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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27. 2020

돈이 필요한 사람 아닌 짐승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스포일러 리뷰

* 해당 글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영화,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제대로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스토리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에는 어려운 영화라는 것입니다. 그냥 이야기하면 그리 어려울 이야기가 아니지만, 순서를 섞어 놓으면 조금 어려워집니다. 그렇다고 순서를 마구잡이로 섞을 수는 없는 일입니다. 영영 풀리지 못한 매듭이 아니라, 풀고 싶을 때는 풀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그와 더불어 각 사건들의 시너지도 생겨야 합니다. 










순서를 꼬지 않고, 서사대로 이야기를 해보면 그리 재미있는 이야기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중만과 태영을 내세워서 돈이 필요한 캐릭터라는 것을 설명한 뒤에 이들에게 돈이 생기는 상황을 연출합니다. 즉, 돈의 행방보다는 돈이 필요한 인물들에게 돈을 주는 상황으로 대치시키고 있습니다. 이러한 연출을 통해서 영화는 돈 앞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설명을 나중에 하는 구조를 가진 것이죠. 돈이 만들어진 과정 또한 그리 깨끗하지 못합니다. 그 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4명의 사람이 죽게 된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이라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영화 내에서 마지막인 영선에게 돈이 가기까지 총 8명의 사람이 죽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돈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두고, 싸움을 하는 인물들을 그리고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면서 돈을 얻으려고 했던 인물들은 모두 죽음을 맞이합니다. 특히나 태영의 경우, 쓰레기 차에 치여서 죽게 된다는 비극적인 모습을 보입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 약자이면서,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지 않았던 인물에게 돈이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영화가 바라는 모습일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 등쳐먹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에게 돈이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인 것이죠. 


저는 이런 류의 영화를 좋아합니다. 이런 류의 영화라 하면, [불한당], [아수라]와 같이 악당들이 잔뜩 등장하는 영화들을 말합니다. 특히나 이런 영화의 결말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결말을 맞이합니다. 이 영화 또한 그렇습니다. 돈을 위해서, 서로에게 칼날을 겨루던 이들은 서로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이들에게는 죽이는 것조차 아까운, 그래서 서로 죽이는 상황을 주는 것이죠. 이 영화 또한 대부분의 인물들이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욕망을 드러내는 인물들은 악인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불한당]이나 [아수라]와 같은 누아르의 성격을 가지는 영화라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인물들은 보면서 마냥 악인이라고 부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관객들에게 하는 질문 또한 그런 것이죠. 돈에 대한 욕망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합니다. 그중에 여러분의 선택과 같은 선택을 하는 인물들도 있겠죠. 그렇기 때문에 주연으로 등장하는 8명의 캐릭터들이 각 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조연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또한 캐릭터의 개성이 뚜렷합니다. 그런 캐릭터를 살리는 배우들의 연기 또한 일품입니다. 거기에 이런 분위기를 살려주는 촬영과 조명 및 음악의 사용 등 스타일리시한 영화라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 편으로는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영화는 어떤 시선으로 인물들을 바라보고 있냐는 것이죠. 결말까지 두고 보면, 욕심을 내지 않은 자에게 돌아간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일까요? 혹은 복수는 복수를 낳는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기에 영화는 인물들을 냉소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영화에서는 관객들이 어떤 인물에게 정을 붙이도록 인간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대체적으로 그렇지 않습니다. 딱 한 사람이 존재하긴 합니다. 바로 그 인물이 영화의 마지막에 돈 가방을 가져가는 영선이 그렇습니다. 비교적 욕망이 덜한 중만의 경우, 어설프고 타인에게 화도 못 내서, ‘버릇이 없네~’라는 말을 상당히 착하게 하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순간의 욕망을 참지 못해서 자신의 집이 불타버리는 상황이 생깁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노모가 하는 행동들에 불만을 가지고 있죠. 하지만 영선은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일을 하고 있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는 시선에 따라서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랬던 인물조차 돈 앞에서는 욕망을 드러낸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중만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는 영선이 돈을 가져가는 것으로 끝이 났지만, 영화 속 이야기에서는 그것이 새로운 시작이 되는 부분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의 시선으로 바라본 영화의 결말은 새로운 욕망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흔히 로또 1등에 당첨되면 불행하다는 이야기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던 사람들도 큰돈을 마주하게 되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제목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이라는 뜻은 현실에서 벗어나 조금 더 편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영화의 미스터리를 극대화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사건의 서사가 바뀌는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궁금증이 생기는 부분이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윤제문 배우가 연기한 형사의 존재입니다. 영화상으로는 그가 태영을 수사하고 있지만, 동시에 다른 형사들은 그를 찾으려고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통해서, 이 인물이 형사가 아닌 범죄자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이는 영화의 초반을 책임지는 미스터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면, 영화는 서사를 뒤바꾼 효과를 톡톡히 봤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해당 인물에 크게 주목하지는 않아서, 의문은 들지만, 큰 궁금증이 들지는 않은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 생각해보면, 중만과 순자의 초반 내용들이 크게 의미를 가지는 부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화의 대부분이 깔아놓은 복선을 잘 거두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이 부분은 크게 역할이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아쉬운 점들은 말 그대로 아쉬운 점이지 이러한 점들 때문에 영화가 나쁘다고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 마저도 못하는 한국 영화들이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이 정도는 상당히 양호하다고 할 수 있겠죠. 


한 가지 걱정이 되는 점은 이야기의 순서를 뒤 바꿔 놓은 것을 많은 관객분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괜찮은 영화이지만 아무 생각 없이 보는 영화를 찾는 분들에게는 조금 당황스러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중하고 보셨다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이해가 조금 안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영화는 이런 관객들을 위해서 숨겨놓은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소제목 상당에 등장하는 피가 흐르는 모양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영화의 마지막에 배수구로 피가 흐르는 장면을 형상화한 것으로 각 소제목마다 이 그림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양이나 흐르는 방향이 다르게 그려지는데, 이것이 이야기의 순서를 대충 짐작할 수 있게끔 만든 장치라고 합니다. 물론, 영화를 처음 보신 분들은 이것에 대한 정체를 정확하게 모르실 수 있지만, 영화를 다시 보실 분이라면 이 부분은 눈여겨보시길 바랍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은 현대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누구나 탐내는 돈이라는 물질 앞에서 인간이 보여주는 모습을 담은 영화입니다. 돈이라는 물질에 욕심을 가지지 않은 인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보는 모든 분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인물들을 짐승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 욕망을 제어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죠. 사회라는 약속 안에서 사람들은 욕망과 욕심을 모두 이룰 수 없기에 그것을 참으며 노력으로 자신의 욕심을 이루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그러한 약속에서 벗어난 사람은 사람이 아닌 짐승이라고 표현한 것이겠죠.

그래서 결론은 저에게 저런 돈이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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