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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따시 Oct 10. 2020

아직 진화하지 못한 B급 코드

영화 [죽지않은 인간들의 밤] 리뷰

영화 [죽지 않는 인간들의 밤] (이하 죽. 밤)이 주목을 받은 가장 큰 이유는 과거 [시실리 2km]를 연출한 신정원 감독의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개봉 당시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숨은 명작이라 평가받으며, 아직까지 관심을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은 이 영화의 마니아가 많다고 볼 수 있는 것이고, 이것은 신정원 감독의 가지고 있는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습니다. 그런 그가 2012년 [점쟁이들] 이후 8년 만에 새로운 영화를 가져왔습니다. 

이번에는 제목처럼 죽지 않는 인간, ‘언브레이커블’을 소재로 한 영화를 연출했습니다. 이런 소재로 만들어진 한국 영화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당히 독특한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인 것을 분명합니다. 




우선, 이 영화의 평가는 두 가지로 나뉠 것입니다. 코미디와 스토리입니다. 코미디 영화인만큼 코미디를 중점적으로 본다면 상당히 신선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타이밍에 예상하지 못한 요소의 등장으로 뜬금없는 웃음을 선사할 때가 많습니다. 이런 것이 ‘신정원’ 감독의 특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존 영화에서 볼 수 없는 전개를 보여주면서, 코믹한 장면의 구성도 클리셰를 비틀어버리는 식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매력을 배우들의 연기가 힘을 더하고 있습니다. 아마 영화를 보신 많은 분들이 양동근 배우가 나올 때, 많이 웃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독보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어떤 한국 영화가 그의 매력을 제대로 담아낼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김성오 배우에 대한 칭찬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특히나 김성오 배우의 경우, 다정한 모습을 한 남편과 잔인한 모습을 한 언브레이커블의 모습을 오가는 것에 전혀 어색함이 없습니다. 분위기와 더불어 대사처리 및 표정에서도 내공이 느껴지는 배우입니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주연 배우 모두 탄탄한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영화의 소재상 연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관객들을 쉽게 납득시키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은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의 큰 몫을 했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에 비하면 스토리 부분은 영화의 단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영화라는 콘텐츠는 장르 불문하고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장르적 재미나 코미디가 취향에 맞지는 않더라도,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는 영화는 끝까지 집중하고 보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영화의 기본기 같은 존재라 생각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죽. 밤]의 스토리는 조금 부실한 것이 사실입니다. 정확히는 생략되는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이라는 존재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는 설명에 대한 생략은 그렇다 하더라도, 이야기의 전개가 상당히 허술합니다.

대개 영화의 흐름에 맞는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사건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식의 사건 전개 방식이 아닌, 사건을 미리 구성을 하고 그 사건이 발생하도록 흐름을 억지로 만들어낸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영화의 중반까지는 코미디를 통해서 집중을 끌고 갈 수는 있더라도, 스토리의 비중이 높아지는 후반부에는 힘이 빠지면서 상당히 맥이 풀린 전개를 보여줍니다.

특히나 영화의 후반부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는 큰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이유가 인물들에게 당위성을 부여하는 작업을 소홀이 하였기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두 집단이 마주하게 되는 상황에서, 각 집단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고, 무엇이 목표인 지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어야 이들의 싸움이 의미가 있는 싸움이 되는 것입니다. 그 의미가 없다면, 그냥 동네 패싸움으로 밖에 안 보이는 것이죠. 


그래서 [죽. 밤]은 위의 두 가지를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서 평가가 상당히 갈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신선하고 독특한 코미디가 흥미로웠다면 재미있다는 이야기를 할 것이지만, 그런 코미디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면 상당히 지루한 영화가 되었을 것입니다. 영화의 코미디에 흥미를 가졌더라도, 지속적으로 등장한다면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영화는 저의 취향과 맞는 영화는 아닙니다. 그럼에도 영화가 보여주는 코미디에는 꽤 흥미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코미디가 없어지는 후반부에는 연신, 하품을 하며 영화의 결말을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영화는 코미디를 보여주는 것에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에 뜬금없는 코미디가 등장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두 번은 재미있게 느껴질 수 있지만, 반복은 익숙함을 만드는 것이죠. 결과적으로 코미디와 스토리가 섞이지 못하고 따로 노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런 점이 상당히 아쉽습니다. 한 편의 영화가 아니라, 여러 영상 클립들을 모아놓은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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