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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24. 2019

즐거운 눈과 귀, 부족한 서사

영화 [겨울왕국 2] 리뷰

영화 [겨울왕국]은 디즈니에게도 의미가 있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서, [슈렉 2]와 [토이스토리 3]를 이어 3번째로 높은 흥행 성적을 기록한 애니메이션이면서, 2013년 가장 높은 수익을 낸 영화, 역대 월드 와이드 흥행 순위를 봐도 2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상당히 좋은 성적을 낸 애니메이션입니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역대 애니메이션 관객 수 1위, 외화 관객 수 5위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더욱 의미 있게 볼 수 있는 것은 [겨울 왕국] 이후 한국 관객들의 변화에 있습니다.  이전까지 아무리 디즈니에서 만들어졌다고 해도, 애니메이션은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그나마 흥행한 작품이 [라푼젤]이었고, 그 마저도 101만이라는 그리 많지 않은 관객 수를 동원했습니다.  하지만, [겨울왕국]의 흥행 이후 개봉했던 [빅 히어로], [주토피아], [모아나]가 연달아 성공하면서 한국 관객에게 애니메이션을 익숙한 장르로 만들었다고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2편에 대한 기대가 존재하고 있었죠.  그리고 개봉한 [겨울왕국 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으며, 전편에 등장한 캐릭터들이 그대로 등장하여, 1편 이후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겨울 왕국 2]는 전편과는 조금 다른 선택과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눈과 귀의 호강


[겨울왕국]은 전편의 장점이었던 얼음을 이용한 비주얼적 눈호강과 음악을 앞세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편에서도 얼음성을 만드는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인원의 애니메이터가 투입되었고, 이러한 모습이 [let it go]라는 노래와 맞아떨어지면서 이 장면을 상당히 많은 분들이 좋아하게 되었죠.  이러한 포인트를 디즈니도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2편에서는 확실히 이런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인 것이 느껴집니다.


눈의 결정에 대한 표현과 엘사가 마법을 쓰는 모습들을 포함해서 전체적으로 시각적인 효과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고, 이러한 표현들을 위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고 할 수도 있을 정도로 그 비중이 높습니다.  그와 더불어 전편보다 다양한 노래가 등장합니다.  전작에서는 일부의 인물만 노래를 부르던 것과는 달리,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인물들의 개성이 충분히 담겨있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뮤지컬 장르를 가지고 있었지만, 뮤지컬보다는 팝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던 전작의 노래들과는 달리 이번 영화에서는 확실히 뮤지컬 느낌이 많이 드는 음악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노래들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서, 인물들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에 시간이 투자되어서 그런 것인지 서사에는 그리 힘을 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물들이 하나의 큰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지만, 그 안에서 각 인물들은 저마다의 소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영화는 하나의 큰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큰 맥락에서 엘사에게 들리는 의문의 목소리를 찾으러 가는 여정이지만, 그 비밀을 찾는 것보다는 모험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조금 더 집중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러한 모습 때문인지 이야기가 난잡하게 흘러간다고 생각이 듭니다.  이들이 여행을 떠나게 된 목표도 어느 순간은 흐릿해지고, 각 인물들의 노래와 감정 그리고 시각적인 효과를 보여주다가 끝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디즈니의 메시지


이러한 구성은 디즈니의 변화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과거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인물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서 힘을 쓰는 과정이 주로 등장했습니다.  이는 디즈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 속 캐릭터들이 개인보다는 대의를 위해서 움직이는 경우가 많았고, 전편인 [겨울왕국]에서도 아렌델 왕국의 여름을 되찾는 것이 목표가 되었고, 그들의 평안이 영화의 목표가 되었죠.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면서 영화가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2편에서는 영화의 마무리가 선명하다는 느낌이 덜합니다.  무언가 더 나아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마무리를 보여주죠.  이러한 모습에서 디즈니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변화가 생겼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은 각 인물들의 소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죠.  아렌델 왕국의 평화도 중요하지만,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자신만의 목표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함께하는 여정 중에서도 서로의 관계가 변화하면서 인물들은 감정이 변화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이것을 개인의 성장 더 나아가서는 자아와 정체성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존 영화들에서 모험을 마친 주인공이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알겠다는 말과 함께 각자의 길을 선택하는 모습과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가족과 같이 살고 싶지만, 개인의 꿈을 위해서 분가하여 외지로 나아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성인 관객들과 아이 관객 모두에게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미 그런 선택을 겪어본 적이 있거나 준비 중인 성인 관객들에게는 공감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이런 이야기를 통해서 앞으로 벌어질 일에 대한 나름의 학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이나 아이나 헤어짐에는 익숙하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헤어짐이 마냥 슬픈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자리가 있다는 것은 축하해줄 일입니다.  그렇기에 그런 이유로 떠나게 되는 것은 모두의 축복을 받는 헤어짐이 될 것입니다.  또한 이런 일을 하게 되면, 소속감과 책임감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이러한 이야기를 영화에 대입해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전편에서 안나의 위치가 상당히 애매했다고 생각합니다.  안나는 왕국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사고만 치는 인물처럼 묘사되고 있습니다.  안나에게 책임이나 역할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았죠.  하지만 이번 영화의 결말에서는 안나에게도 어떤 책임이 주어집니다.  그런 모습을 비춰보면, 모든 사람은 쓸모가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은 가정 내의 아이에게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이죠.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이 주어진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감 그리고 가족의 일원이라는 소속감과 자신이 필요한 존재라는 자존감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아이들에게 어떤 역할을 부여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물론, 디즈니가 이런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고 볼 수는 없으나, 개인의 정체성이나 가치관을 존중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의 질과 양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전편에 비해서 비주얼은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2편이 가지는 분명한 장점입니다.  하지만, 음악에서는 그만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못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게 2편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원하기 때문이죠.  

개인적으로는 2편의 음악이 1편에 비해 나쁘지는 않습니다.  음악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저에게 두 편의 영화 중 어떤 음악이 더 좋은 지 묻는다면 저는 2편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우선, [겨울 왕국]이라는 영화는 뮤지컬 장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통해서 인물의 감정을 표현하고, 상황을 전개시키는 역할과 동시에 뮤지컬 특유의 웅장함과 묵직함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케스트라 악기를 이용하여, 인물의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2편의 음악이 뮤지컬의 음악과 더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2편에서 더 많은 양의 음악이 등장해서 진짜 뮤지컬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전편에서 일부의 인물만 노래만 등장하여서, 비교적 다양한 음악 혹은 보컬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움이었는데, 이번 영화는 말 그대로 뮤지컬 영화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뮤지컬 같은 인물들의 동선과 음악들 그리고 다양한 인물들이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한 편의 뮤지컬로 이 영화를 생각하고 본다면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음악의 구성이 더욱 풍부해졌다고 생각합니다. 극의 분위기 변화에 따라서 더 많은 분위기의 음악 구성이 가능해졌고, 분위기의 변화와는 별도로 항상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올라프 덕분에 밝은 분위기의 음악도 가능해진 것이죠. 하지만 그만큼 어느 음악 하나가 돋보이지도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메인 테마로 삼는 곡이 존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임팩트가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노래 자체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노래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Let it go]만큼이나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노래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캐릭터의 매력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장점은 극 중 캐릭터들일 것입니다. [겨울왕국] 또한 어느 애니메이션보다 캐릭터들이 사랑받는 영화입니다. 특히나 엘사와 올라프가 그 중심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최근 영화를 보러 간 극장에서 [겨울왕국 2] 시사회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엘사의 드레스를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았던 적이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의 캐릭터 하나가 아이들에게는 상당히 많은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영화에서 엘사는 더 다양한 드레스를 입고 나옵니다. 그만큼 엘사의 옷이 많아진 것이죠.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에게는 조금 위험할 것 같네요… 


이런 모습과 더불어 전체적인 캐릭터들의 디테일 또한 전편에 비해 향상된 모습을 보입니다. 5년이라는 시간이지만, 그 시간에서도 기술이 좋아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특히나, 인물들의 피부 결이나 톤을 표현함에 있어서 상당히 디테일하다고 느껴집니다. 


그리고 영화에서 즐거운 분위기를 책임지는 올라프의 비중이 조금 늘었다고 생각됩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올라프가 가장 많이 떠오를 것입니다. 쿠기 영상에서도 등장하지만, 올라프는 이번 영화를 통해서 더 많은 매력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올라프를 보기 위해서 [겨울 왕국 2]를 봐도 괜찮을 정도로 참 매력 넘치는 캐릭터입니다. 추가로 ‘브루니’라는 캐릭터가 추가로 등장합니다. 상당히 귀여운 캐릭터여서 많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그리 많이 등장하지 않아서 이 부분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정리하자면


영화를 즐기기 위한 요소인 볼거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그 이상의 무언가를 원하는 관객들에게는 이 영화가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캐릭터의 개성을 통한 재미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그 재미가 [겨울왕국]이라는 콘텐츠의 개성을 지키고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이며, 그 원동력은 아직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실망을 느끼신 분은 아마 영화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보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겨울왕국] 1편이 천만을 넘고, 애니메이션 역사에 큰 전환점을 만들어준 애니메이션은 맞지만, 관객들 또한 그때에 비해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라 볼 수도 있죠.


그럼에도 [겨울왕국]은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그 매력의 중심에는 영화의 캐릭터들이 있을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의 원동력은 캐릭터의 개성이고, 이 영화에서 캐릭터들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한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전작만큼의 임팩트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니지만, 전작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는 그런 영화라고 생각됩니다. 아쉬운 부분이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돌아온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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