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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27. 2020

완벽에 가까운 기술적 조화들

영화 [1917] 리뷰

영화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 작품상의 유력한 후보였던 [1917]. 그럴 만한 영화였습니다. 만약, [기생충]이 후보에 없었다면, 작품상을 받을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 비록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1917]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 음향편집상, 시각효과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어떤 부분에서 상을 받았는지 정확하게 기억에 나지 않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위와 같은 부분에서 뛰어난 모습을 보인 영화라 생각합니다. 




[1917]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원 컨티뉴어스 숏’의 존재일 것입니다. ‘원 컨티뉴어스 숏’은 영화의 일정 부분 이상이 하나의 테이크(컷)로 이어지는 영화입니다. 이전에 영화 [버드맨]에서 등장했던 것처럼, 하나의 롱 테이크가 상당히 많은 시간 지속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촬영 기법을 통해서, 영화의 몰입감과 인물의 움직임, 감정의 연속성 등에서 장점을 가집니다. 대개 짧은 시간 동안 이야기가 이뤄지는 영화에서 사용되며, 이 짧은 시간의 이야기를 임팩트 있게,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이 됩니다. 

하지만, 이를 연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을 보여준다고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에는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즉, 시간의 경과를 보여주는 것에는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이는 영화의 촬영 단계에서부터 철저하게 기획이 되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낯만 등장하거나, 밤만 등장한다면 문제가 안 되겠지만, 이 영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오전과 오후, 밤, 새벽이 모두 등장합니다. 그렇다면 영화에게는 고민이 생깁니다. 그 중간단계를 자연스럽게 넘기기 위한 방법들을 생각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들 덕분에 앞에서 언급했던 음향편집상과 시각효과상을 받았습니다. 


영화를 보면, 촬영에 신경을 썼다는 것이 대번 느껴집니다. 고정적인 카메라가 아닌 지속적으로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촬영 감독은 이전보다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합니다. 그런 노고와 더불어 영화 속 프레이밍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그 공로를 인정해야 합니다. 이런 식으로 한 인물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촬영을 하다 보면, 비슷한 피사체가 등장하기 때문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것을 프로덕션 디자인으로 잘 커버하였습니다. 이 프로덕션 디자인이 시각효과에 해당되는 부분입니다. 두 인물이 참호를 걸어가는 장면을 살펴보면, 두 인물의 위치가 수시로 바뀝니다. 이러한 변화가 억지로 생기는 것이 아닌, 실제 전쟁터에서 벌어질 법한 움직임과 동선으로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더불어 두 인물의 움직임으로 시선을 분산시켜서 보는 관객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도록 합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에 가장 크게 감탄한 부분은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밤 장면입니다. 밤에서 새벽으로 시간대가 넘어가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런 식으로 한 컷으로 되어 있는 영화에서는 이런 장면의 구현이 상당히 어렵습니다. 모든 촬영을 세트에서만 진행한다고 해도, 각 시간대별로 세세하게 다른 빛과 색의 느낌을 모두 살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을 포기하면 현실성이 상당히 떨어지고, 이는 영화의 신뢰를 잃어버리는 일이 되는 것이죠. 이런 변화를 영화는 효과적으로 잘 표현하였습니다. 자세하게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이 변화가 생기는 지점에서 혼자 감탄을 했습니다. 이러한 부분은 이 영화가 ‘시각 효과상’을 받은 이유를 설명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영화는 시간의 변화 혹은 상황의 변화를 시각적인 장치들과 더불어 음향으로 그 변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 음악의 힘이라기보다는 음향의 믹싱이 주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특정한 장면에서 어떤 소리가 들리기로 안 들리는지에 따라서 공간의 변화를 줍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방금 전에 들렸던 소리가 들려야 하지만 이 영화에는 그런 소리들의 완급조절로 인물들이 현재 있는 공간에 대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보면서, 음향 믹싱이 좋다고 생각한 적은 거의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 전에는 [포드 v 페라리]가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1917]이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껴질 정도입니다. 


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인공인 두 신예 배우 ‘조지 맥케이’와 ‘딘 찰스 채프먼’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그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상당한 부담감과 더불어 ‘원 컨티뉴어스 숏’이라는 촬영 기법은 배우들에게도 엄청난 부담일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하나의 컷으로 등장하지만, 촬영 시에는 분명 여러 컷으로 나누어서 찍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내용상 이어지는 이전 촬영과 현재 촬영에 등장하는 연기의 톤이 일정해야 합니다.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하나의 큰 흐름이 중요한 이 영화에서 그 흐름을 거스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부담 속에서도 두 배우는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아쉬운 점이라고 한다면, 조연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이 비중은 있지만, 그 분량이 그리 많지 않아서 특정 배우를 보기 위해서 영화를 본다면 다소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한 편으로는 영화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아쉬운 점을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영화의 중반부에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합니다. 하나의 컷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인물들이 이동하는 과정이 여러 번 등장하기 때문에 이 장면들은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에 많은 부분 후보에 오른 만큼 상당히 흥미로운 영화입니다. 사회적인 큰 담론을 담고 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전생의 현실을 리얼하게 보여주는 영화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인물들이 전쟁의 현장을 지나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여러 시각적인 요소들 덕분에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들과 함께 전쟁에 함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 영화가 촬영, 시각효과, 음향 믹싱에서 상을 받았다는 것은 영화의 기술적인 면은 상당히 좋았다고 인정받은 샘입니다. 너 또한 그러한 사항에 크게 동의합니다. 영화의 목표인, 전쟁의 현실을 보여주기를 위해서 여러 기술적인 요소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였습니다. 그 기술적인 부분 중 하나로 영화는 ‘원 컨티뉴어스 숏’을 선택했고, 이런 기법을 극대화하기 위한 시각효과와 음향이 적용되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 영화를 통해서, 영화의 기술적인 조합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하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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