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리뷰
넷플릭스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이 영화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국내에서는 일부 극장을 통해서 먼저 선보이기도 한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은 1968년 민주당 전당대화가 열리던 시카고에서 발생한 폭력 시위에 대한 재판의 시작과 끝을 다룬 영화입니다. 미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담은 영화이긴 하지만, 한국의 역사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존재하기 때문에 영화의 이해에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역시, 어느 나라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폭력 시위로 변해버린 현장에서 누가 먼저 폭력을 가했는지가 사건의 쟁점이 되는 것이죠.
영화는 초반부터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합니다. 무엇보다 ‘아론 소킨’ 감독의 연출이 상당히 돋보입니다. 다른 상황에서 발생하는 여러 대사들을 하나의 의미로 보이게 하는 장면들의 연출을 통해서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간접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뿐만 아니라 영화의 곳곳에서 연출이 빛나는 장면이 존재합니다.
이런 연출 때문인지, 넷플릭스 작품임에도 넷플릭스의 색이 느껴지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넷플릭스의 느낌이라는 것은 좋은 시작을 보여주지만, 결말로 갈수록 흐릿해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넷플릭스가 이것을 의도한 것이 아님에도 대체적으로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는 것이죠. 적어도 이 영화에는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극장에서 보더라도 충분히 재미있을 영화라는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본래 이 영화는 넷플릭스 영화로 기획된 영화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관련하여 이 영화의 제작 배경이 조금 재미있습니다.
할리우드의 거장이라 불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해당 사건을 영화화하여, 2008년 미국 대선 전에 개봉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 의지로 아론 소킨 감독에게 각본을 부탁하였으나, 여러 사정으로 인해 2019년에 촬영이 가능했고, 감독도 아론 소킨이 직접하는 쪽으로 변경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넷플릭스 공개를 생각하고 만든 작품이 아닌 극장 개봉을 목표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서 극장의 사정이 안 좋아지면서 넷플릭스 공개로 방향을 선회한 작품입니다.
영화의 시작은 검사인 슐츠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의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함인데, 이것이 영화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사견은 제외하고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캐릭터라는 설정이고, 자신의 소신도 분명하게 있는 캐릭터입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슐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한 전개를 보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이후 영화의 대부분은 재판장에서 전개가 되며, 진술 과정에서 과거 회상이 종종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킵니다. 즉, 재판장에서는 객관적인 시선으로 영화를 진행시키는 듯한 느낌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상당히 영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의 초반에 법무장관에 대한 에피소드와 그들의 태도 등이 등장하고 재판에서 피의자들의 모습이 나올 때는 슐츠의 시선에서 재판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전까지 슐츠는 소신이 있는 인물로 그려졌기 때문에 그의 판단이 옳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본질을 접하게 되고, 영화의 결말에는 정말 사소한 것으로 사건이 뒤집히는 결과는 가져옵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르다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줍니다.
크게 기대작이 없는 상황에서 넷플릭스에서라도 이런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일부 극장에서도 개봉한 영화이니 관람을 추천드립니다. 시나리오 자체도 좋고, 연출도 좋아서 아마 내년 아카데미에 수상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