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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Sep 22. 2020

뮬란 없는 뮬란

영화 [뮬란] 리뷰

개봉 전부터 많은 논란이 있던 영화 [뮬란]은 개봉 이후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졌습니다. 네이버 영화에서 [뮬란]을 검색해보면, 네티즌, 관람객, 심지어 평론가 평점까지 제각각입니다. 물론 보이콧 관련한 영향도 있겠지만, 실제 영화를 관람한 분들 사이에서도 평이 갈립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요? 


이에 앞서 저의 관점을 말씀드리자면, 그저 그렇게 봤습니다. 분명 디즈니 영화가 보여주는 재미와 중국 무협 영화의 느낌이 나서 흥미롭기는 하지만, 그저 흉내내기 혹은 맛을 내는 것에만 집중한 느낌입니다. 마치 라면 스프를 넣은 김치찌개 같은 느낌이죠. 맛은 있는데, 이게 김치찌개의 맛은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김치찌개가 아니라고 하기엔 그 맛이 나긴 합니다. 





디즈니가 꾸준히 실사영화를 만드는 상황에서 최근 작품들과 비교해봐도 결이 많이 다릅니다. 실사화 제작에 바탕이 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은 대부분 뮤지컬을 바탕으로 하는 90분 정도의 짧은 판타지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실화화를 하는 과정에서는 몇 가지 선택이 필요합니다. 먼저 판타지와 실사의 비중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됩니다. 최근에 개봉한 실사 영화인 [알라딘]과 [미녀와 야수]는 판타지를 적당히 충족시키면서 뮤지컬을 보여주는 것에도 성공적이었습니다. 흔히 관객들이 기대하는 동화 같은 실사 영화를 제대로 구현하였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관객분들의 선택을 받았고, 아직까지 그 인기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라이온 킹]은 철저하게 실사를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판타지는 버리되, 뮤지컬은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이것이 [라이온 킹]이 비판을 이유일 것입니다. 영화는 마치 다큐멘터리 같은 톤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물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는 상황이 괴리를 불러오는 것이죠. 물론 어색하게 느껴지는 CG의 영향도 있겠지만, 이전까지 동물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보던 영화가 갑자기 판타지 뮤지컬로 변화하면서 영화의 톤이 흔들리는 것이죠. 


이런 관점에서 [뮬란]을 바라본다면 [라이온 킹]과 비슷한 선택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뮤지컬 요소를 철저하게 배제한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아마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에서 [뮬란]이 실사화를 하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기존 애니메이션에서도 과장되었거나, 판타지적 요소만 제거하고 뮬란이라는 캐릭터에 조금 더 집중하여서 영화를 만들었다면 충분히 괜찮은 퀄리티가 나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조금 애매한 선택을 합니다. 

판타지가 없는 실사 영화를 선택했다면, 언어도 영어가 아닌 중국어로 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진정한 리얼함을 추구한다면 말이죠. 물론, 미국 관객들이 자막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볼 수도 있겠죠. 그렇다면 최소한 무협 액션의 느낌은 버렸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에서 중국 영화하면 아직까지 와호장룡이 가장 인상적으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무협을 선택한 것일까요?

무협을 선택한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무협을 선택했다면 영화의 초반부터 관객들에게 설명을 해야 했습니다. 이 영화는 무협 영화라는 것을 말이죠. 평범한 실사 영화로 알던 관객들은 인물들이 갑자기 벽을 타고 날아다니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졌을 것입니다. 무협 영화도 하나의 판타지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예 판타지로 갔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뮬란의 이야기에서는 실사 영화처럼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마녀의 이야기는 판타지로 등장하니 영화의 톤이 오락가락하게 됩니다. 즉, [라이온 킹]보다는 [알라딘]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이 영화는 중화권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연출, 각본, 제작에 해당 문화권과 관련된 인물이 전혀 없습니다. 영화는 마치 미국 사람이 바라보는 중화권의 모습을 담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 이는 진짜가 아니라 그냥 그들이 생각하는 중국의 모습을 담은 느낌이라는 것이죠. 마치, 감독이 어릴 적에 봤던 중국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을 캐스팅하여 추억팔이를 하려는 것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만약 그것이 목적이었다면, 어느 정도 성공은 거뒀다고 할 수 있겠죠. 

[뮬란]의 실사화가 실패했다고는 하지만 디즈니는 디즈니입니다. 이전에 있던 원작과의 연관성을 아예 배제하고 본다면, 나름 재미있게 볼만한 영화인 것도 어느 정도 맞습니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실사 영화인 [말레피센트]도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그저 애니메이션을 실사화하는 것에만 만족하는 느낌이죠. 실사화 초반의 작품들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기에 시작된 프로젝트라 볼 수 있지만, 이제는 노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낫다는 심보로 진행되는 프로젝트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뮬란]은 현재 시국이 아닌 정상적인 상황에서 개봉을 했어도 크게 성공하지 못할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디즈니라는 이름이 있기에 못해도 200만은 넘을 수 있는 영화이긴 하겠지만, 믿고 보는 디즈니라는 수식어와는 점점 멀어지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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