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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Dec 06. 2019

고전적인 추리의 현대적인 해석

영화 [나이브스 아웃] 리뷰


추리 영화는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와 더불어서 사건의 경과를 풀어내는 방식이나 인물들의 숨겨진 관계 및 어떤 인물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등 여러 가지가 의심이 되도록 만들어서, 2시간 동안 관객들도 스스로 여러 가지 추리를 해볼 수 있는 재미를 주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말은 쉽지만 이러한 것들을 담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특히나 시간이 제한되어 있는 영화로 표현하기에는 더욱 어려울 것입니다. 추리 장르는 복잡하고, 다양한 인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다수의 사건과, 그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하나의 연결고리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복잡한 사건의 경과만을 생각하고 만들다 보면, 개연성이나 범인의 동기에 약점이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실제로 몇몇 미스터리 영화는 분위기만 잘 만들어 놓고서 마무리를 못해서 비난을 받는 영화들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2시간 안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 어려운 추리 영화

무엇보다 탄탄한 각본이 필수적이라 볼 수 있습니다. 보이는 효과들로 추리를 더욱 흥미롭게 할 수는 있더라도, 사건의 결말과 마무리에는 개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나이브스 나웃]은 비교적 괜찮은 영화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탐문을 하는 장면에서부터 인물들의 캐릭터 구축과 이들의 관계 등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상당히 효과적으로 설명합니다. 효과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런 이야기를 나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나름의 유머를 곁들인 전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영화가 내세우는 장르인 미스터리와 스릴러와 유머는 상극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장르에서 유머가 할 수 있는 일은 관객들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스릴을 통한 긴장감만 주기에는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주기도 하고,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특성상 서사와 대사가 중요한 편인데, 긴장을 하고 있는 관객들에게 그런 사항이 눈에 잘 안 들어올 수도 있는 것이죠. 그렇기에 강렬한 스릴보다는 적당한 스릴 속에서 간간히 등장하는 유머의 모습을 선택한 것입니다. 


- 배우 들들들

그리고 그 유머의 중심에는 두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다니엘 크레이스와 크리스 에반스 죠. 두 배우에 대해서는 제가 더 말씀드리지 않아도 너무나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배우 모두 ‘제임스 본드’와 ‘캡틴 아메리카’로 대변되는 배우죠. 두 캐릭터 모두 영화 속에서 진지한 모습을 줄곧 보여주었지만, 이 영화에서는 비교적 가벼운 모습이 등장합니다. 특히나 크리스 에반스는 죽음을 맞이한 소설가 ‘할란’의 불량한 손자로 등장합니다. 그런 불량한 모습이 생각보다 잘 어울리면서, 그가 차기작으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두 배우 말고도 영화에는 다양한 배우들이 등장합니다. ‘마이클 섀넌’, ‘돈 존슨’, ‘크리스토퍼 플러머’ 등 한 영화에 등장한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이는 수도 없이 많은 리메이크로 추리 영화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영화인 [오리엔트 특급 살인사건]를 떠올리게 만듭니다.

기존 드라마나 소설의 경우, 주어진 시간이 많기 때문에 물리적인 증거나 과학적인 수사 기법을 통한 추리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것을 영화에서 표현하기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물리적인 증거보다는 인물들의 정황 증거를 통해서 수사를 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많은 인물들이 필요하고, 많은 인물을 관객들에게 쉽게 인지하도록 하는 방법이 익숙한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입니다. 만약 몇몇 인물만 익숙한 배우로 캐스팅한다면, 그 배우가 범인이라고 너무 쉽게 단정 지을 것입니다. 

이런 배우들 속에서 익숙하지 않은 배우가 등장합니다. 극 중 마르타를 연기한 아나 디 아르마스입니다. 여러 거대한 배우들 사이에서 영화 속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인물입니다. 익숙한 배우는 아니지만,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다른 배우들과 함께하면서도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으면서도, 미스터리하면서도 순수한 듯한 느낌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 시리즈 가능한가요?

영화를 보면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한 명을 꼽자면 다니엘 크레이그가 연기한 블랑이라는 인물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 보여주는 탐정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배우의 매력뿐 아니라 영화 속 블랑이라는 캐릭터가 가지는 개성이 흥미롭습니다. 드라마 [셜록]처럼 엄청 진지하게 이야기하지만 왠지 모르게 웃기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블랑에게도 그래도 적용됩니다. 그래서 극의 분위기가 심각하게 흘러가는 듯하다가도 블랑과 경찰들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분명 날카로운 시선을 가지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조금씩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자신의 일은 분명하고 하고 있는 인물이죠. 

이런 인물이 매력적인 것은 완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조금씩 새어 나오는 인간적인 행동들이 재미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모습이 다니엘 크레이그라는 배우와 맞아떨어지는 느낌도 한몫을 하고 있죠.  




- 고전의 현대화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영화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 사건]과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공간에 있던 사람 중에 누군가가 죽게 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외부의 인물이 등장하여, 그들의 사연을 듣는 것이죠.

이런 식으로 영화는 과거 추리 장르에서 등장하는 고전적인 소재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들어 있습니다. 고전적인 추리 장르의 상징인 대저택이라는 공간부터 집 안의 분위기 및 소품들은 마치 현대 시대가 아닌 과거로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영화의 포스터 분위기 또한 과거의 시대를 보여주는 듯하지만, 영화는 현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도 감독이 추리의 고전적인 부분을 차용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추리 장르에 자주 등장하면서도, 상징적인 설정들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조금은 진부한 영화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정도 추리 장르에 익숙한 분들이라면 영화의 전개가 대강 예상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가 시작된 이후에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미스터리와 스릴러 장르를 가진 영화지만,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한 켠에는 유머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이런 코미디적 요소와 함께 비교적 빠른 템포의 이야기 전개와 편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추리 장르의 고전적인 요소를 이용한 현대적인 연출 구성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리하자면

[나이브스 아웃]은 고전적인 요소를 이용하여서 현대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적 배경은 현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현대적인 수사 기법이 아닌 고전적인 기법과 전개를 보여주고 있어서 조금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스포일러에 민감한 영화라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가 보여준 모습은 괜찮게 느껴집니다.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지만, 꽤 집중하여서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추리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조금은 뻔한 내용의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전체적인 조화가 잘 이뤄진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배우들의 연기와 구성 및 고전과 현대의 조화는 영화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솔직한 감상 (스포일러 포함)

저는 이 영화를 상당히 집중하여서 봤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캐릭터를 보여주는 장면들은 인물들의 강한 개성과 유머 그리고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는 듯한 연출과 연기를 보여주어서,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가지게 하죠. 하지만, 영화를 보다 보면 영화가 의도적으로 제대로 보여주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가 바로 랜섬입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이 인물이 범인일 것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의 중반부에 랜섬이 마르타를 도와주려는 모습을 보여서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영화의 영리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추리 장르로 보면 이런 구성은 신선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의 감정보다는 영화를 보면서 느껴지는 감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는 영화의 결말이 상당히 궁금해하면서 봤습니다. 무엇보다 할란의 모든 재상을 마르타에게 넘겨주려고 한 이유 또한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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