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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Feb 11. 2020

새로운 척, 순서 바꾸기

영화 [클로젯] 리뷰

미스터리 영화라고 하지만 영화의 첫인상은 공포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러한 점들이 저에게는 기대를 낮추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영화의 이러한 모습이 공포라는 감정만을 앞세워서 분위기만 만드는 영화로 보았습니다. 미스터리 영화라고 생각해보면, 이러한 귀신들이 왜 등장하는지 궁금증이 생겨야 하는데, 크게 궁금함이 들지 않았죠. 그 이유는 영화에 존재하는 악령이라는 존재들은 항상 어딘가에 원한을 두고 있거나, 억울함을 가지고 있겠다는 예상을 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악령이 등장하는 원인보다는 그 정체나 사연을 궁금하게 만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상원의 딸인 이나가 악령에 쓰인 뒤에 하는 말이 의미심장하게 느껴져야 한다는 것이죠. 영화의 모습은 단순 반항을 하는 모습으로만 느껴졌습니다.

한 편으로는 영화의 초반에 공포스러운 장면을 넣지 않아도 괜찮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초반보다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더 몰입하게 되었고,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즉, 분위기가 아니라 이야기의 힘으로만 충분히 이끌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사바하]를 생각해보면, 공포스럽기보다는 괴기한 이미지들을 주로 보여주었고, 귀신의 등장이 아닌 알 수 없는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위주로 풀어나갔습니다. 이 영화 또한 그러한 선택이 더 어울렸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악령의 정체가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도 있기 때문에 그 미스터리를 푸는 것에 집중했다면 그 의미가 더 와 닿을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되어 아쉽게 느껴집니다. 



이런 초반의 모습과는 달리 영화는 생각보다는 볼만했습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말하려고 하는 내용이 좋았습니다. 엑소시즘이 들어가 있는 영화에서 주제로 내세울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은 내용이죠. 그 내용은 혹시 보실 분들을 위해서 말씀드리지는 않겠습니다. 보실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찾아보지 않고 관람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보인 영화였습니다. 무엇보다 영화의 전개들이 뻔하게 느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입니다. 한 마디로 클리셰가 상당히 많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특정 장면에서 다음 장면에 대한 궁금증이 들어야 하지만, 뻔히 예상이 됩니다. 궁금증이 가장 중요한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러한 모습은 영화에게는 치명타일 수 있겠죠. 

한 편으로는 영화가 크게 모험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한국 영화들을 살펴보면 영화의 장르가 다양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진다는 것입니다. 그 아쉽다고 느껴지는 포인트가 이 영화에서도 존재하고 있습니다. 어떤 장르와 방향으로 영화를 제작한다고 하면, 그 방향으로 풀 액셀을 밝고 신나게 달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발걸음이 조심스럽다고 느껴지는데, 아마 제작사나 투자사가 조금 새로운 시도에 대해서 겁을 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기존 영화들의 요소들을 조금씩 넣으려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죠. 이 영화에서는 조금은 뜬금없게 등장하는 코미디가 그렇습니다. 망자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영화 [신과 함께]가 언급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이전까지 영화는 공포의 분위기로 이어가다가, 갑자기 코미디가 등장해서 ‘이거 웃으라고 만든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가벼운 분위기였다면 충분히 웃을 수 있는 장면이었는데,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보는 관점에 따라서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하는 장면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역할을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있으나, 굳이 코미디가 들어가지 않아도 그러한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주제를 위해서 영화의 일부분이 희생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일부 구성이나 연출이 기존 엑소시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고, 그 전개도 다른 영화들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 개성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단순 공포영화 및 엑소시즘 영화로 이 영화를 소비할 생각이라면 그리 나쁘지는 않습니다. 적어도 영화를 보는 동안 비슷한 장르의 영화를 보는 것과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는 있습니다.

작년 비슷한 시기에 같은 배급사가 개봉했던 [사바하]와 비교를 하자면, 그 정도의 영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영화가 98분으로 상당히 짧은 편임에도 그 정도 길이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장르는 관객들이 쉽게 피로감을 느끼기 때문에 짧게 구성하는 것도 있지만, 영화의 내용이 꽉 차있는 영화는 아닙니다. 구성 또한 단순하기 때문에 [사바하]처럼 미스터리를 심도 싶은 스토리로 풀어내어, 미스터리의 비밀을 알아가는 희열을 느끼게 해주는 영화가 아닙니다. 스토리의 재미가 아닌 분위기와 미스터리의 재미만 있는 영화라 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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