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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11. 2020

따라 하지 말고 잘하는 걸 하자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리뷰


리뷰에 앞서 여러분들에게 질문 하나를 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어떤 영화일 것 같나요? 아마 많은 분들이 할리퀸의 솔로 무비라고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의 제목인 ‘버즈 오브 프레이’는 원작 코믹스에서 등장한 팀 이름으로, 여성으로 구성된 히어로 팀을 의미합니다. 애초에 이 영화는 ‘할리퀸’의 솔로 무비가 아니라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뭐 그렇다 하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영화라도 잘 만들었다면, 할리퀸의 인기를 등에 업고 새로운 시리즈를 보여줄 수 있겠죠. 하지만, 그것마저 실패할 것 같네요. 




이 영화는 마치 물과 기름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영화의 연출과 캐릭터들이 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연출은 트렌디한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 연출을 보여주죠. 적어도 제가 보기에는 그렇게 보았습니다. 영화는 마블의 [토르 : 라그나로크] 같은 모습을 기대한 것일까요? 혹은 [데드풀]을 기대한 것일까요? 적어도 이 영화의 모습이 트렌디한 모습은 아니라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그리고 번역에서도 그러한 노력이 보입니다. 영화의 분위기를 따라가기 위한 모습이 보이는데, 아무리 그래도 할리퀸의 대사에 ‘오 마이 갓김치’라니… 할리퀸이 갓김치라는 표현이 너무 괴리감이 들었습니다. 이 번역에서 몰입이 엄청 깨졌습니다.


할리퀸도 다른 인물들의 온도차가 커서 할리퀸 혼자서 다른 곳에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듭니다. 할리퀸을 뒷받침해줄 인물이 부족한 것이죠. 차라리 조커가 등장해서, 할리퀸의 광기를 폭발시키거나 자극하는 장면들이 존재했다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각 인물들이 저마다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지만, 그 목표 또한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인물들이 무엇을 위해 움직이는지 헷갈릴 때가 많고, 그러다 보니 이들이 왜 같이 하게 되는지에 대한 동기 부여가 상당히 약합니다. 각 자의 목표가 하나의 목표가 되는 전환점이나 계기가 필요할 것이지만, 영화는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할리퀸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유일하게 볼만한 장면이었던 할리퀸의 모습은 과도한 밝음과 엉뚱함 그리고 팬시함이 돋보이는 캐릭터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녀를 남자에게 차이고, 차였다고 말도 못 하는 지질한 인물로 그리고 있었습니다. 물론, 영화는 이를 극복하면서 타인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영화를 보고 난 뒤에 그런 메시지를 가지고 극장에 나서는 관객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보면서 볼거리는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나름 메이저 제작사에서 나온 대형 영화에서 기대하는 그런 장면들이죠. 그렇기에 영화가 아무리 재미가 없더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졸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화학공장 폭발 장면 말고는 볼거리가 전무한 영화입니다. 일부러 아이맥스에서 영화를 봤는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고, 영화의 중반에는 졸리기까지 했습니다. 

특히나 액션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가장 실망했습니다. 영화는 마치, 여성 액션을 처음 시도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타격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고, 스피디함이나 할리퀸이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던 독특한 상상력도 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갑자기 등장한 롤러스케이트나 사자후를 보면 독특한 상상력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개연성은 가지고 보여줘야 하는 것인데…

애초에 할리퀸이 액션에 특화되어 있기보다는 특이한 기행을 많이 보이는 인물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구성 자체와 캐릭터의 개성이 안 맞는다고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맞는 사람이 때리는 타이밍을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화의 액션은 허술하게 느껴집니다. 총은 수도 없이 많이 들이대지만 할리퀸에게는 한 발도 못 맞추고, 어떤 장면에서는 말도 안 되는 우연을 가장하여 총알을 피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마치, [데드풀]의 도미노처럼 말이죠. 


이처럼 영화에 흥미를 가지고 볼만한 볼거리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인물들의 개성이 확실해서 개성 있는 영화처럼 느껴지는 것도 아니죠. 즉, 이 영화의 그 어느 것도 할리퀸을 제대로 담지 못했습니다. 그저 화려한 색과 조금 힙한 음악들로 부족한 것들을 커버하려고 하지만, 정작 내실이 없기에 사람들은 쉽게 질려버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의 쿠기 영상 아니 쿠키 음성은 정말 놀랍니다. 이걸 쿠키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식으로 삽입을 할 것이면 아예 안 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컨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한 일이라며 한 출연자가 무례하게 다른 출연자를 디스 한다고 생각한다면, 사람들은 그 의도는 알지만 불쾌하게 느낄 것이죠. 저는 이 영화의 쿠키가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쿠키는 분명 [데드풀]을 참고하여서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데드풀]의 쿠키는 사람들이 재미있게 넘어갑니다. 그 이유는 데드풀이라는 캐릭터가 분명히 매력이 있으며, 조금이라도 그의 모습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별 정보가 없더라도 그의 잔망스러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느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후속에 대한 작은 정보도 제공하죠. 하지만, 이 영화의 쿠키는 할리퀸이 등장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구색만 넣은 것이죠. 베트맨에 대한 언급을 하지만, 베트맨은 제작 계획도 발표되지 않아서, 최소 2023년 이후에나 볼 수 있습니다. 당장 개봉을 앞두고 있는 [원더우먼 1984]나 할리퀸이 등장할 [더 수어 사이드 스쿼드]에 대한 이야기라면 좋을 텐데 말이죠.


데드풀에 대한 이야기로 조금 더 풀어가자면, 영화 전체적으로 데드풀의 구성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버즈 오브 프레이]의 할리퀸은 이러한 구성이 어울리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데드풀은 자신이 코믹스의 캐릭터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설정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 동화를 이야기해주듯이 말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이 동화라는 설정은 [데드풀 : 순한맛]에 등장했던 설정이기도 하죠. 하지만, 할리퀸은 그런 캐릭터가 아닙니다. 뿐만 아니라 할리퀸의 캐릭터가 내레이션에서도 반영한 듯합니다. 이야기를 잘 풀어가다가, 갑자기 뒤로 돌아가는 것을 반복합니다. 할리퀸의 개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좋은 선택일 수도 있으나, 편하게 보기 위해서 만들어진 영화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시간대를 뒤죽박죽으로 만드는 것은 좋지 못한 선택일 것입니다. 이러한 구성을 통해서 관객들이 스토리는 이해하더라도 집중은 흐려지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이건 구성의 문제가 아니라 영화 자체의 문제일 수도 있겠죠. 


이러한 구성으로 108분이라는 짧은 러닝타임이지만, 영화가 상당히 길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알았습니다. 워너 브라더스가 DC 유니버스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블은 시리즈 전체를 이끌어주는 제작자에 의해서 전체적인 분위기나 스토리를 조절하는데, DC는 각 캐릭터별 영화를 만드는 것에 급급한 것 같습니다. (DC에서 영화를 이끄는 사람이 존재하긴 합니다) 이럴 것이면, 유니버스가 아니라 그냥 각 캐릭터들을 영화로 만드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작년에 [조커]를 제작했던 것처럼 말이죠. 올해 DC에서는 [원더우먼 1984]가 개봉 예정인데, 제발 이 영화라도 잘 나와서 DC 유니버스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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