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Sep 06. 2020

이해를 위한 과정을 즐겨보자

영화 [테넷] 스포일러 리뷰

[테넷]은, 웬만하면 N차 관람을 하지 않은 저에게 N차 관람을 하게 만든 영화였습니다. 영화의 재미도 재미지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존재함과 동시에 IMAX와 돌비 시네마 등의 포맷에서 상영이 이뤄진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 실제로 저는 유료 시사 당일에 용산 아이맥스, 개봉 당일에는 돌비 시네마와 용산 아이맥스에서 관람하여, 총 3번 영화를 봤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여러 번 보면 감상이 달라지냐는 것인데, 네 확실하게 달라집니다. 영화에 정보가 많은 편이라서 한 번 봤을 때, 기억하기 어려운 부분이 다시 볼 때는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해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는 이해가 중요한 영화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해를 하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영화죠. 

영화를 보고 단번에 이해가 안 되는 것은 [테넷]의 단점에서 파생된 부분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그 단점은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이는 단순 물리학적 지식에 대한 이야기만의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인공과 캣은 어떤 관계이기에 캣을 구하려고 하는 것인지, 주인공을 도와줄 조직과 인물들은 어떤 관계로 합류하게 되는 것인지를 포함하여 설명하지 않고, 간단하게 넘어가려는 설정들이 보입니다. 사실 이 정도의 생략은 일반적인 영화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을 것이지만, 놀란의 영화이기에, 익숙하지 않은 개념을 소재로 삼고 있기에 그 중요도가 더 높아진 것이죠. 


단적인 예로 주인공이 캣을 왜 보호하려고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많습니다. 애초에 주인공은 무고한 희생을 원치 않는 사람입니다. 초반에 등장한 오페라 장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것이라는 이야기에 굳이 사람들을 구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캣을 죽이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쉽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모든 요소들이 나름의 이유가 있고, 원인과 결과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는 영화에 직접적으로 등장하지 않거나, 간단하게만 등장합니다. 때문에 놀란 감독에게 이런 세세한 개연성과 관련한 부분에 대한 질문을 한다고 했을 때, 모든 부분에 대해 대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테넷]을 통해서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두 한다고 하면, 러닝타임이 4시간은 넘어가야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메인 스토리인 플루토늄에 대한 이야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이는 ‘인버전’을 보여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이용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플루토늄이라는 존재가 엔트로피를 이용하여, 시간을 인버전 시켜서 [어벤저스]의 타노스와 같이 인류를 줄이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던 것인데, 이런 목적이 영화의 메시지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핵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인버전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인버전에 대한 이야기는 놀란 감독이 관객들에게 주는 유희가 될 것입니다. 물리학을 재미있게 표현하여서 많은 사람들에게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죠. 실제로 영화 관련 커뮤니티 혹은 영화를 같이 관람한 분들끼리 [테넷]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진정한 영화의 순기능이라 생각합니다. 영화 한 편을 통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것이 두뇌 유희를 가져다주는 일이며, 새로운 해석이 등장할 때마다 즐거워하는 것이 놀란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놀란 감독의 영화는 고양이의 실뭉치 같은 느낌입니다.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에게 실뭉치를 제공하고, 그것을 풀어보든, 굴리며 가지고 놀든 그것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 되는 것이죠. 이것이 문화의 순기능이라 생각하고, 놀란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드라마나 예능, 음악에 대해서 일상이나 인터넷 상에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테넷]도 그 기능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놀란을 뛰어난 상업 영화감독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아무리 좋은 메시지를 가지고 있더라도, 재미가 없다면 사람들은 되뇌지도 않을뿐더러, 언급조차 안 할 것입니다. 이와 비교하여서 최근에 봤던 한국 영화 중에서 이렇게 많은 언급과 이야기가 있던 영화가 있을까요? 

제가 최근에 리뷰를 진행 중인 드라마 [악의 꽃] 또한 이런 재미가 있습니다. 드라마의 중심에는 살인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가에 대한 추리 코드를 중심으로 여러 이야기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엇이 범인에 대한 단서인가에 대해서 많은 분들이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이야기 주제가 되는 힘, 그것이 놀란 감독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힘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화 내적으로도 훌륭한 점이 많습니다. 촬영이나 음악도 매력적이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것은 산소마스크라는 요소의 적절한 이용입니다. 이 산소마스크는 영화에서 다양한 기능을 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는 영화의 디테일입니다. 인버전 된 인물은 인버전 된 산소를 마셔야 한다는 설정은 영화의 설정에 많은 신경을 썼다는 징표가 됩니다. 인간이 호흡할 때의 과정은 산소를 들이마신 뒤에 이산화탄소를 내뿜습니다. 이런 과정이 인버전이 된다면, 이산화탄소를 마신 뒤에 산소를 내뿜는 샘이죠. 그렇게 되면 사람은 호흡 곤란으로 죽게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인버전 상태에서 호흡을 할 수 있도록 특수제작이 된 것입니다. 이점은 감독 스스로가 정한 설정을 그대로 따르기 위한 노력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부분까지 인버전이 된다는 가정하에서 어떤 작용을 일으키는지 생각을 해봤다는 것이죠. 


두 번째는 배려입니다.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인버전이 된 인물과 아닌 인물을 구분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초반에는 모르더라도, 중반 정도에 이런 설정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된다면, 이전에 등장한 마스크를 썼던 사람들의 정체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그 인물들이 모두 인버전 된 인물이라 볼 수 있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영화 내의 특수효과를 위함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의 일부 장면을 보면, 주변 배경은 역재생이 되어 있는 상황에서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존재합니다. 이런 장면에서는 대사를 하는 배우들 또한 역재생을 위한 촬영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인버전을 위한 마스크를 착용은 입을 가리는 중요한 장치가 됩니다. 거기에 호흡으로 인해 습기가 높아져, 김이 생긴다면 입모양은 더 잘 가려지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마스크는 영화의 디테일을 살리는 설정이 되면서, 관객에게 인물의 구분을 하게 도와주며, 영화의 연출을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드는 상당히 영리한 장치가 되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영화는 여러 장치들을 영리하게 사용하여서 효과적으로 영화를 진행시킵니다. 그 과정에서 소비되는 소재와 인물들이 존재하는 것은 단점입니다. 이런 단점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영화의 러닝타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설명이 부족한 이유도 같은 이유라 생각합니다. 나름의 이유는 있지만, 영화의 생략 때문에 부분적으로 쉽게 넘어가는 부분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서 많은 이야기를 보여주려 했습니다. 인버전을 통한 시간 역행 및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론에 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가 존재합니다. 때문에 많은 분들이 법칙의 원리 및 시간이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인 시간의 흐름에서는 원인 -> 과정 -> 결과의 순서대로 상황이 발생한다면, ‘인버전’에서는 결과 -> 과정 -> 원인 순으로 모든 일이 발생하기 때문에 더더욱 어렵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이런 과학적 지식과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가 없더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영화가 말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로 설명해볼 수 있기 때문이죠. 

첫 번째는 운명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는 ‘일어난 일은 일어난다’라는 영화의 대사와 일맥상통하는 내용이고, 놀란 감독의 전작인 [인터스텔라]에서도 등장했던 대사입니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이 어떤 사건을 막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등장하고,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하지만 이 모든 일들은 과거의 기억을 통해서 이미 봤던 사건과 관련이 되어있습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운명론적 관점에서 본다면, 어떤 사람이 무언가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도 이미 정해진 미래이며, 그 결과 또한 이미 정해져 있는 일이라는 것이죠. 물론, 그것을 정한 주체가 누구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이는 주인공이 작전을 수행하는 동안 누구의 명령으로 인해서 움직이는지 모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현재의 내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미래의 누군가의 개입으로 인한 모습일 수도 있다는 것이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주인공은 캣에게 핸드폰을 주며, 불안한 일이 있을 때 장소를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어느 순간 불안을 느낀 캣은 핸드폰에게 자신이 있는 장소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불안한 느낌은 현실이었습니다. 그녀를 죽이기 위한 준비가 되어있었죠. 하지만 주인공이 그것을 저지합니다. 캣은 그런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오늘의 일은 잠깐의 불안했던 느낌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이는 현실의 우리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순간 불안한 기운이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런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육감이라 볼 수도 있는데, 이런 상황들이 미래의 개입으로 인해서 제거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미래와 현재는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런 미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보이지 않은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것입니다. 이 결과적으로 미래에 대한 걱정 없이 지금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그리고 이는 영화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한 것이죠.


그리고 이런 이야기의 연장선상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두 번째인 보아야 존재하는 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한 과학자가 나란히 있는 두 개의 구멍 중 하나에만 원자를 통과시키는 실험을 합니다. 매 실험의 과정을 지켜보다가 잠시 다른 일을 하다가 다시 살펴보는데, 다른 쪽 구멍의 원자의 흔적이 남아있었습니다. 이후 계속 실험을 했지만, 원자는 한쪽 구멍으로만 통과합니다. 때문에 누군가 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원자는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죠. 

쉽게 생각하면 [토이스토리]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앤디가 보고 있지 않을 때, 장난감들은 움직이고 있죠. 그러다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게 되면 그들은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가만히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가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가 보지 않고 있는 세상에서는 원자의 형태로 존재하지만, 우리가 바라봤을 때, 상호작용이 일어났을 때 물체의 형태를 띤다는 것입니다. 

어떤 물건을 사용하고 책상에 올려놓은 것 같은데, 나중에 보니 의자 위에 있다는 경험을 하셨다면 대부분 ‘내가 사용하고 의자에 올려놓았다 보다’ 라며 결과에 대한 의심보다는 자신의 기억을 의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는 결과가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즉, 원인과 과정이 정확하게 이뤄져서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결과로 인해서 과정과 원인이 생긴다고 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인간의 기억이 못 미더운 것이 아니라 기억은 정확한데 결과가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자신의 기억을 왜곡하는 것이 납득하기 쉬운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가 영화 속에서는 인버전이라는 형태로 표현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실에서 이미 벌어진 일이 존재하고 있고, 그 벌어진 일을 위해서 원인과 과정을 만드는 것이 인버전 된 인물들이라는 것이죠. 

영화는 결과를 인버전 되는 순간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결과로 인해서 인버전을 하게 되고, 그 결과에서 각자의 과정으로 향하는 것이죠. 그리고 지금까지의 일을 거꾸로 봤을 때 보이지 않던 무언가가 보이고, 조금 더 정확하게 보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영화 [테넷]을 관람한 우리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100% 이해하실 분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놀란 또한 그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다만, 현재 영화를 보신 많은 관람객분들이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놀란 감독의 의도가 담겨있는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상황을 보면, 놀란 감독의 [테넷]은 영화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편의 영화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같은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영화의 힘, 콘텐츠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영화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요?




매거진의 이전글 이해하지 말고 즐겨보세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