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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Nov 29. 2019

사회적 비판을 담은 케이퍼 무비?

영화 [허슬러] 리뷰

영화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문구가 의외였습니다. 이 영화 역시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2015년에 [뉴욕 매거진]의 한 칼럼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합니다. 그런 배경의 영향 때문인지, 영화의 구조 또한 한 기자가 주인공인 데스티니와 인터뷰 내용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전개가 됩니다. 현재의 데스티니가 과거에 있던 일을 보여주는데,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과거 스트리퍼였던 그녀의 현재는 상당히 멀쩡하게 살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생긴 것일까요? 이러한 의문은 그녀가 그냥 스트리퍼였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 속 그녀는 상당히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인물이기 때문이죠.




- [허슬러]는

[허슬러]라는 이름은 미국의 대표적인 성인 잡지 중 하나입니다. 단어의 뜻 자체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야한 장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 분들은 없겠지만, 가족과 보기에는 상당히 부적한 영화일 것입니다. 커플끼리 보기에도 살짝 민망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레이 50가지 그림자]처럼 두 사람이 사랑을 해서 생기는 상황이 아니라, 스트립 클럽이 배경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러한 묘사들에 꽤 많은 시간을 할애합니다. 미국에서는 합법이지만, 한국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 자체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들이 하는 일 자체가 불법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뒤에 저지르는 범죄가 크게 임팩트 있게 느껴지지 않는 면도 있습니다. 


영화는 데스티니(콘스탄스 우)의 이야기로 이뤄져 있습니다. 아시아인이라는 것과 여성이라는 설정은 영화의 시작이 되는 2004년에는 더 많은 차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사회적으로 낮은 계층의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된 후에도 싱글맘이 되기 때문에 영화 내내 낮은 자세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죠. 그런 그녀가 라모나(제니퍼 로페즈)를 만나게 되면서 나름의 영업 노하우를 배워가고, 우정을 쌓아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 케이퍼 무비로 향하다

초반부터 중간까지 괜찮은 텐션을 보여줍니다. 영화의 흥미가 떨어지지 않도록 지속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죠. 단순히 야한 장면을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스트리퍼의 세계를 꽤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들의 폴 댄스나 남성을 유혹하는 방법 및 스트립 클럽이 돌아가는 구조나 분위기를 보여주고 있죠.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된 이후에는 이들이 조직적인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까지 등장합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내내 들었던 생각은 그들이 아무리 어려운 삶을 살더라도,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고 있는데, 우리가 이해를 해줘야 하냐는 것이죠. 자칫하면, 그들을 쿨한 여성으로 포장하여, 범죄를 조장하는 영화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결말은 제가 걱정하는 모습으로 흘러가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 강도가 조금 약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것입니다. 이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은 미국 금융의 중심인 월가를 비판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들은 자신을 월가에 비유를 하기도 합니다. 월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등장하는 CEO나 CFO와 같은 역할을 자신들에게 부여하여 일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과정에서 월가는 철저하게 남성 위주로 구성된 조직이라는 점과 스트립 클럽 속 직원들이 여성이라는 점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두 집단이 상황을 다르지만, 같은 행동을 한다는 것이죠. 법망을 피해서 호구를 등쳐먹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연결점을 찾은 것은 꽤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누군가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번 사람들이 사기를 당하는 내용인 것이죠. 이는 ‘허슬러’라는 단어의 다른 뜻인 ‘사기꾼’이라는 의미와 연결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월가에 금융 위기가 찾아오면서, 클럽도 실적이 떨어진다는 부분은 클럽이 주인공들의 월가라는 것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겠죠.


- 조금만 더…

월가를  비판하는 내용이 좋았던 이유는 주인공들의 작업이 월가의 작전과 비슷하게 묘사되기 때문입니다. 마치, 사업을 확장하는 듯한 과정을 보여주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는 데스티니의 취업활동 과정에서 등장한 대사와 연결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경력직만 뽑으면, 경력 없는 사람들은 어디서 경력을 쌓아요’

이 대사와 데스티니의 상황을 함께 생각해보면, 데스티니는 이런 일을 통해서 사업에 대한 경험이 쌓이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말 그대로 CEO나 CFO가 되는 것이죠. 이런 노하우를 통해서 이후에 진짜 사업을 하게 되는 그런 모습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업의 직원들은 자신처럼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고용하여,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식의 이야기를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영화 자체가 고차원적인 이야기보다는 그들의 일생을 조명하는 것에만 그치고 있습니다. 무언가 비판적인 이야기를 할 것처럼 자세를 잡은 것 같았는데, 결국 그게 전부였던 것이죠. 


- 이어가지 못하는 분위기

영화의 중반까지는 꽤 좋은 분위기가 유지되었고, 월가를 비유한 내용도 좋았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중반부 이후에 이들이 범죄를 모의하는 장면들은 조금은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사실 이 부분도 재미가 없는 부분은 아니지만, 앞부분에 비하면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습니다. 특히나 이들의 범죄 패턴이 꽤 반복되면서 발생하는 문제 또한 앞에서 봐왔던 내용과 크게 다르다고 느껴지지 않았고,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자신들의 범죄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정리하자면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지만, 영화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이어지는 텐션이 중반부를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영화 곳곳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의리 과시와 멋짐이 폭발하는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스트리퍼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여성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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