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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Jul 07. 2020

판소리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

영화 [소리꾼] 리뷰

판소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라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가는 영화입니다. 이전에 [판소리 복서]가 있긴 했는데… 사실상 판소리가 전혀 상관없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도리화가]가 있는데…. 이것도 좀… 

이런 식으로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라고 하면 아직까지도 [서편제]가 대표적인 영화라 생각될 만큼 판소리 영화가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소리꾼]이 이전 영화들과 다른 점은 이봉근 명창이 캐스팅되었다는 것입니다. [판소리 복서]는 판소리가 안 나오니 제외하더라도, [도리화가]는 인물이 직접 판소리를 하는 장면이 꽤 등장함에도 배우가 직접 판소리를 배워서 선보였습니다. 물론, 이 영화에도 이광복 명창이 직접 등장하기는 했지만, 이를 통해서 판소리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렇기에 명창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소리꾼]에서는 제대로 된 판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에 음향이 좋은 상영관을 알아보기도 했습니다. 비록 스케줄 때문에 가지는 못했지만, 극장에서 느끼는 판소리의 경험을 충분히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는 저예산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 이 영화의 제작비는 약 57억으로 일반적인 상업 영화의 제작비 수준입니다. 이는 사극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제작비가 상승한 것으로 보이는데, 손익분기점으로 따지면 대략 200만의 관객 수를 필요로 합니다. 유명 배우의 캐스팅은커녕 영화에서 전혀 인지도가 없는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에 이렇게 많은 제작비가 투입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 생각됩니다. 자본은 보수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터라 이런 결정을 내린 투자자와 제작사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영화의 내적인 이야기로 이어가자면 전체적으로 무난하면서 볼만한 영화였습니다. 가장 큰 장점은 이 영화에 대한 큰 불만이 없다는 것입니다. 최근에 개봉했던 한국 영화들이 좋지 못한 평가를 받는다는 것에는 어느 정도 동의를 하는 편이지만, 장점도 분명하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는 동안 어느 지점에서 큰 불만이 생기면, 영화가 보여준 장점마저 부정당합니다. 실제로 [침입자], [결백], [#살아있다] 모두 초반에는 꽤 볼만했으나 후반에 가서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고, [사라진 시간]은 평단의 호평이 있었지만, 관객들의 기대와는 다른 영화라는 점에서 실망하는 관객분들이 많았고 이것이 혹평으로 이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평가가 지배적이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소리꾼]은 꽤 양호한 편이죠. 물론, 이 영화에도 단점은 보입니다. 배우들의 연기나 어수선한 이야기 전개 등 영화의 완성도 면에서 그리 훌륭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러한 점들이 영화를 볼 때, 크게 거슬리는 부분으로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능한 수준에서 영화가 진행된다는 것이죠. 

영화의 초반에는 이 영화가 보여주려는 것과 저의 기대 사이에서 생기는 괴리 때문에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이 지나면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서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는지 짐작이 가실 겁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한국형 뮤지컬 영화라는 수식어를 사용했는데, 그 말이 어느 정도 납득이 됩니다. 감독 또한 판소리를 뮤지컬과 비슷한 결로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노래가 있고, 그 안에 이야기를 녹여내는 방식은 뮤지컬이나 판소리나 같은 형태입니다. 

그렇기에 영화는 뮤지컬 영화라 볼 수 있고, 조금 더 넓은 범주로 본다면 쇼 뮤지컬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쇼 뮤지컬로 대표되는 [시카고]나 [라카지], [킹키부츠], [브로드 웨이 42번가] 등이 가지는 특징은 주인공이 무대 위에 서는 직업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극 중에서 자연스럽게 쇼를 보여주는 장면이 삽입될 수 있는 것이고, 이는 뮤지컬의 어려움 중 하나인 대사에서 노래로 넘어가는 포인트를 만드는 과정을 조금 더 쉽게 가져올 수 있는 것이죠. 

[소리꾼] 또한 주인공 학규가 소리꾼이라는 설정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판소리가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있고, 그가 가지고 있는 판소리 실력에 대한 이유로도 설명이 가능한 것이죠. 


다만, 이런 학규를 통해서 전개되는 스토리에서는 아쉬움을 보입니다. 스토리가 빈약하다고 하더라도 딱히 반박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학규의 아내인 간난과 청이가 잡혀가는 과정에 대한 설명과 표현이 부족하여 영화의 초반에는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도구로 사용되는 것이죠. 애초에 이 영화의 목적이 인상적인 스토리가 아니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넘어가실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냐고 하신다면 바로 판소리입니다. 그냥 판소리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런 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가에 대한 이야기죠. 영화의 초반에 주인공 이름이 심학규라는 것을 듣고, 이 이야기가 심청전을 기반으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 반대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심청전의 기반이 된 이야기를 보여주는 것이죠. 저는 이러한 부분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판소리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판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된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리고 이는 장단꾼으로 나오는 대봉의 대사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학규가 그때마다 지어내는 이야기인 것이죠. 물론 극 중 이야기는 실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판소리가 대중들에게 어떤 식으로 전달되었는 지를 보여주는 대목인 것이죠. 이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성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실제 심청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확실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영화의 이야기 또한 어디까지나 가설일 뿐이고, 감독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하는 이야기를 영화를 통해 보여주었습니다. 판소리를 하는 소리꾼이 자신의 상황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낸 것이 오늘날에 내려오는 판소리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러한 영화의 표현이 나름 설득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제가 이 영화를 누구에게도 추천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판소리에 관심이 있지 않다면 이 영화가 말하는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기 어려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배우들의 연기에서 부족함이 드러나고, 영화의 연출 또한 그리 치밀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판소리를 조명하여 보여주고, 그 기원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간 것은 나름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아쉬운 점을 한 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악기들의 짱짱한 소리가 거의 없어서 이 점은 아쉽습니다. 하지만 이봉근 명창의 깊은 감정에 우러나오는 판소리를 듣는 것으로도 꽤 가치가 있습니다. 극장의 좋은 스피커로 판소리를 듣는 경험 자체가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으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경험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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