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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an 21. 2020

포장지만 나쁜녀석들

영화 [나쁜녀석들 - 포에버] 리뷰

영화 [나쁜 녀석들]하면, 95년과 2003년에 개봉했던 [나쁜 녀석들] 1,2편이 떠오르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마이클 베이라는 감독이 떠오릅니다. 이는 영화들이 가지고 있는 성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토리는 영화의 구색이 되고, 오로지 보여주기를 위한 영화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틴 로렌스와 윌 스미스라는 두 배우의 티키타카와 끊임없는 대사들 그리고 큰 규모의 액션 장면들입니다. 그렇기에 이번에 개봉한 [나쁜 녀석들 : 포에버] 또한 그러한 기대를 하고 영화를 보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대에는 어느 정도 충족을 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보이는 것을 상당히 많이 채워 넣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초반부터 상당히 빠른 속도감을 보여주는데, 마치 [분노의 질주]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이 장면은 [나쁜 녀석들] 1편의 첫 장면과 동일한 모습입니다. 로리가 운전을 하면서 버넷에게 운전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은 과거, 1편의 느낌을 영화가 다시 살리려고 한다는 기대감을 주었습니다.

그 뒤로 진행된 이야기는 기존 [나쁜 녀석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느껴진 달라진 점은 영화의 분위기입니다. 이전까지 청불영화지만, 마음 편하게 보는 영화라는 성격이 강했습니다. 말 그대로 영화가 하나의 쇼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죠. 총싸움과 추격전 그리고 몸싸움과 폭발로 이어지는 말 그대로 액션 영화를 통해 볼 수 있는 볼거리를 모두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쉴 새 없는 인물들의 대사가 영화의 개성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나쁜 녀석들 : 포에버]에서는 보기 편한 느낌보다는 약간의 긴장감 조성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이것이 긴장감 조성을 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속 인물들이 급작스럽게 죽는 장면이 자주 등장합니다. 맥락 없이 등장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깜짝 놀라게 만듭니다. 1,2편을 보면서 이런 장면이 있었나 싶기도 합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리즈의 공백기를 가졌던 영화가 돌아왔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전작에 대한 향수를 일으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전작에 등장했던 특징적인 것들 것 등장하기를 바랐습니다. 영화 또한 그런 것을 어느 정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커스가 할아버지가 된다는 이야기는 과거 1,2편은 보신 분들이라면 반가워할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그녀의 딸과 사위 모두 전작에서 등장했던 동일한 인물이기 때문이죠. 뿐만 아니라 2편에서 등장한 RC카를 이용했던 장면은 드론으로 변화되기도 했습니다. 드론의 큰 역할을 없지만 말이죠. 


결국 이러한 요소들은 많은 시간이 흘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요소이며, 격세지감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들이 될 것입니다. 그렇기에 영화의 구도도 오래된 형사들과 신기술로 무장한 젊은 요원들이었고, 이런 구도를 보는 순간 두 그룹이 하나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이런 스토리 전개로 흘러갈 것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영화의 초중반까지 눈에 띄는 것이 없어도 저는 꾹 참고 있었습니다. 2편에서 봤던 커다란 스케일의 장면이 하나쯤을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죠. 클라이맥스에 등장하기는 하지만 저의 기대만큼은 아니었습니다. 가상의 이야기인 영화임에도 뒷수습이 걱정될 정도로 마구 부수어되는 것이 매력적이었던 영화에 그런 장면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죠. 물론, 그 특징은 영화의 특징이 아닌 마이클 베이의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영화를 마이클 베이 감독이 연출하지 않은 것에 아쉬움을 표현하는 관객분들이 많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매력이라고 느껴진 부분은 화가 넘치는 인물들이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일을 크게 만들고, 그 큰일을 해결한다고 화를 내고, 자신의 말대로 안 한다고 화를 내고, 그냥 계속 화를 내고 짜증을 냅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우~솨’를 외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영화에서도 화를 내고, ‘우~솨’를 외치는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습니다.


굳이 [나쁜 녀석들]이라는 이름이 아니더라도 비슷한 영화들을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비슷한 영화들 속에서 [나쁜 녀석들]이라는 네이밍을 가지고 나온 영화라면 사람들이 조금 더 관심을 가지고 볼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다른 내용물에 포장지만 비슷하게 만들어서 관심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죠. 그렇기에 영화를 보다 보면 최근에 개봉했던 [제미니 맨]이 생각나는 것도 그러한 이유라고 생각됩니다.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윌 스미스와 그의 조력자로 등장하는 백인 여자 등 상당 부분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되어 생각난 이야기가 하나 있습니다. 라면에 대한 기사가 바로 그것이죠. 라면들 중에서 같은 이름을 가진, 컵라면과 봉지라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라면 업체 관계자는 그 라면들을 서로 다른 라면으로 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심지어 큰 컵과 작은 컵도 그렇습니다. 이름만 빌려와서 다른 레시피로 제작된 라면이라는 것이죠. 

최근 영화계에는 창의성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들도 원작이 존재하거나 기존의 영화들을 리메이크, 리부트, 후속작, 스핀오프는 과거 작품들의 IP(지적재산)에 의존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그렇기에 이제는 이름만 보고 과거의 영화와 비슷한 영화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비슷한 퀄리티의 영화라면, 이왕이면 과거에 인기가 있었던 IP들의 이름을 가져오는 것이 더 돈이 되는 일이니 말이죠. 


결론적으로 전작에서 보여준 몇 가지 요소들을 끌어왔지만, 그 명맥을 이어가지는 못했다고 보입니다. 몇 가지 향수를 일으킬 수 있는 모습들이 있긴 하지만, 전작들에서 보여준 뒤를 생각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인물들 및 상황의 재미를 조금 떨어집니다. 본래 무작정 돌진하는 마이크의 모습이 영화의 재미 포인트였지만, [나쁜 녀석들 : 포에버]에서는 마이크에게 자제하라는 말을 영화 내 내 합니다.


원작이 있는 IP를 가져와서 영화화를 하는 것은 비교적 손쉬운 일입니다. 캐릭터도 이미 잡혀있고, 배경 및 설정도 레퍼런스가 존재하기 때문에 비슷하게만 만들어도 괜찮은 평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콘텐츠에 대한 애정 없이 그냥 만드는 것이라면 저는 반대하고 싶습니다. 

영화의 쿠키 영상을 보면, 후속 작품도 나올 것 같은데… 차라리 리부트나 스핀오프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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