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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Dec 05. 2019

전기 영화에 레이싱 곁들이기

영화 [포드 v 페라리] 리뷰

 이 영화는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 두 배우가 함께 등장한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영화일 것입니다. 1960년대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포드 v 페라리]는 레이싱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는 포드와 두 인물, 케롤 셸비와 켄 마일스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얼핏 보면 이 영화는 레이싱을 다룬 영화라고 볼 수 있지만, 전기 영화에 가까운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제목처럼 두 회사의 경쟁 및 내막을 다루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레이싱을 기대하고 영화를 선택하신 분들이라면 이 영화가 조금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새로운 소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화를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을 받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면서 어떤 영화가 떠오르기도 했는데, 저만 그런 생각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 떠오르는 영화

이 영화를 보면서 떠올랐던 영화는 바로 [보헤미안 랩소디]입니다. 전혀 상관이 없을 것 같지만, [포드v페라리]를 보면서 상당히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우선 두 영화는 같은 배급사에서 같은 시기와 등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11월에 개봉하는 영화들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염두에 두고 개봉하는 영화들이 많습니다. 수상작을 결정하는 시기와 가깝게 개봉한 영화가 더 기억에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비단 이러한 이유만은 아닙니다. 아카데미 후보작 발표가 되어서, 해당 영화가 후보에 오르면 조금 더 긴 상영을 할 수 있게 되고 길면 수상 이후까지 상영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작년 [보헤미안 랩소디]가 아카데미에서 한 축을 차지했던 것처럼, 올해 아카데미에서도 [포드v페라리]는 꽤 많은 부분에 후보로 오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음향 편집 및 믹싱 부문에서 수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영화는 전기 영화의 성격이 강한 영화입니다. 물론, 주인공들의 직업인 차와 레이싱에 대한 표현이 많은 부분 들어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인물의 서사 및 감정이 중요한 영화라는 것이죠. 그래서 그런 것인지 ‘프레디 머큐리’라는 인물에 집중 조명을 한 [보헤미안 랩소디]와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입니다. 

한 인물을 조명하되, 그 인물을 통해서 영화적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요소를 이끌어 내어 이들을 융합하여 영화적 재미와 인물의 조명을 통한 영화적 감동을 같이 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결과물로만 본다면, [보헤미안 랩소디]에 비해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물을 조명하는 방법이나,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포인트 등에서 괜찮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보헤미안 랩소디]와 같은 시리즈의 영화인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데, [보헤미안 랩소디]보다 괜찮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 또한 비슷하지 않습니다. 정리하자면, 내용 자체는 신선하거나 다르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틀이 비슷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히 새롭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죠. 어쩌면, 그 틀 자체가 새롭지 않아서 더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었음에도 많이 자제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영화의 즐길거리

아마 이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의 대다수는 영화의 레이싱 장면에 기대를 하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라고 부를 수 있겠죠. 그 기대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레이싱 장면은 상당히 잘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면에서 한국의 어느 영화가 떠오르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복동아 지금이야) 

영화의 초반부터 등장하는 레이싱 장면을 보면 이 영화가 레이싱을 긴장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느껴집니다. 그리고 그런 노력이 영화에 잘 반영되어서 레이싱 장면을 보는 동안만큼은 영화에 빠져들 수 있습니다. 영화의 최종적인 목표가 되는 ‘르망 24’ 대회에서는 그 긴장감이 잘 이어질 수 있도록 연출을 잘했습니다.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대회라는 점에서 그 텐션을 끝까지 이어가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대회 중간에도 여러 사건들을 보여줌으로써 하나의 대화에서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특히나 영화에서 직접적으로 레이싱을 하게 되는 켄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은 그의 감정을 충분히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극 중 대회 자체가 긴 시간을 두고 하는 대회이며, 영화 속에서도 비중이 가장 높은 시퀀스이기 때문에 인물들의 감정이 가장 고조되는 구간이죠.

24시간 동안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리게 되면 대회의 특성상 자동차와 운전을 하는 인물의 상태 변화가 영화에서 중요하게 그려져야 합니다. 먼저 ‘르망 24’의 24시간 동안 상당히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하는 자동차 또한 사람만큼이나 힘들 것입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한 ‘크리스찬 베일’은 대회 중 변화하는 켄의 감정을 상당히 잘 살린 모습을 보여줍니다. 대회 중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에 대한 반응 및 인물의 변화 그리고 대회 막판에 맞이하는 새로운 결정 등에 대한 표현은 상당히 훌륭합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은 표정을 통해서 상태를 보여줄 수 있지만, 자동차를 그것이 어렵습니다. 자동차 헤드라이트를 사람의 얼굴처럼 사용할 수도 없는 일이죠. 이를 가시적으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영화에서 등장한 브레이크 과열을 제외하면, 자동차의 내부를 CG를 통해 보여주는 방법 말고는 크게 방법이 없을 겁니다. 흔히 등장하는 자동차에서 연기가 나는 것은 자동차가 힘들어하는 느낌보다는 이미 망가진 느낌이 드는 연출이죠. 때문에 한계치를 넘지 않은 선에서 엔진이 작동한다는 느낌이 표현되지 않습니다. 실제 자동차를 타고 있다면, 냄새나 진동 등으로 알 수도 있겠지만 4DX 영화가 아니라면 표현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이런 표현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 엔진의 소리입니다. 이는 영화를 음향 특화관에서 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지요.  

이를 표현하기 위해서는 단순 베이스음이 아닌 중역대와 고역대의 소리도 중요합니다. 엔진음은 베이스음이 전체적으로 깔려 있기 때문에 베이스음으로 인해서 나머지 음역대의 소리가 묻히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웬만한 극장 스피커가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이 영화의 소리를 100% 표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대게 저음이 너무 커서 다른 소리들이 묻혀서 디테일한 소리들을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는 MX관에서 보았기에 이런 디테일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는데, 일반 상황관에서는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 민감한 분들이 아니라면,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자동차의 엔진음을 몸으로 느끼기 위해서는 사운드 특화관이 필수라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비슷하게 4DX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반대로 아쉬운 점은 음악의 사용입니다. 영화를 보고 난 뒤에 영화에서 사용된 음악이 딱히 떠오르지는 않습니다. 대부분의 영화가 음악이 인상적이지는 않지만, 레이싱을 다룬 영화에서는 분명 음악이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합니다. 강렬한 록음악과 함께 자동차의 거친 느낌을 보여줄 수 있었던 장면들이 존재했을 것입니다. 아마, 그런 음악들이 전기 영화의 성격이 강한 이 영화의 메시지나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은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 모르고 봐야 좋다

이 영화를 딱 하나의 틀로 규정한다면, 레이싱 영화보다는 전기 영화에 가까운 영화일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레이싱이 주가 되는 영화가 아닌 두 인물의 이야기가 중요한 영화이기 때문이죠. 

전기영화라는 점에서 이들의 역사가 곧 영화의 스토리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인물들에서 어느 정도 찾아보실 분들도 있겠지요. 저는 이러한 행동을 말리고 싶습니다. 우선 영화가 인물들은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인물이 어떤 성격을 가진 인물이며, 추구하는 가치들이 명확하게 파악됩니다. 때문에 영화의 중반부만 되어도, 인물에게 선택이 주어질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쉽게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대회의 결과나 결말이 좋습니다. 좋다는 것에는 다양한 의미를 둘 수 있겠지만, 이 감정은 결과는 아는 분들에게는 크게 와 닿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관람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전기 영화의 한계

전기 영화에 가까운 영화인만큼 인물의 이야기가 많아 중반부 정도에는 약간의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영화 [퍼스트 맨]이나 [보헤미안 랩소디]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영화의 이미지에서 느껴지거나 기대되는 볼거리가 생각보다 적습니다. 애초에 인물 중심의 영화에서는 볼거리를 크게 기대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는 인물을 조명하고, 부수적인 것으로 관객들이 기대하는 장면들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이는 인물에 대한 조명을 위해서는 그들의 이야기와 감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과정에서 관객들의 기대하는 장면들에 크게 시간을 할애할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전기 영화라는 점이 강조된 영화라면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았을 장면들이죠. 하지만, 사람들에게 관심도 받지 못할 것입니다. ‘켄’과 ‘셸비’가 레이싱계에서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크게 알려져 있는 인물이 아니기에 제목도 영화의 내용과 많은 부분 일치하는 내용이 아닌 포드와 페라리를 내세운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단순 볼거리를 위해서 인물의 스토리 비중을 줄인다면, 결말에 인물이 느끼는 감정이나 인물의 업적에 대한 관객들의 감정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을 것입니다. 


- 정리하자면

[포드 V 페라리]는 레이싱보다는 두 인물의 일대기, 서사에 더 많은 비중 있는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다룰 인물들의 직업인 레이싱을 즐길거리로 잘 표현한 구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사가 비중이 있는 영화라고 레이싱 장면에 신경을 안 쓴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고 볼 수 있죠. 레이싱 장면에서 느껴지는 속도감과 긴장감 모두 상당히 좋았고, 인물들 간의 경쟁에서 느껴지는 긴장과 몰입감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다만, 영화의 중반부 스토리 진행 과정에서 약간의 루즈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2시간 32분이라는 러닝타임이 모두 느껴질 정도로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영화가 길다는 정도만 알고 영화를 봤는데, 나중에 러닝타임을 알고는 생각보다 길었다고 느꼈습니다. 영화의 체감시간이 드라마틱하게 짧지는 않지만, 모든 시간이 고스란히 느껴는 영화는 아닙니다. 


긴박하고 스펙터클한 레이싱 영화를 기대하시는 분들에게 이 영화는 그 기대와 조금 벗어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맷 데이먼과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에 기대를 하시거나 레이싱 세계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는 충분히 즐거운 영화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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