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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n 22. 2020

픽사가 픽사했다

영화 [온 워드 : 단 하루의 기적] 리뷰

관람 전 : 픽사 영화인데 휴지라도 챙겨야 하나?... 에이 그냥 들어가자

관람 후 : 아… 역시 휴지를 챙겼어야 했어…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픽사는 어느덧 신뢰를 주는 회사가 된 것 같습니다. 픽사에서 나온 작품이라고 했을 때 드는 기대감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과거 [토이 스토리]를 시작으로 픽사에 대한 신뢰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온 워드]는 여러 의미에서 ‘역시 픽사’라는 말이 나오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저는 픽사가 새로운 작품을 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현재의 픽사가 당장 몇 년 안에 망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그 정도로 픽사에 대한 충성도가 있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온 워드]는 기대와 동시에 걱정이 있었던 작품입니다.

기대라고 한다면 당연히 픽사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이고, 걱정이라고 한다면 [온 워드]가 기존 픽사의 작품과 다른 듯한 인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막상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예고편의 걱정은 기우였을 뿐이고, 대체로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나 영상미 등에서 이전 픽사가 보여준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었는데, 이러한 점이 괜찮으면서도 전작과 큰 차이점이 보이지 않아서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정리하면, 뻔해도 픽사는 픽사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온 워드]를 보면서 느꼈던 픽사의 법칙에 대해 몇 가지만 이야기를 해보면, 개인적으로 픽사가 가장 잘하는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복선과 그것의 결말입니다. 떡밥 회수를 잘한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픽사 영화의 초반에는 영화를 처음 보는 사람은 알 수 없는 복선들이 꽤 등장합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그것을 강조하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픽사 영화를 많이 보신 분들이라면 결말을 예측하게 될 것입니다. 영화의 초반에는 쉽게 지나간 이것이 중요한 열쇠가 된다는 것을 말이죠.

하지만 픽사는 그것을 생각할 틈을 주지 않습니다. 화려한 어드벤처를 통해서 과거의 복선은 잊어버리고 단순히 이들이 어떤 방식으로 이 난관을 극복할 것인지에 집중하게 되죠. 또한 무언가 이뤄질 것처럼 보여주어 관객들 입장에서 ‘당연히 되겠지’라고 생각할 때쯤, 한 번 꺾어버립니다. 정리하면, 영화의 전개상 ‘이쯤에서 성공을 해야지?’라고 생각할 때 주인공에게 실패를 준다는 것이죠. 그리고 주인공이 낙담할 때,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그 사건을 해결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처음에 등장했던 복선이 등장하는 것이죠.

그런데 픽사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갑니다. 관객들이 생각했던 복선은 쉽게 사용해버리고, 정작 중요한 것은 그냥 지나쳐버린 것에서 등장합니다. 한 마디로 밀당의 고수라 할 수 있습니다. 관객들의 예상을 어느 정도 맞춰주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것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를 시키기 때문에 뻔하게 느껴져도, 지루하지 않게 됩니다.


[온 워드]도 이러한 공식에 맞춰서 생각해보면 정확하게 일치하는 지점이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픽사 영화라는 것을 단박에 알 수 있죠. 그런데도 이 영화는 사람들에게 감정적인 동요를 가져옵니다. 이 또한 픽사가 잘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중반까지 영화는 ‘난 A라는 이야기를 할 거야’를 보여주고 있다가 영화의 후반부에 접어들기 직전에 ‘사실 A라는 이야기를 위해서는 B라는 이야기가 있었어’라는 태도를 보이며 이야기의 방향이 바뀝니다. 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관객들이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라 우리가 몰랐던 누군가의 노력 및 사실로 등장하기 때문에 감정이 배가 되는 것이죠.


[온 워드] 리뷰라고 해놓고 [온 워드]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고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 사실 딱히 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이전 픽사의 영화가 큰 틀에서 차이점이 거의 없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도 없습니다. 애초에 픽사의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를 주 타깃으로 하여 성인도 볼만한 영화를 만들기 때문에 성인 관객의 기대를 충족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온 워드]라는 작품이 가지고 있는 세계관과 캐릭터 설정이 지속적인 콘텐츠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아마 후속작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가 보여준 세계관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후속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이어서 [온워드]가 보여준 메시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를 큰 틀로 삼았지만, 실제로 이 영화가 하는 이야기는 따로 있다 생각합니다. 이는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 및 설정들이 가지는 공통점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극 중 마법은 과거의 유물로 등장합니다. 그리고 현대에는 쉽고, 편안함을 찾는 과정에서 마법이 잊힌 것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도 살기 위해서 본래의 자신을 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는 주인공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편안함과 쉬움으로 인해서 본래의 것을 잊고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어서, 정작 자신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이며, 현재의 자신이 행복한 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안은 자신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결말에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라 생각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아마 낭만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영화는 마법이라는 것을 낭만으로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대와 어울리지도 않고, 쉬운 일도 아니지만 그것을 이뤄내면서 나름의 성취가 존재하는 것이죠.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잊지 않고 그리워한다는 것입니다. 극 중의 이야기를 현실로 가져온다면, 마법은 아날로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법과 아날로그 모두 사람이 직접 수고를 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즉 아날로그라는 것은 과거의 유물처럼 되어버렸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감성은 다른 것으로 표현할 수 없는 고유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도 누군가에게 선호를 받고, 소비가 존재하는 것이겠죠. 

그렇기 때문에 발리라는 인물은 아날로그를 놓치지 못하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을 상징하는 것이 그의 자동차일 것입니다. 그의 자동차를 보면 상당히 오래되었고, 낡았습니다. 하지만 많은 부분 그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애정이 생겨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서는 이러한 애정, 놓치지 못하는 것이 과거 아빠와의 기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차가 없다고 나의 어린 시절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없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흔히 우리가 오래된 일기장이나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을 버릴 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까? 이것을 버리면 나의 과거를 버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죠. 발리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그러던 발리의 변화와 그런 발리를 이해하는 이안의 변화가 영화의 가장 큰 메시지라 볼 수 있는 것이죠. 


제가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또 한 가지는 극 중에 표현된 보드 게임에 대한 표현입니다. 게임을 많이 해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많은 게임에서 등장했던 이야기의 흐름이 그대로 반영되었습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하게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고 생각되었을 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듯한 느낌으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영화에도 이 점이 잘 반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또한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일상에 있지만 우리가 느끼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결국 그 가치를 발견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겠지요. 


추가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더빙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더빙 캐스팅이 상당히 잘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목소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두 캐릭터와 더빙한 배우의 캐릭터가 상당히 잘 어울립니다. ‘톰 홀랜드’와 ‘크리스 프랫’이 더빙을 했는데, 모르고 봤다면 특유의 억양이 있는 ‘톰 홀랜드’ 정도는 알았을 것 같은데 ‘크리스 프랫’은 전혀 모를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역시 픽사’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것 같습니다. 픽사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새로운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에 성공했다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이전과 다른 무언가 특별함이 없다는 것이죠. 아무렴 어떠합니까. 언제나 편한 마음으로 보아도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픽사는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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