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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0. 2020

완벽하지 않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영화 [디바] 리뷰


영화의 제목인 [디바]는 영화를 보지 않아도 그 의미를 짐작해볼 수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여자 가수를 의미의 ‘디바’일 것입니다. 이는 오페라의 여자 주인공이라는 의미에서 파생된 의미로 여자 주인공의 의미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영화의 내적인 이야기와 연결해보면 dive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영화의 소재가 다이빙을 소재로 하고 있기에 그것을 의미하는 단어로 볼 수도 있습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영화의 주요 사건이 되는 교통사고로 인해 절벽 아래로 추락한 인물로 볼 수도 있고, 이로 인해 추락하게 된 인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에 영화의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제목에 어울리는 내용을 보여주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영화의 한 줄 평을 하자면 ‘그래도 괜찮았던 톤과 조금은 흐릿한 달리기’입니다. 


영화가 보여주는 톤과 분위기는 상당히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지루하게 느껴지거나 의아하게 생각되는 점은 없었습니다.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분위기를 잘 살리면서도, 순서를 알 수 없이 섞이는 여러 장면들은 영화가 장르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런 장르의 일부 영화는 스릴을 형성하는 것에 자신이 없어서, 점프 스케어를 이용하여 공포로 빠져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부분을 자제하려고 노력한 것이 보입니다. 스릴을 유도하는 몽타주의 대부분도 영화적 장치로 인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인 이영의 현재 심리와 생각들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사용되어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신민아 배우의 연기도 괜찮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민아 배우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jtbc 드라마 [보좌관]을 통해서 기존과 다른 이미지의 역할을 선택하였고,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 영화를 통해서 앞으로 그녀가 더 다양한 역할을 도전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모습들이 기대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신민아라는 배우보다는 영화의 주인공인 이영이라는 이미지가 더 잘 느껴졌습니다. 


물론, 단점도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느 순간부터 목적이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영화의 중반 지점에 사건의 비밀이 해소가 됩니다. 그렇기에 중반 이후에는 이 영화가 무엇을 보여주려고 하는지 선명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 사건의 진짜 비밀에 대한 이야기가 결말에는 존재합니다. 그 결말을 궁금해하려면 관객들이 궁금해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영화는 이영이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으로만 느껴집니다. 

이는 영화의 포커스가 이영의 심리적 혼란에 맞춰져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미스터리 스릴러의 장르적 분위기를 위해서는 심리적 혼란으로 영화를 진행시켜서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런 단점을 보정하기 위해서 다른 영화에서는 형사의 시점을 등장시켜서 이 사건의 수사를 지켜보면서 주인공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영화에서 벌어진 사건이 인물의 심리적인 혼란에 의해서 잘못된 기억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심리적 혼란 때문에 진실이 다르게 받아들여지는 것인지 말이죠. 

과거 데이빗 핀쳐가 연출한 [나를 찾아줘]는 주인공인 닉은 진실을 말하지만, 그 이야기와 반대되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의심이 극에 달했을 때, 아내인 에이미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그로 인해 관객들은 에이미를 훨씬 더 무서운 인물로 생각하게 됩니다. 

[디바]가 데이빗 핀쳐 감독의 영화처럼 만들기는 어렵겠지만, 관객들에게 다른 의심을 들게 할 장치를 둘 여유는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짧다는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영화의 러닝타임이 84분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최근 한국 상업 영화 중에 이렇게 짧은 영화가 있었나 싶었습니다. 대개 상업 영화로 개봉하는 영화는 아무리 짧아도 90분은 넘어가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짧은 분량입니다. 한국 영화가 110분을 기준으로 한다고 생각하면, 못해도 20분이라는 여유가 있었던 것이죠. 

이런 선택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감독은 더 욕심부리는 것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우선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을 우선으로 하고, 이후에 조금 더 흥미롭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방법을 찾아가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영화를 연출한 조슬예 감독의 후속작이 기대가 됩니다. 


지금부터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결말과 관련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 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영화의 이야기 중에 귀신에 대한 존재가 언급이 됩니다. 이 부분 때문에 영화는 귀신이 등장하는 공포영화로 빠질 것이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도 그 귀신은 약물에 대한 은어였습니다. 약물에 대한 이야기가 명확하게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대회에서 금지하고 있는 약물로 추정됩니다. 그리고 수진이 그 약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이 등장합니다. 

이 부분까지 저는 영화가 약물과 관련된 이야기로 마무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습니다. 이영이 약물을 하였고, 그 약물로 인한 부작용으로 심리적 불안이 생긴 것이라면, 원인에 대한 설명도 가능하면서 영화의 메시지도 담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영화는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습니다. 영화는 경쟁 속에서 살아야 하는 스포츠 선수들에게 트라우마와 슬럼프가 어떤 식으로 작용하여, 부담으로 다가오는지 표현하려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나 다이빙이라는 종목 자체가 공포심을 극복하는 스포츠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다이빙 선수에게 트라우마가 생긴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설정이죠. 10m에서 다이빙을 한다고 하면, 수영장의 깊이인 5m까지 해서 체감 높이는 15m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두려울 것입니다. 이런 트라우마가 영화 곳곳에 잘 표현되었습니다. 영화의 중간 이영의 심리 표현에서 물이 없는 맨바닥에 떨어진 것을 표현한 것도 다이빙 선수가 겪는 트라우마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이야기와 더불어 영화는 수진의 실종이라는 좋은 소재가 있습니다. 이영과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수진이 실종이 되었고, 그녀를 찾기 위한 수사가 이뤄짐과 동시에 이영 또한 수진을 찾기 위해서 여러 노력들을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부분에 대한 표현이 미미합니다. 모두들 이영에게 수진이 실종되었다는 것을 쉬쉬하는 분위기죠. 만약 이것이 과거 수진처럼 이영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한 것이라는 설정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영은 수진에게 무언가 비밀이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그 비밀을 파헤치지 위한 노력을 하게 되는 것이죠.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있음에도 영화가 그것을 살리지 못한 것은 상당히 아쉽습니다. 이영의 주변 인물인 김 코치나 이 대표, 초아 모두 무언가 수상하게 느껴지는 인물로 잘 설정했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상당히 흥미롭게 흘러갔을 것 같습니다. 수진의 실종이 영화의 메인 사건이 되고,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이영의 슬럼프와 수진의 트라우마가 나왔다면, 밀도 있는 이야기 전개가 가능하면서도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표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거기에 결말도 괜찮았습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혼란을 겪던 이영이 여러 인물을 죽이게 되는 결말이 등장하는데, 이런 이야기의 끝맺음을 하지 않은 것이 좋았습니다. 물론 흥미면으로 본다면 깔끔한 결말은 아니지만, 이영의 심리 상태가 불안한 것을 이용하여 영화는 벌어진 일이 현실인지 아니면 이영의 환상인지 결말을 내리지 않은 것이죠. 이런 연출이 조금 더 일찍부터 등장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살인자의 기억법]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주인공이 알츠하이머를 가지고 있다는 설정으로 인물의 시선으로 영화를 연출하여, 관객들에게 미스터리와 스릴을 같이 전해주었습니다. 

잠깐 여담이지만, 혹시 [살인자의 기억법] 보고 싶은 분들은 꼭 감독판인 [살인자의 기억법 : 새로운 기억]으로 보시길 바랍니다. 이미 보셨어도 감독판으로 한 번 더 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개봉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드실 겁니다. 거기에 김영하 작가님의 소설 원작도 읽어보세요. 150페이지 정도에 페이지당 글도 많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책 마지막에 있는 평론까지 꼭 읽어보세요.


결과적으로 영화 [디바]에 필요했던 것은 영화의 시점 이동이라 생각합니다. 주인공인 이영의 시선에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보여주는 몽타주를 비롯한 표현은 좋았지만, 그 외의 이야기가 부실하게 느껴집니다. 영화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본다면, 이영은 대회를 위해서 반복적인 연습이 필요하고, 형사 및 코치, 에이전트는 해당 사건을 수습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 여러 움직임이 영화의 재미를 느끼게 해 줄 포인트가 될 수 있었기에 어느 정도 진행된 이후에 시점이 옮겨지는 상황이 생겼어야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영화는 줄곧 이영의 시점으로만 진행됩니다. 때문에 사고 이후에도 연습과 트라우마, 슬럼프, 심리적 불안의 반복이 되는 것이죠. 이것을 무한으로 반복할 수 없기에 어느 순간 한계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죠. 



[디바]는 장르로 두고 본다면 볼만한 영화임은 맞습니다. 해당 장르가 보여줘야 할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영화를 보는 동안 지루하게 느끼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루하지 않을 뿐이지, 큰 흥미가 생기는 지점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결과적으로는 탄탄한 서사를 기반으로 한 장르 영화는 아닌 것이죠. 그럼에도 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성과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입니다. 신민아라는 배우의 재발견과 조슬예라는 신예 감독. 거기에 영화 [디바]는 제작자까지 여성이기에 여성 영화라는 식의 홍보를 충분히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그 시작이 나쁘지 않았다고 하고 싶었습니다. 현 시국에 얼마나 관심을 받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꾸준한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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