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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27. 2020

아주 전형적인 미국 코미디

영화 [하이, 젝시] 리뷰


미국 코미디라고 하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습니다. 선을 알 수 없는 수위들과 말장난 같은 대사들. 이러한 것들이 듬뿍 담겨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하이 잭시] 미국 코미디가 아주 많이 담겨있는 영화입니다. 15세 관람가 영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당히 아슬아슬한 수위를 보여줍니다. 핸드폰 AI와의 이야기인데, 이렇게 높은 수위가 가능하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영화는 주인공인 필이 젝시라는 AI와 함께 하면서 맞이하는 변화들을 그리는 영화입니다. 핸드폰 AI가 주요 소재이기 전에 영화의 초반에는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약간의 과장이라고 생각되지만, 공감이 된다면 이미 영화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동 중에 스마트폰을 보고 있고,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글도 스마트폰을 통해서 작성되고 있습니다. 영화는 주인공 필을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서 굳이 벗어나고 싶지 않은, 어쩌면 두려워하고 있는 인물로 그리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을 하고 있고 있는 듯합니다.

그런 필의 인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존재로 영화는 젝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 둘의 처음은 그리 좋지 않았죠. 영화는 스마트폰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사람들, 필의 주변 사람으로 두고 필을 이용해서만 영화의 판타지를 펼치고 있습니다. 젝시는 필의 인생을 도와주는 미래의 기술일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단순 미래의 기술에 대한 예견이나 경고가 아닐 것입니다.


저는 영화가 필과 젝시를 동일 선상에 두고 있다는 생각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두 인물(?)은 결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영화는 필을 조금 부족한 인물로 그리고 있습니다. 타인과의 유대관계나 발야구 및 이성과의 대화에서 해메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젝시 또한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영화의 상당히 큰 사건의 발단이 됩니다.) 젝시에 의해서 반강제적으로 자신의 의지와 반대되는 일을 하면서 그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되죠. 초음은 상당히 어렵고 힘들지만 조금씩 나은 모습을 보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과정에서 젝시가 직접적으로 코칭을 해준 부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필이 고민하던 부분에서 무조건 지르는 쪽으로 이끌어가죠. 그리고 그 뒤에 일을 수습하는 것은 필이 되는 것이죠. 젝시가 몇 번 했던 말이기도 합니다. 젝시는 일을 저지르고 필은 그 일의 뒤처리를 하는 식으로 일이 진행되는 것이죠.

그렇습니다. 젝시는 필의 용기만 대신 내어준 것입니다. 인간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젝시는 그 부분을 대신해준 것이죠.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용기라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젝시는 AI이기 때문에 그런 문제에 적극적일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젝시가 단점이라고 말한 부분을 생각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습니다. 젝시가 그런 행동과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 3자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필이 젝시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된 시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직장동료와 친구가 되고, 필의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생기면서 젝시라는 존재가 아니어도 자신을 객관화하고, 자신의 문제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존재가 있던 것이죠.

그리고 영화 후반에 젝시가 일으키는 문제들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AI라서 일으킬 수 있는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마음만 먹으면 비슷한 일들을 충분히 행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해를 가하고, 동료들에게 망신을 주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죠. 영화는 아주 높은 기술적 발전으로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는 AI의 기행을 보여주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 AI도 필에게는 하나의 동료 혹은 친구 혹은 연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결론적으로 필이 젝시를 통해서 겪는 일은 젝시가 사람으로 대체되어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필에게는 누군가와의 대화, 교류가 필요했고, 젝시는 단순히 그 시작이 된 것이죠.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보니, 이 영화가 상당히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라고 생각될 수 있으나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을 하실 분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영화가 쏟아내는 수위 높은 대사들로 정신을 못 차릴 것입니다. 그리고 젝시가 보여주는 모습들도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그런 모습들도 결론적으로는 젝시를 의인화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죠. 젝시는 인간이라고 이야기하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전형적인 미국 코미디 영화로 상당히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영화입니다. 영화 [롱 샷]처럼 한국 관객에게도 통할 수 있는 미국 코미디가 아니라, 상당히 미국 성향이 강한 코미디라는 점에서 이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는 다소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나, 가족과 함께 보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야한 장면은 하나도 없이, 모든 것을 오로지 입으로만 승부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런 대사들의 향연 속에서 적절한 번역을 보여주는 황석희 번역가의 번역도 한몫을 하는 영화입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번역이 상당히 주요한 영화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번역을 통해서 원어로 느껴지는 다양한 욕설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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