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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16. 2019

판타지 멜로 속 현실의 고민 이야기

영화 [어쩌다 룸메이트] 리뷰

영화의 소재부터 상당히 신선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입 슬립과 같이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그려내는 많은 작품이 있었지만, 이는 독립적으로 형성된 각자의 세계관을 그려낸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세계관이 하나의 공간에서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야기만 들으면 SF영화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것도 중국에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로맨스 영화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가장 먼저 로맨스가 주요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두 번째로 대체로 로맨스는 여성 관객들에게 어필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공감할 수 있도록 여성 캐릭터가 눈에 띄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남성 캐릭터가 눈에 띄는 영화라는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영화가 항마력을 필요로 하는 영화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생각보다 좋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한 번쯤 눈 여겨 볼만한 영화라고 생각이 듭니다. 




멜로 영화라는 관점에서 이 영화를 바라보면, 멜로의 요소가 그리 많은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는 두 사람이 사랑을 형성하는 과정을 상당히 많은 부분 생략을 합니다.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는 포인트들을 슬로 모션으로 걸어서 순간의 감정을 이끌어내는 중화권 멜로와는 다른 모습이죠. 두 사람이 서로를 애틋하게 생각하기보다는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 혹은 의지가 되는 존재로 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보다는 인간적인 매력에 집중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화가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에는 영화의 후반에 할 이야기를 위한 초석입니다. 


그런 과정이 부족하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두 인물이 서로에게 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의심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두 인물은 그냥 바라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외모로 봤을 때 육명은 미남이라고 할 모습을 보이는 인물이 아닙니다. 약간의 후줄근한 옷과 꾸미지 않은 모습으로 등장하기 때문에 화려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 소초와는 반대되는 느낌이죠. 그럼에도 육명은 남자인 제가 봐도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이 인물은 인간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죠. 순수하면서도, 타인에 대한 배려가 있는 인물입니다. 애초에 소초에게 호감을 가지고 접근한다는 태도가 아님에도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충분히 매력적인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하죠.


보통의 로맨스 영화는 환상을 그리는 영화가 많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멜로 장르는 환상보다는 현실을 그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영화 또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 많습니다. 두 인물이 환상을 꿈꾸지만 영화는 그것을 쉽게 이뤄주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노력 없이 무언가를 얻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있죠. 그럼에도 인물들은 자신이 주어진 환경에서 행복하게 사는 듯한 느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큰돈이 없어도 행복하게 살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게 만들죠. 두 사람이 처음에 갈등을 겪은 것도 돈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이들의 모습은 이런 문제를 극복한 듯한 느낌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갈수록 이러한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미래의 육명이 크게 성공한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죠. 사실 이러한 모습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우선 육명을 연기한 뇌가음이라는 배우가 과거와 현재의 인물을 전혀 다른 인물처럼 잘 보여줬기 때문이죠. 심지어 과거의 육명이 현재의 육명인 척을 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장면에서도 그런 척을 하는 연기를 보여줍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서 소초와 관객들에게 고민거리를 제공합니다. 돈은 없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과거의 육명과 돈은 많지만 인간적인 매력이 없는 미래의 육명 사이에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죠.

사실 이전 이야기들을 생각해보면, 영화의 소재가 되는 타임 슬립을 단순 흥밋거리로만 사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이런 이야기를 했을 때는 조금은 놀라웠습니다. 영화의 초반에 두 사람이 감정을 쌓는 것보다는 후반에 등장하는 갈등이 더욱 중요했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영화는 단순 보고 즐기는 로맨스보다는 조금 더 발전된 모습이라고 생각됩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생각해볼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주기 때문이죠.


영화는 제가 예상한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모습이 의외라고 생각되는 것은 영화 자체에 가졌던 기대 자체가 크게 없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이야기하는 내용은 좋지만, 영화의 전개는 아쉬운 부분이 존재합니다. 영화의 초반 이후는 상당히 지루하게 느껴져,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있음에도 상당히 긴 영화처럼 느껴집니다.


기존 중화권 멜로 영화에 기대하는 알콩달콩한 모습을 기대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이야기보다는 조금은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멜로는 대체적으로 20세 전후와 30대 중반을 기준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풋풋하고 열정적인 사랑을 그리거나, 사랑의 상처 및 실패를 가지고 있는 어른들의 현실 연애를 그리려는 영화가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25살, 31살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나이는 각 시대의 사회 초년생의 기준이 되는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에는 어느 정도 경험이 있지만, 사회 초년생이기 때문에 두 가치관 사이의 균형을 잡기는 조금 서툴다고 볼 수 있는 나이죠. 그런 나이를 설정한 이유가 분명하게 있을 것입니다. 영화에서도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중국 영화 특유의 결말부에 등장하는 교훈 타임에는 약간의 항마력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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