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Jan 21. 2020

한국 코미디다운 코미디

영화 [해치지않아] 리뷰

2019년 예상치 못한 성적을 보여준 [극한직업]. 이 영화를 제작한 ‘어바웃 필름’의 신작 [해치지않아]는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 영화를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까마득한 이 시점에 등장한 반가운 영화죠.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해치지않아]는 웹툰의 설정만을 가져와 웹툰의 이야기가 아닌, 영화만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품입니다. 이번 영상에서는 영화의 특징이 되는 키워드를 통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첫 번째 키워드는 바로 리듬입니다. 

대게 코미디 영화는 빠른 호흡과 간결한 대사로 티키타카를 보여주려는 경향이 많습니다. 이러한 속도감은 같은 제작사의 영화 [극한직업]에서 볼 수 있었던 패턴입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인물 간의 케미가 돋보이게 하는 것의 영화의 전략이죠.

하지만, [해치지않아]는 티키타카가 돋보이는 영화는 아닙니다. 이 영화의 웃음은 빠른 호흡으로 속도감을 주는 영화가 아니라 속도의 변화를 통해 웃음을 만듭니다. 기본적으로 빠른 속도를 가지고 있는 코미디 영화에서 갑자기 느린 호흡이 등장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으로 작용되고, 웃음 포인트로 이어집니다.

큰 맥락에서 보면 두 방법 모두 관객의 예상과 빗나가는 효과를 노리는 것입니다. 속도를 빠르게 하였을 때는 관객들이 뒷부분을 예상할 시간 자체를 안 주는 것이죠. 반대로 속도는 늦추는 것은 관객들이 예상하는 것과 다른 방향의 리액션이 등장합니다. 단순 비교를 한다면 빠른 속도가 만들기는 더 편할 것입니다. 재미가 없더라도, 빠르게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기에 그냥 기억에 안 남는 장면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속도를 늦추게 된다면 관객들의 집중을 만들기 때문에 그 장면을 기억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영화는 대체적으로 웃기는 포인트에서는 높은 타율로 웃음을 줍니다. 그것만으로 코미디 영화의 본분은 다했다고 볼 수도 있죠. 물론, 이 영화에는 그것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번째 키워드는 동물원의 현실입니다. 


작년에 개봉했던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중에 [동물, 원]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동물원의 운영 방식 및 현실을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많은 동물원이 있지만, 이 중에서는 동물 보호 및 연구를 겸하여 운영되는 동물원도 있습니다. 단순 동물을 전시하는 것만이 아니라 서식지 내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동물을 위한 보호를 하는 동물원도 있습니다. 한국에는 3개의 동물원이 그 기능을 수행합니다. ‘에버랜드’, ‘서울대공원’, ‘청주동물원’입니다. 영화 속에서 간접적으로 이런 내용이 언급이 되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이런 부분을 통해서 영화 속에서 말하는 이야기들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본래, 영화나 드라마 등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 종종 발견되는 실제 사실들은 이야기의 사실감을 불어넣습니다. 영화는 이런 언급을 통해서 제작하는 과정에서 철저한 조사를 통해서, 동물원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이야기한다는 믿음을 줍니다.


이런 긍정적인 사실과는 반대로 부정적인 현실로 보이는 것들이 더욱 많이 등장합니다. 동물들에게 물건을 던지는 관람객들에 대한 표현이나 동물을 연기하면서 느끼는 시선에 대한 스트레스는 동물원에서 구경거리가 되는 동물들의 심정을 간접적으로 나마 이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직접적이고, 주입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이 인지할 수 있을 최소한의 분량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도 그러한 사항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동물원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닌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영화는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세 번째 키워드는 ‘납득이 가는 상황’입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에 가장 걱정이 되었던 부분입니다. 북극곰이 콜라를 먹는다는 설정을 영화 속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납득이 가도록 영화가 설명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죠. 이 점에 대해서 영화는 어느 정도의 노력과 성과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위적인 상황이 아니라 우연한 상황을 자연스럽게 만들어 보는 관객들이 황당하다고 느낄 수 있는 상황을 웃음으로 승화하여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이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식으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했던 요소들을 이용하여서 사건을 진행시킵니다. 즉, 떡밥을 잘 회수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복선이라고 생각되지 못했던 요소를 사용하기도 하고, 어느 지점에서는 정말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여러 요소들을 잘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면서 억지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부분은 영화 [극한직업]에서도 느껴졌던 영화 특유의 뻔뻔함과 연결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쭈뼛쭈뼛한 것이 아니라 그냥 대놓고 뻔뻔하기에 오히려 그것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현상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를 재미있고, 잘 짜인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네 번째로 배우들의 활용입니다. 


이 영화의 캐스팅은 화려하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기본기를 가지고 있는 배우들이라는 것은 분명하며, 영화 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은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박영규 배우를 대표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그는 박영규라는 인물 그 자체였습니다. 이는 감독이 배우를 아주 잘 활용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영규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목소리 톤이나 표정들을 캐릭터에 잘 살렸습니다. 그리고 박영규 배우 또한 본인이 연기하는 인물에 대한 표현을 정확하게 합니다. 이는 감독과 배우가 많은 소통을 통해서 영화 속 캐릭터를 탄생시킨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박영규 배우를 이야기했지만, 이 이야기는 모든 배우들에게 해당됩니다. 배우들이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그 누가 등장하더라도 영화의 공간을 충분히 채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케미가 돋보이는 장면이 적다는 점은 아쉽게 느껴집니다. 각 인물들끼리 함께하는 장면들에서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두 인물이 만나서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앞서 이야기했던 티키타카를 통해서 인물들의 케미를 만드는 편인데, 영화에서는 이런 점이 많이 등장하지 않아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특별출연으로 한예리 배우가 등장하는데, 그동안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극한직업]에서 신하균 배우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것처럼 한예리 배우의 색다른 모습도 상당히 흥미로웠습니다.



다섯 번째 키워드는 흐름입니다. 


코미디 영화는 고질적인 문제점이 있습니다. 바로 중후반부에 진행되는 영화의 메인 사건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입니다. 이 점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초반부터 코믹한 분위기가 진행되던 영화가 이 부분에서는 분위기가 바뀌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 이후 코미디 영화가 갑자기 신파로 빠지거나 진지해지는 상황들이 생깁니다. [해치지않아] 또한 이 지점에서 조금 처지고, 진지한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하긴 합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러한 부분에서도 간간히 코미디를 넣어서 코미디 영화임을 각인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클라이맥스에서는 의외의 긴장감을 주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합니다. 마치 공포 영화처럼 느껴지는 장면도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이 동물원에서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감이 났던 것이죠. 


그리고 이 영화의 소재부터 결말을 어떤 식으로 마무리할지가 상당히 궁금했습니다. 동물 없는 동물원이라는 이야기가 웃긴 이야기 같지만, 다른 시선에서는 이상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그런 질문들에 영화는 나름 현명한 답을 내놓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방법도 있다고 제시하는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그래서 이 영화는 어떤 영화냐? 누구나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누구에게나 쉽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12세 이용가라는 점도 이 영화가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다른 관객분들의 반응이 상당히 궁금합니다. 코미디 영화는 취향을 많이 타는 영화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 또한 크게 양분된 반응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취향과는 잘 맞는 영화였고, 긍정적인 방향에서 한국 코미디 영화다운 모습을 보여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신선한 소재를 통해서, 사회적인 이야기와 결합하여 풀어낸 모습은 코미디 영화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런 영화들이 자주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 다른 생각할 틈 없이, 마음 편하게 웃을 수 있었던 영화였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베니의 좋은 연기, 영화의 불친절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