 새봄은 모녀 사이지만 서로에게 말하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영화의 첫 장면부터 윤희는 숨기는 것이 많은 인물이라고 느껴집니다. 집으로 돌아가기 전에 담배를 한 개비 피우는데, 이 마저도 남들의 눈치를 보면서 피웁니다. 자신의 딸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 태도는 딸인 새봄에게도 이어질 것입니다. 엄마를 닮은 새봄은 윤희와 같이 자신의 이야기를 잘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함께 사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두 사람이 같이 산다고 한들 서로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봄은 삼촌에게 엄마에 대한 질문을 하는 것이죠. 어쩌면 삼촌은 윤희보다 새봄에 대해 더 잘 아는 인물일 수도 있습니다. 적어도, 새봄이 찍는 사진을 보면서 새봄이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윤희는 왠지 모르게 삼촌과 거리를 두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리고 윤희와 가장 가까웠던 아빠에게도 찾아갑니다. 새봄의 아빠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너희 엄마는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사람이었어’ 윤희는 어떤 사람일까요? 새봄은 자신의 엄마에 대해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그 편지의 정체가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그렇게 새봄과 윤희는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그리고 여행을 통해서 두 사람은 몰랐던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오가는 것


새봄은 삼촌에게 이런 질문을 듣습니다. ‘인물 사진은 안 찍니?’ / ‘난 아름다운 것만 찍어’. 그녀에게 사람은 아름다운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 것일까요? 이런 질문에 답변이 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두 인물이 서로의 비밀을 알게 됩니다. 바로, 두 사람이 흡연자라는 것이죠. 사실 이런 일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유쾌하게 느껴지죠. 저는 이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서로에게 거리감이 있던 두 사람이 조금 가까워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새봄은 카메라를 들어 담배를 피우는 윤희를 찍습니다. 새봄에게 윤희가 아름다운 존재로 변화한 순간입니다. 

그리고 새봄은 용기가 생깁니다. 윤희에게 자신도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아마 새봄은 진짜 담배가 피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영화 속에서 그녀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지 않았다는 객관적인 추론이 가능한 지점도 있지만, 두 사람 사이의 벽을 깨부수는 농담 같지 않은 장난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르게 생각하면, 새봄은 윤희가 조금 편해진 것이겠죠.

이러한 모습은 두 사람이 눈사람을 만드는 장면으로 이어집니다. 눈사람을 만들다가 새봄의 남자 친구에 대한 이야기를 하죠. 사실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해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죠. 새봄은 윤희의 친구에 대한 이야기, 윤희는 새봄의 남자 친구 및 흡연 사실 등을 알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미 눈치를 채고 있습니다. 사실을 알고 있어도 먼저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가족이기 때문에 말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죠.

두 사람은 새봄의 남자 친구 이야기를 하면서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합니다. 벽이 무너지고, 두 사람 사이에 오고 가는 것이 생긴 것이죠. 이 장면에서는 눈덩이가 그럴 것입니다. 눈싸움을 할 때 던지는 눈덩이가 맞으면 그리 아프지는 않습니다. 기분을 나쁠 수는 있겠죠. 하지만, 웃게 됩니다. 기분이 나쁜데, 기분이 좋아집니다. 누군가가 이런 장난을 친다는 것은 그만큼 가까운 사이라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이들에게 눈싸움은 서로의 행동에 반응을 해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습니다. 좁게 보면 대화 같은 것이라 볼 수 있고, 크게 보면 교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이 눈싸움을 하는 장면을 볼 때, 그들이 행복해 보였습니다. 윤희도 서서히 웃음을 찾아가는 것 같습니다. 




새봄 엄마가 아닌 윤희 (스포일러 포함)


앞서 언급한 것처럼 새봄은 말 그대로 새로운 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로 생각해보면, 윤희에게 새로운 봄을 선사해준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죠. 윤희라는 인물은 가부장적인 시대에 오빠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원래 모습을 감추고 살았습니다. 그 모습을 감추기 위해서 오빠의 소개로 만난 남자와 빨리 결혼하게 되었던 것이죠. 하지만, 그녀의 결혼 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습니다. 전남편의 말처럼 그녀는 그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이야기를 숨기며 살아와야 했죠. 


윤희는 자신의 옛 친구라 부르는 준을 만나게 됩니다. 이는 새봄이 윤희에게 주는 선물이었을 것입니다. 새봄은 그런 그녀를 응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지내는 것이죠. 이러한 모습은 앞서 윤희가 새봄에게 보였던 모습입니다. 이미 새봄이 흡연을 하고, 남자 친구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는 척했던 것입니다. 그만큼 윤희는 새봄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던 것이죠. 윤희의 첫사랑이었던 준과의 만남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하지만, 윤희는 그동안 외면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현실과 어울리지 않은 기억이었기 때문이죠.


여행이 끝나고, 새봄은 대학교에 진학을 하게 되면 엄마와 떨어져 살 것이라는 말과는 다르게 엄마와 가까이 지내는 것 같습니다. 엄마 또한 그런 새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신이 감춰왔던 비밀을 알게 된 새봄에게 이제 무엇을 말하지 못할까요? 윤희는 새봄에게 돈을 벌어서 식당을 차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새봄은 그런 그녀의 이야기에 조금은 놀란 눈치입니다. 그동안 윤희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응원합니다. 영화의 초반에 등장했던 거리감 있는 모녀의 모습보다는 친구 같은 느낌이 느껴지는 장면입니다. 영화 내내 새벽이거나 밤, 그리고 눈이 내리던 모습이 두 모녀의 다정한 모습을 응원이라도 하는 듯 햇빛을 내려줍니다. 그리고 새봄이 여행 중에 했던 대사가 떠오릅니다. 

‘지금은 눈이 쌓여서 안 보이는데, 여기가 원래 기찻길이야’

영화의 마지막은 눈에 쌓여 있던 윤희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는 장면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정리하자면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모]를 통해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임대형 감독의 2번째 장편 영화로 올해 개최된 24회 부산 국제 영화제 폐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습니다. 그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자신을 찾아가는 인물의 모습을 통해서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윤희에게]에서는 자신의 모습을 숨기며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의 장르가 멜로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 또한 자신의 진짜 사랑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동안 세련된 모습이 익숙했던 김희애 배우의 엄마 역할은 새롭지만 상당히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오히려 힘을 뺀 듯한 그녀의 모습이 더 잘 어울리고, 더욱이 그녀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녀와 함께 연기한 김소혜 배우의 연기는 아이돌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배우라는 수식어에 맞는 연기를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기존에 보여줬던 느낌과는 다른 느낌의 그녀를 보게 되어서 상당히 좋습니다. 


영화는 내내 차분하고, 느린 템포의 조용한 분위기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는 왠지 모르게 행복해지고, 따뜻하며, 미소가 지어지는 영화입니다. 만약 다시 보게 된다면, 어머니와 함께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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