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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Sep 06. 2020

정직해서 다 예상이 됩니다

영화 [오!문희] 리뷰

2017년에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를 통해서 나문희 배우가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은 영향인 것인지, 이후 나문희 배우를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전부터 노인층이 문화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급부상함과 동시에 사회에서 소외된 노인에 대한 관심이 들어가면서 관련 콘텐츠가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 개봉했던 [비밥바룰라], [죽여주는 여자], [감쪽같은 그녀] 등이 그런 추세를 반영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 문희] 또한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는 면에서 관심을 받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하지만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 말고는 기존 한국 영화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한국 영화에서 노인은 노인이라는 캐릭터로 사용되는 것이지, 개인의 사연이나 특징은 전혀 없습니다. 



영화 [오! 문희] 오문희라는 이름을 가진 할머니가 치매에 걸렸는데, 마침 손녀딸의 사고를 목격한 유일한 목격자입니다. 때문에 문희의 아들인 두원이 뺑소니의 범인을 찾기 위해서 문희와 함께 사건의 진실을 쫓는 내용입니다. 영화 속 문희 역할은 이 소개에 등장한 것이 전부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 전개는 두원을 연기한 이희준 배우의 몫이며, 문희라는 인물은 치매 걸린 두원의 엄마 그 이상의 역할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점이 안타깝습니다. 영화는 문희가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만약 영화 속 문희가 두원의 엄마이기 때문에 생기는 사건이나 캐릭터를 제외하면, 전혀 남는 것이 없습니다. 문희라는 이름이 없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는 것이죠. 결국 이 영화 또한 주인공으로 내세우기까지 한 문희라는 인물은 누군가의 어머니로만 그려진다는 것이죠. 


이런 점에서는 앞서 이야기한 [비밥바룰라]나 [죽여주는 여자]에서는 누군가의 부모이기전에 하나의 사람으로서 캐릭터를 대합니다. 각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인생에 대한 조명이 존재한다는 것이죠. 한 마디로 나이만 노인이지, 다른 캐릭터와 차이점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넷플릭스에서 비교적 최근에 노인이 주인공인 영화를 공개했습니다.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과 [하이웨이 맨]이 그렇습니다. 두 영화 모두 노인이 주인공입니다. [버디와 함께 해피 엔딩]의 경우 은퇴한 코미디언과 매니저가 다시 만나게 되어, 코미디 공연에 도전하는 내용이고, [하이웨이 맨]은 악명 높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 전직 텍사스 레인저인 주인공이 다시 나서게 되는 내용입니다.

지금 언급한 두 영화 모두 노인이라는 캐릭터를 많은 경험에서 나오는 노련함과 그들의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는 아직까지 사회에 그들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줌과 동시에 ‘노병은 죽지 않는다’라는 말을 입증해 보이는 셈이죠. 

그렇기에 [오! 문희]를 보면, 아직까지 한국 영화에서 노인은 누군가의 부모 혹은 조부모로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극 중 문희가 힘이 센 캐릭터로 나오는데, 이것을 위해서 과거 운동선수였다는 설정 정도만 있었다면, 조금이나마 누군가의 부모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문희가 조명받을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오프닝에 여성 씨름 대회에서 수상을 한 듯한 사진들이 조금 나오는데, 설마 그걸로 설명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죠?

생각해보면 영화의 제목부터 어머니를 강조하고 있긴 합니다. 사투리로 어머니를 오무니라 발음하는 것을 [오! 문희]로 승화했다는 것을 보면, 어머니라는 캐릭터가 더 중요한 영화라서 그런 것이라 볼 수도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것은 영화의 힘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이희준 배우의 힘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첫 등장부터 이희준 배우의 에너지가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이런 느낌을 말로 설명드리기는 어려운데, 이희준 배우가 등장할 때,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집니다. 이는 배우로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는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분명 영화는 비어있는 부분이 많아서, 조금 허술하게 느껴질 수 있음에도 오롯이 이희준 배우가 그것을 커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예능에서 이희준 배우가 과거 손현주 배우와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면서, 손현주 배우가 이희준 배우에 대해 ‘어마어마하게 될 배우’라는 이야기를 했다는데, 이 영화가 그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으로는 예상한 만큼이었던 영화였습니다. 크게 실망하지도, 크게 감명받지도 않았지만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입니다. 대개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한국 영화 특유의 구조가 있습니다. 범인이 예상되는데, 아닌 것처럼 사건이 마무리되는 듯하다가 결국엔 그 예상이 맞게 되는 이야기죠. 이쯤 되면 진짜 속는 것인지, 속아주는 것인지 모르겠네요. 속이는 사람은 있는데, 속는 사람은 없는 상황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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