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리뷰
제목부터 특이한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난 보편적인 영화였습니다. 의외로 누구에게나 무난히 추천할 수 있을 영화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근래 개봉했던 [소리도 없이]는 영화적으로 좋은 작품성을 가지고 있으나,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서 흥행에 성공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나 [테넷], [반도] 등은 누구에게나 추천하기에는 장르적 분위기가 강한 영화죠. 누구나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타이틀만으로도 [삼진 그룹 영어 토익반]은 충분히 잘 만들어진 영화라 생각합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영화가 다루고 있는 키워드를 통해서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페놀 유출 사건
영화에서 다뤄진 페놀 유출 사건은 91년에 낙동강에서 발생한 페놀 유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당시에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기도 하였고, 관련하여 유느님이 개그 콘테스트에서 관련 소재를 다룬 개그를 선보이기도 했는데, 뭐… 재미는 없습니다.
물론, 영화는 이 사건을 다시 다룸으로써 과거 기업의 대처에 대한 비판을 할 생각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극 중에서 다뤄지는 진짜 문제는 따로 있고, 그 문제가 영화의 주된 주제도 아니기 때문이죠. 영화가 진짜 다루려는 것은 그런 문제에 대처하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의 자세일 것입니다. 극 중에서 다뤄지는 삼진 그룹의 직원들이 회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사건으로 인해 생기는 편화가 중요한 것입니다.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참고로 극 중에 면벽 책상 배치가 등장하는데, 이런 배치 또한 실제 논란이 되었던 사건 중 하나고, 그 회사와 앞서 이야기한 페놀 유출 사건의 회사와 같은 회사입니다. 이렇게 보면 해당 기업을 비난하려는 생각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네요.
2. 복고
영화는 과거의 일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복고라는 코드가 존재합니다. 특히 엔딩 크레디트가 상당히 매력적이라서 끝까지 보고 나왔는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픽셀 그래픽과 8비트 음악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그 외에서 당시에 쓰이던 소품과 회사의 분위기까지 그대로 재연하였습니다. 이런 복고가 상당히 매력적인 코드인 것이 당시에 사회생활을 했던 40대 이상, 조금 더 넓게는 당시에 학생이었던 30대 관객들의 향수를 자극할 수 있으며, 1020세대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런 것과 더불어 과거의 시대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는 점도 영화의 장점일 것입니다. 사실 지금까지 이어지는 점도 있고, 지금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도 존재하지만 그런 생각들을 통해서 현재를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영화가 원하는 결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3. 청춘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복고라는 코드가 각 세대에게 다른 감상을 줄 수 있지만, 청춘이라는 코드는 모든 세대에게 같은 감상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졸이라는 학력 때문에 인물들이 겪고 있는 차별과 그런 그들이 가지고 있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 또한 공감하는 분들이 많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회사가 그들에 대한 대우가 좋은 것도 아님에도 끝까지 회사에 헌신을 하며, 자신이 기여하려는 모습은 청춘이 가지고 있는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청춘을 이용하려는 인물과 그런 청춘을 응원하는 인물까지, 각 주인공들도 자신의 능력이 있음에도 살리지 못하고, 불만은 있지만 말하지는 못하는 등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때문에 그런 코드가 많은 분들의 공감을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4. 캐릭터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초반부터 배우의 캐스팅이 정말 잘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아성, 이솜, 박해수 배우의 모습과 극 중 캐릭터의 일치감은 완벽했습니다. 때문에 세 사람이 그냥 대화를 나눠도 재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캐릭터들이 앞서 이야기한 키워드들을 모두 품었습니다. 그런 캐릭터들을 연기한 배우들 또한 상당히 칭찬하고 싶습니다.
영화도 주인공들의 캐릭터들에게 확실한 개성을 부여하였습니다. 단순히 세 명의 인물이 성격적으로만 개성을 구축한 것이 아니라 각 자가 잘하는 능력을 부여하여,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3명의 인물이 모두 있어서 이 사건의 해결이 가능했다는 식의 의미부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구성이 회사라는 구성원이 존재하는 이유로 해석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5. 영어
영화의 제목에도 등장하는 만큼 영화에서 영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코드입니다. 주인공들이 주요 사건을 밝혀내는 과정에서 중요한 열쇠로 등장합니다. 영화는 영어라는 것을 배움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그들이 영어를 어느 정도 알기 때문에 보이는 것과 완벽하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보지 못한 것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들이 그것을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기 때문에 시간을 투자하여, 더 배우려고 하였고, 그런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을 덕분에 더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죠.
이런 과정에서 영화의 각본이 빛을 발휘합니다. 상당히 복잡함에도 영화는 상당히 효과적으로 표현하여서, 관객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표현하였습니다. 때문에 많은 생각을 하지 않고, 영화가 보여주는 모습만 따라가더라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입니다.
결과적으로 영화는 상당히 잘 짜인 각본 위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을 통해서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작디작은 개미들의 힘, 반란을 보여준 점은 개인적으로는 더 크게 와 닿은 지점이었습니다. 다만, 영화의 후반부에 B급 코드라는 콘셉트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인지, 하나로 뭉쳤다는 단결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으로 보이나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사건을 풀어내는 방식이나 전개가 조금 뻔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한 편으로는 피해자에 대한 조명이 없어서 아쉽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사회 고발을 목적으로 하기보다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와 인물의 애사심을 유쾌하게 그려내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등장한 평범하면서도 재미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심각할 수 있는 사건임에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쾌하게 풀어냅니다. 덕분에 보는 사람도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게 코로나로 인해서 극장 개봉작이 변변치 않은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누구에게 보편적으로 추천할만하기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도 무난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오랜만에 부모님에게 추천할 수 있는 영화가 나왔다는 생각이 듭니다.