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따시 Oct 10. 2020

제대로 만들어 본 신파

영화 [담보] 리뷰


개봉 전부터 의아했습니다. 포스터만 보면, 중소 배급사가 배급할 것 같은 이 영화를 왜 CJ가 배급하는 것인지 말이죠. 물론 JK필름의 모기업이 CJ이기 때문이겠지만, 포스터만 봐도 신파가 가득한 영화라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저는 과도한 신파로 욕먹는 JK가 정말 작정하고 만든 신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습니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자주 등장하는 단어인 신파의 정확한 뜻은 일본식 연극의 한 종류지만, 현재는 과도한 감성 팔이, 뜬금없는 억지 감동을 일컫는 말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으로 [신과 함께]에 나왔던 한 장면이 있습니다. 수홍이 엄마와 만나는 장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신파 자체가 부정적이라 볼 수는 없습니다. 이는 할리우드에서도 많이 쓰고 있는 개념이기도 하고, 적절하게 사용하면 영화를 윤택하게 만드는 MSG 같은 존재인 것이죠.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신파를 싫어하게 되었을까요? 이를 위해서는 과거의 영화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00년대 한국 코미디가 성행하던 때가 있습니다. [두사부일체], [엽기적인 그녀], [가문의 영광], [조폭 마누라] 등 당시 영화에 적용되던 패턴이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 코믹한 모습으로 진행되던 영화가 후반에는 감동적인 마무리를 맞이한다는 것이죠. 이후 한국 영화는 어떤 장르더라도 마지막에는 감동으로 마무리하려는 경향을 보입니다. 20년째 말이죠. 그동안 한국영화에서는 이 신파를 과도하게 사용하면서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 것이죠. 처음에는 한 영화에서 다양한 감정을 겪기에 사람들이 좋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런 전개는 진부한 전개가 되었죠. 그런 영화를 보며 자라왔던 관객층인 40대 이상은 이런 영화가 익숙하기에 부정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의사 표현에 적극적인 2030 세대에게는 이런 전개가 진부하게 느껴지는 것이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담보]는 처음부터 감동적인 이야기를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를 하고 있는 샘이죠. 때문에 감동적인 장면이 등장하더라도, 그것이 신파라 느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영화가 오히려 반갑게 느껴졌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의 다양성이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는 상황에서 [담보]는 조금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영화입니다. 여러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최근 극장에서 슬픈 한국 영화를 접하신 적이 있으신가요? 막상 생각해보면, 2017년에 개봉한 [채비] 말고는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포스터부터 ‘난 널 울릴 거야’라는 느낌이 드는 영화는 정말 오랜만이죠. 이것이 신파가 부정적으로 인식되면서, 그런 이미지를 주지 않기 위해서 이런 영화의 기획이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JK가 작정하고 만든 신파’라는 말은 오히려 긍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영화는 신선하거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는 아닙니다. 조금은 올드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영화를 나름 현대의 감각에 맞게 구성하려 했다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 노력 중 하나가 현재 시간대의 이야기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히 말씀드리지는 않겠지만, 주인공인 승이가 어떤 인물을 찾으려고 하는데, 이 부분이 저의 예상과 달라서 좋았습니다. 이는 영화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부분이라서 마음에 듭니다. 어쩌면 작은 반전이라고 볼 수도 있는 부분이기도 하죠. 

영화에게 반전은 관객들에게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됩니다. 하지만 그것에 집착하거나 개연성 없이 진행이 된다면 오히려 거부감을 불러올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예상 가능한 범주 내에서의 반전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예상과 다른 전개로 흘러간다고 반전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면서 결말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합니다. 다만 무엇에 비중을 두고 있느냐의 차이입니다. 결과적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은 거의 불가능하다 볼 수 있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담보]는 전 연령, 그중에서 40대 이상을 타깃으로 만들어진 영화라 볼 수 있습니다. 93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과 부모와 자식 간의 정,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영화의 줄거리 소개에 등장한 '돈 받으러 갔다가 인생의 보물을 만났다!’라는 문구에 공감할 수 있는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젊은 층에게 어필하지 못할 영화도 아닙니다. 부모의 역할을 하게 되는 두석의 시선으로만 전개되는 것이 아닌 딸인 승이의 시선으로도 전개가 이뤄지기 때문이죠. 즉, 영화는 아빠와 딸의 시선으로 전개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비교적 넓은 연령층에게 공감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이 가족 영화의 장점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을 인물은 어린 승이를 연기한 박소이 양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꼬맹이 친구가 연기를 너무 잘합니다. 박소이 양이 웃는 모습에서는 다 같이 웃게 되고, 우는 장면에서는 같이 울게 됩니다. 정말 매력적인 인물이라 생각됩니다. 이전에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에서 황정민 배우의 딸로 등장하기도 했죠. 정말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성동일, 김희원 배우의 케미가 상당히 좋습니다. [국제 수사]에서 기대했던 웃음을 여기서 보게 됩니다. 혼자서 피식거리는 장면이 꽤나 많았습니다. [담보]의 경우, 캐릭터의 역할 구분이 명확하게 되어있습니다. 두석과 승이는 이야기를 진행시키며, 감동을 유도하는 인물. 종배는 두석과 함께하여 코미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물론, 두석의 역할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두석의 감정 변화 및 심경의 표현을 이끌어 내는 역할이기도 합니다. 영화의 주연인 3명의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고, 호흡도 좋았습니다. 특히나 성동일, 김희원 배우의 티키타카는 아주 재밌습니다. 역시 김희원 배우는 지질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게 된다면, 이 영화를 볼 것 같습니다. 부분적으로 아쉬운 부분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기에,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에 무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케미가 상당히 좋고, 거기에서 발생하는 코미디도 꽤 좋습니다. 그리고 애초에 슬픈 영화라는 것을 예고하였으니, 후반부에 등장하는 감동적인 장면에 대한 거부감도 적습니다. 사실 아빠와 딸이라는 관계는 큰 설명이 없어도 충분히 슬프게 다가오는데, 이들에게 분명한 사연까지 존재하니, 더 크게 와 닿을 것입니다. 이번 추석에 가족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간다면, [담보]가 가장 괜찮은 선택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 탓을 하기위한 개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