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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28. 2019

첫 눈에 반한 그녀와 다시 사랑하기

영화 [러브 앳] 리뷰

다중 우주는 마블의 영화에 등장하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를 시작으로 [어벤저스]의 주요 줄거리가 되는 소재가 되었죠. 이후에 여러 영화에서 다중 우주, 멀티버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로맨스 영화에도 이런 소재가 등장했습니다. 

영화 [러브 앳]은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영화로 자신의 아내와 주변 인물이 동일하게 등장하지만, 그들의 역할이나 상황이 전혀 다른 차원의 세계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습니다. 멜로라는 코드에 다중 우주가 결합된 영화를 신선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설정은 이미 존재하고 있던 설정입니다. 다른 세계라는 환경이 아니라 주인공이 처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나를 모르고, 나만 그 사람을 아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은 대표적인 멜로 영화 [어바웃 타임]이나 [첫 키스만 50번째] 등과 같이 기억과 시간을 다루는 영화에서 종종 등장했던 설정이죠.

이러한 설정이 매력적인 것은 한 인물에게는 그 사람과의 추억과 감정이 있지만, 다른 인물에게는 전혀 없다는 것이죠. 그 격차에서 두 인물이 다시 사랑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매력적인 이야기로 다가옵니다. 그런 이야기의 설정을 평행 세계라는 요소로 채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별 기대 없이 영화를 관람했지만, 이 영화는 그것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고 싶습니다. 




속도 조절


이 영화는 처음부터 마음에 들었습니다. 영화의 시작은 두 인물이 처음 만나게 된 학창 시절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이 사랑을 시작하게 되면서 영화는 몽타주를 통해서 빠르게 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영화는 바로 현재의 시간대로 넘어옵니다. 본격적인 이야기가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죠.


이 지점부터 영화는 잠시 속도를 줄이고, 인물이 겪는 상황 및 감정의 변화를 천천히 보여줍니다. 로맨틱 코미디라는 장르를 생각해보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이야기를 비교적 차분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라파엘이 다른 세계로 가게 된 이후에 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들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인물의 감정에 납득이 될 수 있도록 잘 설명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멜로 영화는 감정적인 공감이 중요하기에 인물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필요하고, 이런 설명을 위해서 영화는 잠시 속도를 줄이는 선택을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설명이 어느 정도 되었다고 생각이 되었을 때, 다시 속도를 냅니다. 속도를 내는 구간은 영화의 스토리 전개입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 전개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코미디는 영화의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프랑스 영화가 가지는 장점은 프랑스어 특유의 독특한 억양과 빠른 말투로 쏟아내는 대사들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대사를 하는 인물이 가지는 뻔뻔함이 프랑스 영화의 특징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라파엘의 친구로 등장하는 펠릭스가 그런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후 영화는 다시 속도를 천천히 줄여가면서 두 주인공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두 인물이 다시 사랑하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것이죠. 전개는 빠르게, 감정은 천천히 이 영화가 보여주는 속도조절은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물의 묘사


펠릭스는 라파엘의 친구로 등장하면서도, 라파엘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의 역할을 하는 인물이 됩니다. 라파엘은 펠릭스의 조력자가 되는 인물이죠. 라파엘이 기존에 살던 세계에서도 라파엘에게 여러 이야기를 해주는 인물이며, 라파엘이 작가로 성공한 뒤에도 그의 일을 도와주는 매니저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이런 인물의 모습을 보면, 라파엘을 사랑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이 인물의 변화가 라파엘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평행 세계로 가게 된 라파엘이 어떤 모습으로 사는지 알 수 있는 가시적인 요소 또한 펠릭스의 모습입니다. 그가 라파엘을 대하는 태도, 그 이전에 펠릭스의 모습만 봐도 대충 예상이 되는 부분이죠. 두 평행 세계의 라파엘은 상당히 많은 부분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큰 차이를 만든 원인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의 아내인 올리비아의 존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결말에서 보여주는 이야기와도 이어지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 이야기를 위해서는 영화 초반에 등장했던 몽타주를 다시금 떠올려야 합니다. 몽타주의 내용을 살펴보면 라파엘과 올리비아가 만나게 되면서 발생한 일들을 보여주고 있죠. 하지만, 이 몽타주를 보다 보면 생각보다 몽타주가 길게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대게 몽타주 자체가 시간의 경과를 짧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그리 긴 시간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이 라면 영화의 초반 몽타주는 꽤 길다고 느끼실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에 큰 의문을 품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몽타주가 등장하는 영화의 초반에는 그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영화를 다 본 뒤에 생각해보면, 그 이유가 분명하게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두 사람은 모두 소심한 인물로 표현됩니다. 라파엘은 자신이 쓴 소설을 남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인물이고, 올리비아 또한 자신의 연주를 남에게 보여주지 못합니다. 두 사람 모두 완성이 되기 전까지 자신의 모습을 보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로가 보기에 상대방은 재능이 있는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서로에게 용기를 주려고 하죠.

이런 모습을 메시지적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부족함을 가지고 있는 두 인물이 서로를 만나서 그 부족함이 완성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라파엘의 소설 원고를 올리비아가 출판사에 보내게 되어서 그는 작가로 등단하게 되었고, 올리비아는 남들 앞에서 연주를 하기 무서워하지만 라파엘의 응원으로 용기를 냅니다. 이런 식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라파엘이 바빠지면서 올리비아에게 예전만큼의 관심을 가져주지 못하고, 올리비아는 연주를 하기 직전 그가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합니다. 결과적으로 라파엘은 올리비아 덕분에 잘 되었지만, 라파엘은 그만큼의 보답은 하지 못한 것이죠.

사실, 올리비아가 피아노로 유명해지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성공을 올리비아의 공으로 돌리며, 그녀에게 자신의 소설을 꾸준히 보여주기만 했어도 그녀는 그의 곁에 끝까지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조차도 라파엘은 하지 않은 것이죠. 이러한 결과로 라파엘은 전혀 다른 세상에 떨어지게 된 것이죠.


그리고 올리비아는 그런 라파엘이 없는 세상에서 유명한 인물로 등장합니다. 상황이 역전된 이 세계의 이야기에서 올리비아는 라파엘이 아닌 마크와 함께 합니다. 그녀의 매니저이자 연인이죠. 그리고 라파엘은 그런 올리비아를 되찾을 생각을 합니다. 여기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라파엘이 올리비아를 되찾으려는 이유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영화의 메시지에 더욱 다가가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의미 (스포일러 포함)


‘사랑하니까 보내는 거야’ 저는 이 말을 믿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함께해야 하는 것이고, 그 사람은 보낼 수 없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어느 순간은 저 말의 의미를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라파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세계로 가게 된 라파엘의 처음은 올리비아를 마크에게 뺏겼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되찾으려 한다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죠. 그것을 위해서 라파엘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그녀와 많은 것을 함께하려고 합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올리비아가 좋아했던 것을 다시금 꺼내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 속에서 이런 부분이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는 설정을 보여줍니다. 

이는 살아온 환경에 의해서 그녀의 취향이 변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꽃은 살아온 환경과는 다르게 과거부터 형성된 취향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음식이나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되어 있는 것들은 평소에 먹는 음식이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게 되죠. 그렇기에 음식의 취향은 모두 다르지만, 꽃과 같은 감정적인 취향은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즉, 그녀는 라파엘이 알던 올리비아와 다른 사람인 것이죠. 영화의 어느 지점까지 라파엘은 과거 자신의 아내로 살아온 올리비아와 현 세계의 올리비아를 동일한 인물로 생각한 것이죠. 하지만, 두 인물은 다른 인물이 되었습니다. 라파엘이 그런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올리비아는 감정적인 동료가 발생하더라도, 그를 선택하지는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라파엘과 함께한 며칠 때문에 자신의 성공을 만들어주고, 자신과 많은 것을 함께한 마크를 버릴 수는 없는 일이죠. 그것이야 말로 판타지 같은 이야기일 것입니다. 


라파엘은 드디어 진짜 방법을 찾습니다. 그것은 바로 다른 세계로 가게 된 날과 같은 상황을 만드는 것이죠. 올리비아에게 자신의 원고를 읽게 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원고를 읽자, 그날과 같이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변화가 시작된다고 생각이 들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그녀는 원고를 끝까지 읽지 못하였고, 변화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것과는 무관하게 라파엘이 변화를 포기합니다. 그는 그녀의 제대로 된 연주를 듣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올리비아는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피아노에 재능이 있던 사람이었고, 그런 그녀의 모습은 행복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고, 그것으로 성공을 해본 사람인 라파엘은 그 행복이 얼마나 큰 지 알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위해서 올리비아가 희생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죠. 

저는 그제야 라파엘은 올리비아를 사랑하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사랑하기 때문에 그녀의 행복을 원했고, 원래의 세계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원고를 가지고 와서 쓰레기통에 버린 것이죠. 그런 사랑을 올리비아도 알게 된 것일까요? 올리비아 역시 연주가 끝나고 라파엘을 찾아옵니다. 


사실 올리비아의 이런 선택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판타지 같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올리비아의 입장에서 자신의 성공을 함께한 마크를 버리고, 라파엘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라파엘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이전 세계와 현 세계에서 라파엘이 올리비아를 대하는 태도에서 가장 차이를 보이는 것은 배려입니다. 과거의 라파엘은 올리비아를 배려하는 인물은 아녔습니다. 지금의 라파엘은 올리비아가 좋아하는 것을 사주려고 하고,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이뤄주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물을 무서워하지만, 그녀를 위해서 함께 들어가 주고, 비밀로 해달라는 그녀의 말에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너스레를 떱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그녀의 선택을 존중하려 합니다. 연주회에서도 시간을 많이 뺏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고, 올리비아가 들어가야 한다는 말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크를 생각해보면, 그는 이기적인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부터 올리비아의 청혼에는 거절해왔고, 자신이 내킬 때 청혼을 하는 것과 더불어 올리비아의 전기를 만들자는 의견에도 자신은 찬성한다며, 두 사람을 집으로 초대합니다. 그리고 전기를 만들고 싶지 않아 하는 올리비아를 설득하려는 태도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죠. 실질적으로 그녀를 설득하는 인물 또한 라파엘입니다. 그 설득의 포인트가 된 말 또한 그녀를 배려하는 말이죠. 전기에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해주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해보면, 현 세계의 마크는 이전 세계의 라파엘과 비슷한 태도를 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신 위주로 생각을 하고, 상대방의 의견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우선시 여겼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결국 올리비아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자신에게 용기를 줬던 라파엘의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응원하며, 그녀를 위하는 태도를 보였던 라파엘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정리하자면


오랜만에 제대로 된 멜로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프랑스 영화를 본 것 같습니다. 멜로 장르의 장점을 잘 보여주면서도, 프랑스 영화의 개성을 잘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트루 시크릿]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지만, 이 영화는 다른 의미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를 연출한 ‘위고 젤랭’ 감독은 전작인 [투 이즈 어 패밀리]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이, 무언가를 강요하는 듯한 영화가 아닌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프랑수아 시빌’은 최근 개봉한 [트루 시크릿]에서 ‘알렉스’로 등장했던 배우로, 영화를 보신 관객분이라면 어느 정도 익숙한 배우일 것이라 생각됩니다. 전작들과는 다르게 비교적 코믹한 모습도 많이 등장하다는 점은 이 영화를 통해서만 볼 수 있는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는 사랑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사랑은 무언가로 정의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듭니다. 가볍게 볼 수 있는 영화이면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때문에 장르의 특징을 떠나서 많은 사람들이 보기에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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