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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0. 2020

코로나 탓을 하기위한 개봉?

영화 [국제수사] 리뷰

코미디 영화를 리뷰할 때마다 하는 이야기지만, 극장용 코미디에는 두 가지가 중요합니다. 첫 번째는 취향입니다.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채널과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와 달리, 극장의 경우 취향과 반대되더라도 끝까지 봐야 하는 경우가 있고, 취향과 맞지 않은 코미디가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크게 취향을 타는 요소가 아닌 스토리의 중요도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죠. 

두 번째는 극장의 분위기입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아무리 재밌더라도 함께 영화를 보는 분들의 분위기에 따라서 그 정도가 달라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조용히 보는 편이고, 다른 관객분들도 조용히 보셨으면 좋겠지만 코미디는 어느 정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보게 됩니다. 그런 반응이 영화를 더 재미있게 관람하도록 하는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제가 영화를 봤던 곳은 상당히 조용했습니다. 저 또한 영화를 보면서 한 번의 지식도 없었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제 기능을 못합니다.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이 영화는 코미디 영화가 아닙니다. 웃자고 한 소리가 아니라, 영화 정보에 코미디 장르가 없습니다. 예고편은 코미디처럼 만들었는데, 자신은 코미디 영화가 아니랍니다. 이건 관객들 농락하는 건가요?





영화를 연출한 김봉한 감독은 인터뷰에서 ‘누아르 범죄극이 아닌 아재들의 소동극이다’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만약에 그런 전제로 시나리오를 쓴 것이라면, 정말 잘못된 영화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의 사건들이 ‘아재들의 소동극’으로 볼만한 이야기인가요? 코미디가 아니라면 정말 심각한 수준의 이야기입니다. 거의 [다만 악]과 비슷한 수준의 심각성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외국사람이 자국에서 총격전을 벌이는데, 필리핀 경찰이 가만히 있을까요? 


만약 ‘아재들의 소동극’과 보물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면,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게임 [언차티드]를 참고하는 것이 나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보물 찾기는 중점으로 하되, 그 사이에 유머가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 방식이죠. 코미디는 큰 사건을 가볍게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작은 사건이 점점 커지는 방향으로 전개가 되어야 재미가 생깁니다. 

2002년에 개봉한 영화인 [라이터를 켜라]와 같은 상황으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코미디 영화 중에서 좋은 성적을 낸 영화인 [극한 직업]도 치킨집으로 위장한다는 작은 아이디어로 시작하여, 치킨집이 대박이 나고, 그 치킨집이 마약 범죄와 연관이 되는 전개를 보입니다. 이런 식으로 작은 사건으로 시작하여, 큰 사건으로 규모가 점점 커지는 것이 재미가 되는 것이고, 코미디 영화라면 이런 전개가 더욱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에 많은 사건들이 우연에 기댄 전개를 보여줍니다. 필리핀으로 여행을 한 병수가 우연히 만철과 만나게 되고, 대사관을 찾은 병수가 우연히 춘식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에서 영화의 허술함이 드러나게 됩니다. 같은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우연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과정의 노출이 필요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병수와 만철의 우연한 만남 전에 만철이 어떤 경로로 이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장면이 조금이나마 등장하면 그나마 부족한 개연성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런 과정이 없이는 그냥 주인공 앞에 ‘짠’하고 나타나는 것밖에 안 됩니다. 


아재들의 영화라고 하기에는 아재들의 매력이 없는 것도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아재를 매력적으로 보는 이유는 털털함과 아재 특유의 능청스러움 그리고 유쾌한 마인드입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아재라고 느껴지는 부분은 패션밖에 없었습니다. 아재를 매력적으로 그리지도 못했고, 영화가 아재 영화처럼 느껴졌습니다. 마치, 아재 개그 같은 영화입니다. 사람들이 재밌으라고 하는 유머가 아닌 자신이 재밌으려고 하는 유머 같은 느낌이죠.


거기에 영화의 태도로 그리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인물들이 법을 어기는 행위가 등장할 때마다 말하는 핑계가 ‘필리핀’이라는 것입니다. 만약 제가 필리핀의 국민이었다면, 이 영화에 불쾌했을 것 같습니다. 필리핀의 치안을 무시하며, 돈이 있으면 뭐든 지 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죠. 마치, 필리핀이라는 장소를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의 해결 수단으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설사, 필리핀의 치안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 등장하더라도, 경찰과 정부는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병수가 필리핀 경찰서에 갔을 때도, 돈으로 인해 매수되는 경찰의 모습이 아닌 의사소통 부족이나 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오해를 표현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여기 필리핀이야’라는 대사보다는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을 나쁜 인물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어야 합니다.


필리핀에서는 돈으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하지만, 돈보다 앞서는 것이 주먹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여기 필리핀이야’라는 대사와 함께 자주 등장했던 것 중 하나가 병수가 복싱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는 이야기입니다. 극 중 형사인 병수가 형사이기 때문에 발휘되는 능력에 대해서는 전혀 등장하기 않습니다. 거기에 한국의 경찰이 폭력으로 모든 사태를 해결하려는 태도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영화의 캐릭터입니다. [국제 수사]의 관람 이후 바로 [담보]를 관람했는데, 두 영화에 모두 출연한 김희원 배우의 느낌이 극명하게 달랐습니다. 그리고 배우의 매력도 극명하게 나뉘었죠. 이 영화의 캐릭터에게는 역할이 불분명합니다. 그런 이유로 극 중 캐릭터가 중복된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가장 크게는 춘식이라는 인물의 존재입니다. 필요가 없는 인물이죠. 이미 만철에게 뒤통수를 맞았는데, 비슷한 상황에서 또 배신을 합니다. 이건 누가 봐도 결과가 너무 뻔히 보이는 상황 아닌가요? 이미 몇 분 전에 만철이 했던 것을 굳이 춘식이 되풀이할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거기에 춘식을 얼마 뒤에 영화에서 사라집니다. 

거기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병수가 강력계 형사라면 기대하는 능력이 있습니다. 정황과 증거를 통해서 사건의 진실을 추리하던가, 싸움에 능한 인물이라는 설정이 있어야죠. 하지만 추리가 아닌 그냥 발로 뛰거나, 싸움은 다른 인물들이 대체를 하죠. 그렇다면 병수를 경찰로 설정한 이유가 없습니다. 차라리 평범한 직장인이라도 다를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영화는 코로나를 탓하며 개봉을 연기했지만, 관객 수가 적더라도 코로나 탓을 하면 안 됩니다. 이건 분명히 영화의 문제입니다. 어려운 시기에 시간과 돈을 내어 영화를 보러 온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 겨줄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 영화를 재미있게 보실 분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왕 영화를 봤으면 재미있게 보고는 것이 좋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이 영화를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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